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퀘이사존 중독입니다.
과거 게임 업계 최전성기에는 많은 업체가 막대한 비용과 아이디어, 인력을 쏟아붓는 공격적인 투자로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곤 했습니다. 비록 막대한 투자 때문에 회사를 휘청이게 하거나 게임 프랜차이즈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덕분에 참신한 명작들도 많이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게임 업계의 최전성기가 지나면서 메이저 회사의 AAA급 타이틀을 제외하면 게임에 대한 투자금이 줄어들기도 했고, 실패의 위험이 있는 새로운 시도보다 과거에 성공했던 것을 다시 시도하면서 소위 망하지 않는 게임을 만드는 경향을 보이는데요. 그래서 과거의 명작을 현세대 플랫폼으로 이식하고, 그래픽 품질 등을 높여 리마스터하거나 혹은 리메이크나 리부트를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게임의 이식과 리마스터, 리메이크, 리부트를 소개하며 서로 어떻게 다른지 구분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모 회사의 리포지드까지도요.
왜 리마스터 열풍이 불고 있을까?
최근 2007년 출시하여 당시에 실사와 같은 충격적인 그래픽을 선보였던 크라이시스의 리마스터 소식이 들리기도 했는데요. 이식, 리마스터, 리메이크 등은 어떤 장점이 있기에 게임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이 흐름에 매진하고 있을까요?
첫째, 원래 있던 게임을 다시 만들기 때문에 기획 단계의 비용이 현저히 적게 들어갑니다. 새로운 게임을 구상하고 기획하기 위해 머리 싸맬 필요가 없고, 이미 스토리텔링 완성도의 검증도 끝난 각본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모두 절약할 수 있습니다.
둘째, 프랜차이즈 시리즈들은 몇 년에 걸쳐 시리즈를 거듭하다 보니 신규 유저들은 진입 장벽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를 예로 들어보면 마블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영화들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여준다 한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까지 이어져 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세계관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오랜 시간 동안 녹여낸 감성을 느끼기 어려울 것입니다.
국내에서만 무려 1,393만 명이 관람하며 외화 기록 1위를 갈아치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그나마 영화는 10~20년이 지나도 다시 보는 데 크게 무리가 없지만, 만약 20년 된 게임을 지금 다시 하려고 하면 현세대의 그래픽에 익숙해져 있는 게이머들이 보기에는 그래픽 품질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신규 유저가 접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15년간 이어져 온 니혼 팔콤의 궤적 시리즈. 10여 편이 넘는 게임이 하나의 세계관 속에서 이어지는 방대한 스토리를 자랑하지만, 그로 인해 이제 새로 시작하기에는 건드리기 힘든 장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셋째. 홍보 면에서도 과거의 향수를 지닌 팬에 의해 입소문을 타기도 하고 그 게임을 즐겨보지 않은 사람들은 과거의 명작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접근하기도 합니다. 최신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리마스터 작품으로 프랜차이즈 시리즈를 접하게 되면서 점차 프랜차이즈 전체에 관심 두기 시작하는 것이죠.
이런 여러 가지 장점들로 게임사들은 과거의 명작들을 다시 조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식·리마스터·리포지드·리메이크·리부트
이식(Porting)
이식이라는 말은 본래는 식물을 다른 곳으로 옮겨 심는다는 뜻을 가진 移植(옮길 이, 심을 식, 식물 따위를 옮겨 심음)에서 생긴 말입니다. 요즘은 게임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최초 출시된 플랫폼에서 훗날 다른 플랫폼으로 출시할 때 이식(porting)이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면 오락실에서 즐겼던 게임을 가정용 콘솔로 이식한다거나, PS1으로 출시했던 게임을 PS4로 이식하거나, PC나 콘솔 게임을 스마트폰 등으로 이식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종종 이식하면서 원작에는 없던 구성 요소를 추가하고, 원작을 뛰어넘는 퀄리티를 보여주는 경우에는 '초월이식'이라고 평하기도 합니다.
잘된 이식작의 예를 꼽으라면 2017년 PS4, 3DS판으로 출시한 뒤 2019년 스위치판으로 이식된 '드래곤 퀘스트 XI S 지나간 시간을 찾아서 - Definitive Edition'입니다. 비록 PC나 PS4보다 3D 퀄리티는 떨어지지만, 한국 PS4와 PC판에 없던 일본어 음성 지원, 오케스트라 BGM, 동료들의 사이드 스토리 추가 등 원작 이상의 즐길 거리가 제공되는 완전판+이식판입니다.
리마스터 (Remaster)
리마스터는 원래 음악에서 마스터링(Mastering)을 다시(Re)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가 자신의 앨범을 리마스터한 바 있고 점차 분야를 넓혀 영화계로 넘어오면서 화질을 개선하고 일부 장면을 대체하는 리마스터가 진행되었는데요. 게임의 리마스터 역시 고전 게임들이 현세대 그래픽 품질에 맞게 고해상도를 지원하는 것을 기본으로 DLC 등을 포함하는 완전판으로 출시하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게임사들이 헤일로처럼만 리마스터해준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잘된 리마스터의 예는 우리의 민속놀이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빼놓을 수 없고요. 그 외로 헤일로 마스터치프 컬렉션과 기어스 오브 워,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리마스터드 등은 매우 뛰어난 리마스터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