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QM크크리입니다. 이번에는 AMD 라이젠 5 5600X와 인텔 코어 i5-12400F의 게임 성능을 비교해볼까 합니다. 아, 이미 여러 벤치마크 결과를 봐서 알고 있다고요? 그래서 여기서는 조금 다른 비교를 해볼까 합니다. 바로 DDR4 3600 기어1을 못 쓰는 코어 i5-12400F가 있다면 어떻게 되겠냐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인텔 12세대가 나와 그 성능에 대한 평가를 받은 지도 몇 달 되었고, 인텔 코어 i9-12900F/i7-12700F/i5-12400F와 같은 소위 논K 제품군이 나온 지도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래서 코어 12세대 제품의 성능 자체는 관련 소식에 관심을 기울이시는 분이라면 어느 정도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코어 12세대 논K 제품이 나온 후 새로운 변수가 알려졌습니다. 코어 12세대에서는 오직 K 계열 CPU와 Z 계열 메인보드의 조합에서만 SA 전압VCCSA 조절을 지원하고 나머지 조합에서는 원칙적으로 막겠다는 이야기입니다. MSI 측에서 인텔에 문의하여 답변을 받은 사실과 내부 테스트 결과를 요약한 내용을 자사 포럼(바로 가기)에 공개하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러한 제한이 있다고 하여 인텔 코어 i9-12900F/i7-12700F/i5-12400F와 같은 논K 제품군에서 오버클록 한 메모리를 절대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코어 i5-12400F에서 DDR4 메모리를 3,600 MHz 기어1 설정으로 잘 사용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코어 i5-12400F인데 DDR4 메모리를 3,600 MHz 기어1로 설정하면 부하 테스트 프로그램에서 오류가 발생하거나,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실제 성능이 3,200 MHz 설정보다 오히려 떨어지는 결과를 보이는 사례도 있습니다. 둘 다 결과적으로 명백한 오버클록 실패에 해당합니다. 결국, DDR4 메모리를 3,600 MHz 정도로 사용하는데에도 소위 '뽑기운'에 따른 CPU 편차의 영향이 큰 변수가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이미 3,600 MHz 이상의 XMP 설정을 지원하는 제품도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운 점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DDR4 메모리를 3,600 MHz 기어1로 사용할 수 없는 속칭 '뿔딱' 메모리 컨트롤러의 코어 i5-12400F을 뽑은 사람은 실제로 어느 정도의 게임 성능을 누릴 수 있을까요? 이런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라이젠 5 5600X에게는 최근에 좋아진 가성비로 반격할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 이를 알기 위해 코어 i5-12400F에서 DDR4 메모리를 3,600 MHz 기어1, 3,600 MHz 기어2, 3,200 MHz 기어1의 세 가지 설정으로 게임 성능을 비교해보고, 이 결과를 다시 라이젠 5 5600X와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SA 전압: 현재의 고성능 CPU는 메모리 컨트롤러, PCIE 전체 구조를 연결하기 위한 root complex 등 CPU 코어의 범위를 넘어서는 시스템을 통합한 형태입니다. 이를 SoC라고 하며, 실제로 AMD 라이젠 시리즈는 해당 부분에 공급하는 전압을 SoC 전압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반면 인텔 시스템에서는 2세대 코어 시리즈부터 System Agent Voltage(VCCSA)라는 명칭을 사용합니다. SA 전압이라는 통칭은 이 VCCSA를 직역한 것에 가까운 이름입니다. 이 전압이 특히 고클록 메모리 작동의 안정성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결국 CPU에 내장된 메모리 컨트롤러(Integrated Memory Controller, IMC)에 얼마나 높은 전압을 공급하느냐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 기어1, 2: 인텔 코어 11세대부터 도입된 기어 모드는 메모리 컨트롤러 클록의 동기화 여부와 작동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일례로 같은 DDR4 3200을 쓰더라도 기어1은 메모리 컨트롤러가 1,600 MHz의 동기화 모드로 작동하지만, 기어2는 800 MHz의 비동기 모드로 작동하게 됩니다. 같은 논리를 기어4에 적용하면 400 MHz의 비동기 모드로 작동합니다.(다만 기어4는 개념상의 예시이며, DDR5의 고클록 설정을 위해 도입되었기 때문에 실제로 DDR4에서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는 DDR5 6400 MHz에서 사용 시 기어2가 1,600 MHz가 되는 상황에서 기어4는 800 MHz가 되는 식입니다.)
