안녕하세요, QM중독입니다.
최근 PS 독점작으로 알려졌던 호라이즌 제로 던의 PC판이 출시했습니다. 최적화 이슈와 버그 등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퍼스트 파티 제작사가 만든 PS 독점작이 처음으로 PC판으로 출시한 사례이기 때문에 그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할 것입니다.
독점작의 멀티 플랫폼화
각 진영을 대표하는 독점작들이 과거의 폐쇄적인 성격에서 벗어나 점점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하고 있는데요. 이런 정책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독점 정책의 틀을 Xbox에 국한하지 않고 Xbox, 윈도우 10(PC) 등을 아우르는 넓은 의미의 MS 플랫폼을 추구하면서 급격히 개방되기 시작했습니다.
Xbox는 헤일로 시리즈, 포르자 시리즈, 기어스 시리즈 등 자신들의 대표작을 Xbox뿐만 아니라 PC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출시하였는데요.
PS의 대표 레이싱 게임인 그란투리스모는 PS4에 정규 넘버링 작품조차 출시하지 못한 반면, 포르자 시리즈는 PC 멀티 플랫폼 전략으로 팬층을 넓히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2016년 출시한 포르자 호라이즌 3는 PS 진영의 그란투리스모 시리즈가 주춤하는 사이 Xbox 진영뿐만 아니라 PC 게이머들도 흡수하며 멀티플랫폼 정책을 통해 최고의 레이싱 게임 시리즈로 거듭나기도 했습니다.
PS 독점작도 예외는 없다?
독점작의 멀티 플랫폼화는 Xbox 진영뿐만 아니라 PS 진영에서도 볼 수 있는데요. 그 시발점은 바로 닌자 가이덴 시리즈로 유명한 팀 닌자의 '인왕'입니다. 특히 인왕은 최초 출시 당시 패키지 상단에 'Only On PlayStation'이라는 플스 독점작 문구를 볼 수 있었는데요. 2017년 11월 7일 인왕 컴플리트 에디션(PC & PS4)을 멀티 플랫폼으로 발매하며 이 문구를 제외하였습니다. 또한 인왕 2의 패키지에서도 'Only On PlayStation' 문구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인왕 2 역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플랫폼에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할 수 있습니다.
PS 독점작에서 볼 수 있는 Only On PlayStation 문구를 인왕 컴플리트 에디션이나 인왕 2 패키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SEGA, 이식의 맛을 보다!
SEGA는 한때 국내에서 PC 게임을 구매하기 매우 어려운 배급사였습니다. SEGA는 콘솔 게임 판매율이 높은 일본 유통 환경에 따라 일본 스팀에서는 자사 게임을 구매할 수 없도록 구독권을 제한을 걸어두었는데요. 한국을 포함한 일부 아시아 지역까지 깡그리 묶어 지역 제한을 걸면서 한국 게이머들이 토탈 워 시리즈나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의 DLC를 구매할 때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현재는 다이렉트게임즈 등에서 SEGA 게임을 공식 유통하면서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게 되었습니다. 한때는 이처럼 폐쇄적이었던 SEGA였는데요. 과거 자신들의 콘솔 플랫폼에서 유통했던 추억의 게임들을 PC로 이식하면서 나름 준수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었습니다.
스팀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SEGA의 메가 드라이브 시절 옛날 옛적 게임들
그들의 고전 게임들을 PC로 이식하면서 PC판의 성공 가능성을 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SEGA는 액션 게임 명가 플래티넘 게임즈의 콘솔 게임이었던 뱅퀴시와 베요네타를 PC로 리마스터판을 출시하면서 이번에도 역시 좋은 반응을 얻게 됩니다.
