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대부분의 서비스는 정확한 속도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아니더라도 서비스 이름으로 검색하면 금방 관련 언급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정확한 속도라는 100 M, 500 M, 1 G는 구체적으로 뭘 뜻하는 걸까요?
# 통신 속도는 bps 단위로 표기합니다
bps비피에스는 '초당 비트 수(bits per second)'의 약자로 1초에 몇 개의 bit를 전송할 수 있는지를 뜻합니다. 통신 속도는 이 bps로 표기하는 게 사실상 표준입니다. 왜 우리가 용량을 볼 때 일반적으로 쓰는 바이트(대문자 B)를 쓰지 않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이는 표준이 처음 만들어질 당시에는 전송 속도 자체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느린 점 등 지금과는 상황이 전혀 달랐고, bps 단위를 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지도상에 내 위치를 찾아주는 서비스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전 지구 위치 확인 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 GPS)'은 50 bps의 전송 속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초당 6바이트 조금 더 전송하는 수준입니다. 스팀에서 최신 게임을 설치하려 하는데 내려받는 속도가 초당 6 MB(6메가바이트 = 600만 바이트)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면 게임을 즐길 수 있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를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GPS는 6 kB(6킬로바이트 = 6천 바이트)도 아니고 6바이트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등 편의 기기 대부분의 GPS 기능은 A-GPS라고 기본적인 정보를 인터넷에서 받아오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50 bps로 모든 정보를 받아야 한다면 위치 하나 잡는데도 최소 10분 넘게 걸리기 때문이죠. 물론 2022년에 마저 쏘아 올릴 예정인 GPS-3 위성이 모두 가동에 들어가고 나면 511킬로 bps(약 51만 bps = 초당 대략 6만4천 바이트) 수준으로 속도를 올릴 예정이니 숨통이 좀 트일 것입니다.
1바이트(1 Byte = 1 B)는 8비트(8 bit = 8 b)입니다. 이것도 초창기에는 4 bit, 6 bit를 쓰는 곳도 있었고 8 bit가 정착하기까지 역사적 맥락이 있습니다만, 우리가 알 필요는 없고 결과적으로 표준이 된 8 bit라는 사실만 알면 됩니다. 그러니깐 bps를 우리가 알고 있는 용량 단위로 바꾸려면 8로 나눠주면 됩니다.
- 100 M(bps) = 초당 12.5 MB
- 250 M(bps) = 초당 31.25 MB
- 500 M(bps) = 초당 62.5 MB
- 1 G(bps) = 1,000 M(bps) = 초당 125 MB
- 2.5 G(bps) = 2,500 M(bps) = 초당 312.5 MB
- 5 G(bps) = 5,000 M(bps) = 초당 625 MB
- 10 G(bps) = 10,000 M(bps) = 초당 1,250 MB
# 용량 표기 문제는 이해를 더 복잡하게 만듭니다
위 내용만으로 이미 충분히 머릿속이 복잡해지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불행히도 그게 끝이 아닙니다. 윈도우상에서 보여주는 '메가바이트'는 방금 위에서 설명한 '메가바이트'와 조금 다르기 때문입니다. '메가바이트'면 다 같은 '메가바이트'지 대체 무슨 소리냐고요?
도량형과 표준 단위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분은 다들 아시겠지만, 1 km(킬로미터)는 1천 미터이고 1 Mt(메가톤)은 1천 kt(킬로톤) = 100만 톤입니다. 극히 일부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표준인 국제단위계SI의 접두어는 킬로 = 1,000, 메가 = 1,000x1,000 = 100만, 기가 = 1,000x1,000x1,000 = 10억, 테라 = 1,000x1,000x1,000x1,000 = 1조...와 같은 식으로 정확히 1천 단위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국제단위계'나 'SI 단위'로 검색하면 자세한 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윈도우상에서의 메가바이트는 1,024x1,024 = 1,048,576(104만 8천5백7십6)바이트입니다. 처음 킬로비트Kilobit를 쓸 때 컴퓨터 내부는 2진법으로 돌아가니 2진법상 딱 맞아떨어지는 1024를 썼기 때문입니다. 반면, 국제 표준 단위계로 따지자면 킬로는 1,000이지 1,024가 될 수 없습니다. 결국 하드디스크HDD 업계에서 은근슬쩍 표준 단위계를 도입한 것을 계기로 논란이 일어났고, 미국에서 집단 소송과 배상을 거친 끝에 정확한 표기를 명시하는 식으로 정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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