사실 메모리 클록과 메모리 컨트롤러 클록의 동기화 여부를 사용자가 신경 쓰는 건 한동안 라이젠 시리즈만의 특징으로 여겨졌으나, 인텔 CPU도 코어 11세대부터 기어 모드를 도입하여 사용자가 조절할 일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동기화 모드를 사용하게 되면 겉보기 클록의 절반에 맞춰 메모리 컨트롤러가 작동하게 됩니다. 이는 DDR 기술 자체가 한 클록 주기에 두 번 전송하는 특성을 뜻하고 두 번 전송에 해당하는 속도를 유효 클록으로 표기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역산하면 관련 입출력 버스에 실제로 공급되는 클록 주파수는 겉보기 클록의 절반이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일례로 DDR4 3200은 3,200 MHz로 통칭하지만, 실제 입출력 클록 주파수는 1,600 MHz입니다. 이 때문에 엄밀한 구분을 요구하는 곳에서는 유효 클록을 MHz 대신 MT/s(초당 백만 번 전송, Mega Transfers Per Second)로 표기하기도 합니다.
비동기 모드는 라이젠과 인텔의 설정 방식이 다른데, 라이젠 시리즈는 인피니티 패브릭(Infinity Fabric, IF)이라는 특유의 구조에 사용하는 클록 주파수를 메모리 컨트롤러에도 그대로 사용하고, 현재에는 이를 임의로 설정 가능할 뿐만 아니라 동기화 설정보다 IF 클록만 더 높게 조절하는 소위 역비동기 모드도 가능합니다. 반면 인텔 코어 시리즈에서 관련 설정이 있는 11, 12세대 제품군은 메모리 컨트롤러를 동기화 모드의 절반 속도로 늦추는 기어2 모드를 통해서만 비동기 설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12세대 CPU에 DDR5 메모리 사용 시에는 이 기어2 모드가 기본 설정이며, 여기서 다시 메모리 컨트롤러 클록을 절반으로 낮추는 기어4 모드도 있습니다. 다만 현재까지 나온 DDR5 메모리 제품들의 클록 주파수를 쓰기엔 기어2로도 충분한 상황이라 기어4 모드에 관한 이야기는 뜸한 편입니다.
- XMP(Extreme Memory Profiles): 표준 메모리 규격을 넘어 오버클록한 설정을 메모리 제품에 탑재할 수 있게 인텔이 만든 규격입니다. 인텔의 기술 소개 페이지(바로 가기)를 보면 오버클록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조사에서 설정한 오버클록이기 때문에 '팩토리 오버클록'이라고도 하며, 특히 사용할 메인보드에서 호환성을 확인한 QVL(Qualified Vendors List, 적격 공급업체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 순정 설정에 준하는 보증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 잠깐, 라이젠 5 5600X의 가성비가 좋아졌다고?
출시 가격 기준으론 라이젠 5 5600X는 코어 i5-12400F보다 상당히 비싼 제품입니다. 하지만 인텔 12세대의 성능이 호평을 받은 이후 가격을 내려 그 격차가 상당히 좁혀졌습니다. 여전히 코어 i5-12400F 쪽이 몇만 원 더 싸지만, 반대로 메인보드 쪽은 라이젠 시리즈를 지원하는 B550 제품군의 가격이 더 싼 편입니다. 일례로 ASUS의 B550 제품군과 B660 제품의 가격을 찾아보니 같은 네이밍 구조를 사용하는 PRIME BXX0M-A나 TUF Gaming 제품이라도 인텔 코어 12세대를 지원하는 B660 제품이 몇만 원가량 더 높은 가격을 받고 있습니다. 모든 메인보드 제조사의 모든 제품군을 일괄적으로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 가격 기준으로 코어 i5-12400F나 라이젠 5 5600X 구매를 고려할 사용자가 실제로 선택할만한 메인보드를 포함한 종합 가격은 엎치락뒤치락하는 수준에 가까워졌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