플래티넘 게임즈의 콘솔 독점 게임이었던 베요네타와 뱅퀴시 역시 PC판으로 출시
급기야 많은 사람이 PS 독점작이라 으레 짐작했던 용과 같이 시리즈까지 PC판 출시는 물론이고, 심지어 경쟁 콘솔 플랫폼인 XB1로도 한국어 지원 출시하면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특히 용과 같이 7의 경우 XB1판을 구매하면 XSX(엑스박스 시리즈 엑스)판까지 제공하는 스마트 딜리버리를 지원할 예정이고 차세대 콘솔에서 기간 독점 유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PS5보다 XSX로 먼저 출시할 것으로 알려져(XSX 론칭 타이틀, PS5는 추후 출시 예정) 있습니다. 뭐 이미 현세대 콘솔(PS4)에서 출시한 게임이기 때문에 용과 같이 7에 대한 갈증이 크다 할 수 없지만, XSX 버전 선출 시 + 스마트 딜리버리(무료 업그레이드)를 고려하면 그동안 PS 진영에 친화적이었던 용과 같이 시리즈의 입지에 변화가 생긴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최근 RPG로 장르의 변화를 시도한 용과 같이 7 세계관은 이어지지만 7부터 용과 같이를 처음 시작해도 큰 무리는 없다
아틀라스
SEGA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여신전생, 페르소나 시리즈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아틀라스(ATLUS, SEGA의 자회사)의 게임, 캐서린도 콘솔 독점 게임이었으나 PC판으로 출시하게 됩니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콘솔판은 캐서린의 확장판인 캐서린: 풀 보디를 출시하면서 PC판 출시가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아틀라스의 게임이 PC로 이식되었다는 그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2020년 6월 13일 오전 11시(현지 시각), PC 게이밍 쇼에서 ATLUS는 페르소나 4 더 골든 PC판을 깜짝 공개했다.
그리고 PC 게이밍 쇼를 통해 PS Vita 독점작이자 킬러 타이틀(그 게임을 하기 위해 콘솔 본체 구매를 결정짓는 타이틀)이었던 페르소나 4 더 골든이 스팀으로 출시하면서 그동안 수많은 게이머가 염원했던 페르소나 4를 PS4도 아닌 PC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다른 페르소나 시리즈도 PC에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퀀틱 드림 3부작
유명 서드 파티 제작사의 게임이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하는 것은 코에이 테크모의 팀 닌자나 SEGA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2006년 소니 진영으로 합류한 뒤 PS 독점작만을 출시해왔던 퀀틱 드림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는데요. 퀀틱 드림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PS 독점작 헤비 레인, 비욘드 투 소울즈,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3편이 모두 PC로 출시한 것입니다.
에픽게임즈 기간 독점으로 PC판이 출시한 뒤 2020년 6월 18일 스팀으로도 3편 모두 스팀으로도 출시하였습니다.
기간 독점작에는 오인의 여지가 있는 Only On Playsatation 문구를 제외해야 되지 않을까?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데스 스트랜딩
메탈기어 시리즈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코지마 히데오 감독은 수많은 역작을 만들며 다양한 팬층을 확보한 감독입니다.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코나미에서 쫓겨난 뒤 설립한 코지마 프로덕션은 소니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첫 프로젝트를 플레이스테이션과 함께 시작한다며 인터뷰 영상을 만들어 공개할 정도로 큰 화제였습니다. 그리고 소니의 퍼스트 파티 제작사인 게릴라 게임즈의 게임 엔진(데시마) 제작에 협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많은 사람들은 히데오 코지마 감독의 첫 작품이 PS 독점작이 되리라고 예상했는데요. 예상을 뒤엎고 PC판 출시 역시 발표하면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리고 코지마 프로덕션의 첫 작품 데스 스트랜딩은 2019 최다 GOTY를 거머쥐며 여전히 자신이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PC판 출시가 확정되기 전만 해도 엔진 개발을 소니 퍼스트 파티가 한 것인데 PC판을 출시하겠냐는 의견도 많았다
데스 스트랜딩 PC판이 출시가 확정되었을 때 일부 게이머 사이에서 이제 완전히 반대되는 희망 회로가 불타오르기 시작합니다. '데스 스트랜딩도 PC판이 나오는데, 같은 데시마 엔진을 사용하는 호라이즌 제로 던도 출시할 수 있는 거 아냐?'라는 것이죠.
