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QM중독입니다.
지난 주말이었죠. 한국 시각 기준 2월 20일부터 21일까지 블리자드의 새로운 소식을 만나볼 수 있는 블리즈컨 2021이 개최되었습니다. 정확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최하면서 블리즈컨(BlizzCon)이 아닌 블리즈컨+온라인, 블리즈컨라인(BLIZZCONLINE)이란 이름으로 무료 개최하였습니다.
최초로 온라인 무료로 진행된 블리즈컨 2021, 블리즈컨라인
블리즈컨라인에서는 블리자드가 서비스 중인 게임의 새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무엇보다 가장 뜨거운 소식은 바로 디아블로 II(이하 디아 2) 리마스터인 디아블로 II: 레저렉션(Diablo II: Resurrected)과 디아블로 IV 신규 직업, 도적의 추가였습니다. 특히 디아 2 레저렉션은 최초 공개 트레일러에 유명 유튜버들이 찾아와 댓글을 남기는 밈이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형들이 여기서 왜 나와? 댓글 맛집이 된 디아 2 레저렉션 트레일러 댓글 창
레저렉션?
블리자드는 리마스터를 할 때 게임 시리즈에 걸맞은 이름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첫 리마스터였던 스타크래프트처럼 평범하게 리마스터라는 이름을 붙인 경우도 있지만, 워크래프트 3에는 리포지드라는 독특한 이름을 부여했습니다. 워크래프트 세계관 속 드워프의 수도인 아이언포지(강철 제련소)는 아이언(Iron, 쇠)과 포지(forge, 대장간, 제련소)의 합성어로 그야말로 드워프를 상징하는 이름이며, 리포지드(Reforged)는 금속을 다시 제련한다는 의미로, 워크래프트 3를 다시 제련하여 벼려내었다는 야심 찬 네이밍입니다. 현실은 깐포지드가 되었지만요. 마찬가지로 레저렉션(Resurrection)은 부활을 의미하는 단어로 스토리 상으론 1편 엔딩 이후 디아블로(공포의 군주)의 부활, 마케팅 면에서는 고전 명작 디아블로 2의 21년 만의 부활을 의미하는 이름입니다.
※ 디아 2 레저렉션은 블리자드와 미국의 비케리어스 비전스(Vicarious Visions)가 공동 개발 중으로, 비케리어스 비전스의 최근 작품은 토니 호크의 프로 스케이터 1+2 리마스터(메타스코어 89점), 크래쉬 밴디쿳 인세인 트릴로지 리마스터(메타스코어 80점)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디아블로 II 클래식 vs. 레저렉션 시스템 요구 사양 비교
먼저 디아 2 클래식의 시스템 요구 사양입니다. 최근 PC를 처음 접하신 분은 4~5 GHz(4,000~5,000 MHz) 수준의 클록을 지닌 CPU 제품이 익숙하실 텐데요. 디아 2가 출시했던 2000년도만 하더라도 180~250 nm 공정의 펜티엄 III CPU가 신제품이던 시절입니다. 2000년에 접어들어서야 엄청난 가성비의 AMD K7 애슬론 프로세서와 인텔 펜티엄 III가 1GHz 클록에 도달했죠. 디아 2는 233 MHz만 되더라도 게임을 구동할 수 있었는데요. 디아 2뿐만 아니라 많은 게임에서 윈도우 Vista처럼 무거운 운영체제를 사용할 경우 요구 사양이 대폭 올라갔기 때문에 이 당시부터 근 15년간 '게임은 윈도우 XP'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기도 했습니다.
디아 2는 DirectX 6.1을 지원하며 4:3 화면 비율의 640 x 480 해상도를 지원하는 게임이었습니다. 파괴의 군주 확장팩이 출시하고 난 뒤에야 패치를 통해 800 x 600 해상도를 지원했는데요. 시스템 RAM이 64 MB만 있더라도 게임이 돌아간다는 사실이 지금 와서는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디아 2 파괴의 군주 확장팩 출시 후 800 x 600 해상도까지 지원했다! [이미지 출처: PCGAMINGWIKI.COM]
21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디아 2 레저렉션은 시스템 요구 사양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최소 요구 사양으로 3.5 GHz의 기본 클록을 지닌 인텔 코어 i3-3250(아이비브릿지)이 필요하며, 권장 사양으로는 부스트 클록 4.6 GHz(기본 클록 3.7 GHz)로 작동하는 인텔 코어 i5-9600K(커피레이크 리프레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640 x 480 해상도였던 게임을 이제 3840 x 2160(4K) 해상도로 즐길 수 있고 확실한 그래픽 개선이 있는 만큼 GPU 요구 스펙 역시 높아졌는데요. 권장 사양으로 지포스 GTX 1060이나 라데온 RX 5500 XT 같은 현역 메인스트림 제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클래식 최소 사양과 레저렉션 권장 사양의 비교이긴 하지만 64 MB의 RAM으로도 작동했던 게임이 리마스터 이후에는 256배 많은 16 GB(16,384 MB)까지 요구하는 것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트레일러 속 클래식과 레저렉션의 이미지 비교
▲ 위: 디아 2 레저렉션, 아래: 디아 2 클래식
공개된 트레일러에 적용된 그래픽 옵션이나 해상도 등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첫 번째 이미지를 비교해보면 석조 기둥과 거미줄 등 큰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가운데 이미지도 아마존과 대천사 티리엘의 캐릭터 디테일도 엄청난 차이가 보이고요. 아래로 보이는 용암이나 다리에서도 그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오른쪽 이미지에서는 납골당이나 스모그 효과까지 원작의 디테일을 고수하면서도 이질감 없이 그래픽 퀄리티를 끌어올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지 퀄리티로 비교할 수 없지만 클래식의 경우 25FPS으로 구동되었는데요. 디아 2 레저렉션은 60FPS을 지원합니다. 부드럽게 돌며 몬스터를 후려치는 야만전사의 휠 윈드를 볼 수 있겠죠?