소니 퍼스트 파티 독점작, 호라이즌 제로 던
위의 언급했던 사례처럼 지금까지 서드 파티 제작사의 인기 게임들이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한 적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니의 퍼스트 파티 제작사의 독점작이 PC로 출시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호라이즌 제로 던(1)이 제아무리 데스 스트랜딩과 같은 데시마 엔진을 사용한다손 치더라도 PC판 출시는 말도 안 된다고 여겼습니다. 내부 관계자로부터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높은 적중률을 자랑했던 제이슨 슈라이어가 호라이즌 제로 던 PC판이 출시할 것이라는 정보를 유출[바로 가기]했을 때, 그는 수많은 PS 팬들에게 거짓 루머를 생성한다며 비난을 들어야 했습니다.
(1): 호라이즌 제로 던을 개발한 게릴라 게임즈는 2004년 PS2로 킬존 시리즈를 출시한 이후 2005년 소니에 인수되어 현재 SIE 월드와이드 스튜디오로 합류한 퍼스트 파티 제작사입니다.
[이미지 출처: 오버워치 공식 유튜브 채널]
그런데 모두가 믿지 않았던 루머는 팩트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소니의 퍼스트 파티인 SIE 월드와이드 스튜디오 산하의 게릴라 게임즈가 만든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PC판으로 출시한 것이죠.
호라이즌 제로 던 PC판의 의미
SIE 월드와이드 스튜디오 대표 허먼 허스트 [이미지 출처: 플레이스테이션 블로그]
호라이즌 제로 던을 제작한 게릴라 게임즈의 설립자였던 허먼 허스트(Hermen Hulst)가 현재 SIE 월드 와이드 스튜디오의 대표직을 역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또 다른 PS 독점작을 PC로 만날 가능성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지난 3월 PS 블로그와의 인터뷰에서 허먼 허스트는 호라이즌 제로 던 이외의 AAA급 독점작이 PC로 출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호라이즌 제로 던은 PC 출시에 매우 적합한 타이틀이었고, 여전히 월드와이드 스튜디오는 전용 하드웨어(플레이스테이션을 의미)에 대해 100% 전념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인터뷰 원문 바로 가기]
호라이즌 제로 던의 PC판 출시는 일종의 실험일 수 있습니다. 호라이즌 제로 던은 이미 PS 독점작으로 2017년 2월에 출시하여 3년 6개월 동안 여러 차례 할인도 하면서 PS4 게이머에게는 팔 만큼 팔았을 텐데요. 향후 PS4 플랫폼에서 신규 구매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큰 비용을 들이지 않는 이식을 통해 3년 반이 지난 오래된 게임을 풀 프라이스에 가까운 금액으로 다른 플랫폼에서 다시 한번 판매한다?! PS에는 3년이라는 기간 독점의 명분을 챙기면서도 멀티 플랫폼 출시에 따른 판매 수익을 동시에 챙기는 것이죠.
PS5 - The Future of Gaming Show에서 공개된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공개 트레일러
또 다른 이유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호라이즌 제로 던 PC판으로 새로운 팬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호라이즌 제로 던을 접할 기회가 없던 PC 게이머가 이번 PC판 출시를 통해 호라이즌 시리즈에 관심을 갖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그 후속작에도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소니는 이미 연말에 출시할 PS5의 게임으로 후속작인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를 공개했는데요. 이를 통해 PS5의 판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간 독점이라 하더라도 재밌는 게임을 몇 년 먼저 해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기 때문이죠. 독점작 이탈에 따른 '기존 팬층의 반발'과 '신규 팬 확보 및 회사의 이윤' 중에서 무게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게 될까요? 이 결과에 따라 우리는 어쩌면 더 많은 독점작을 다양한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게 될 수 있습니다.
게임도 역시 퀘이사존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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