리메이크가 아닌 레저렉션인 이유
블리자드의 개발자들이 완전히 새롭게 만든 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디아 2 레저렉션을 리메이크라 하지 않고 리마스터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디아 2의 로직, 다시 말해 기본 뼈대는 그대로 보존시켰다는 점입니다. 리메이크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작은 신규 요소의 도입으로 게임 플레이가 완전히 바뀌게 될 수 있지만, 디아 2 레저렉션은 디아 2 클래식의 로직을 철저히 보존하여 당시 게이머들이 좋아했던 그 느낌 그대로 레저렉션(부활)하려 했다는 것이죠.
리드 아티스트인 Chris Amaral은 디아 2 레저렉션의 최우선 목표로 20년 전 플레이어들이 느꼈던 감동을 구현하고 전달하는 일에 집중하고자 했다고 밝혔습니다. 플레이어가 아트, 모델링, 주변 환경에서 향수를 느끼도록 70%는 클래식을 유지하면서 잘 작동하는 부분은 손대지 않고 상징적인 형태, 색, 톤은 유지했다는 것이죠. 원작과 1:1로 충실하게 재현하면서 나머지 30%는 아트를 개선해 새롭게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디아 2 클래식의 2D 그래픽을 디아 2 레저렉션에서 3D 그래픽으로 변경하면서 게임 로직에 물리 기반 렌더러를 덧씌웠고 2D 스프라이트로 3D 모델을 만들고 동적 광원 효과와 동적 VFX를 추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디아 2 팬이라면 들어보셨을 텐데요. 사실 디아 2의 원본 리소스 일부는 소실되었습니다. 원본 리소스가 없는 것은 블리자드 노스(디아 2 클래식 개발)의 제작자들이 남겼던 문서와 랜드마크 같은 장소, 아트 등을 참고하여 새롭게 만들어진 리메이크에 가까운 리마스터입니다.
블리자드 노스의 문서를 토대로 재구축된 건축물
디아 2 클래식(왼쪽), 디아 2 레저렉션(오른쪽)
디아 2 레저렉션은 디아 2 클래식에 담으려 했지만, 당시 그래픽으로는 대체 뭔지 구분할 수 없었던 디테일들, 예를 들면 왼쪽 이미지에서 등잔 옆 매달려 있는 무언가는 원작 아트를 통해 마늘을 매달아 둔 것임을 확인하고 반영했다고 하니, 디아블로 2의 세계를 모험하며 이런 소소한 변경점을 찾는 재미도 기대됩니다.
디아 2 레저렉션에서 달라진 점
디아 2 레저렉션은 개발자들이 말한 것처럼 큰 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하지만 불편했던 요소까지 그대로 유지할 필요는 없겠죠. 먼저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멀티 플랫폼 지원 및 진척도 호환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집에서 PC나 PS5, XSX 등으로 디아 2를 즐기다가 밖에 나가서 닌텐도 스위치로 캐릭터 성장 상태 그대로를 유지해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그러려면 스위치판도 별도로 구매해야 겠지만,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디아 2를 즐기고 싶다면 좋은 선택일 것입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최근에는 65~80형의 대화면 TV가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콘솔이나 PC를 TV에 연결하여 대화면에서 느끼는 재미도 이채로울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리고 계정 공유 창고의 신설 역시 반가운 요소입니다. 디아 2 같은 게임은 아이템 파밍이 게임 재미에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디아 2 클래식은 계정 공유 창고를 제공하지 않아서 창고 캐릭터를 별도로 만들고 아무도 없는 방을 만들어서 아이템을 옮겨야 했습니다. 당시 디아 2의 불안정한 서버 상태로 인해 튕긴다거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접속 불가, 렐름 다운이 발생하면 아이템을 날려 먹는 일도 부지기수였죠.
할배검과 조단링이 안에 있는데 왜 열리지 않는 거니…
창고는 48칸에서 100칸으로 확장되었으며, 3개의 공유 창고가 추가되었다!
그 외로 자동 골드 획득 및 디아 2 MOD에 있던 아이템 옵션에 따른 능력치 변경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UI가 추가됩니다. 그리고 과거처럼 아시아, 미국 동부, 서부, 유럽 등 서버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통합 서버로 운영되기 때문에 친구와 같이하기 위해 캐릭터를 다시 만들거나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28분에 달하는 시네마틱 영상과 모든 사운드 역시 리마스터 되며 리마스터 된 비주얼뿐만 아니라,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레거시 모드도 탑재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블리즈컨라인에서 공개된 트레일러를 바탕으로 디아 2 레저렉션을 살펴보았습니다. 빨리 캐릭터 선택 창에서 여러 영웅을 선택하고 플레이해보고 싶은 마음인데요. 디아 2 레저렉션의 예약 구매 페이지[바로 가기]에는 2021년 12월 또는 그 이전 출시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디아 2: 레저렉션은 디아블로 II와 파괴의 군주 확장팩이 포함(추가 캐릭터인 드루이드와 암살자 포함)되며, 게임 콘텐츠의 질과 양, 추억 판매를 고려하더라도 48,000원 정도면 무난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아이템 파밍을 위해 숱하게 죽어 나갈 메피스토와 디아블로를 비롯한 악마들에게 미리 안부 전하며, 같이 디아 2 했던 친구들아, 잘 지내고 있지? 이제 곧 악마를 물리칠 시간이야~!!
무.지.개.빛.블.리.자.드… 제발 게임에 사상 주입하지 말고 게임 본질에 충실합시다!
게임도 역시 퀘이사존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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