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F? A? I? 이게 대체 뭐야?
과거 메인보드 모델명은 상당히 번잡하고 등급 구분이 쉽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인텔 LGA775 시절 사용하던 메인보드인 'ASUS P5K-E'를 보면 이게 대체 어떤 칩세트인지, 어떤 소켓인지 알아보기 어렵죠. 등급은 더 심각해서 P5K 시리즈만 해도 P5K, P5K-E P5K Pro, P5K-V, P5K-VM, P5K SE, P5K WS 등등 도저히 뭐가 더 등급이 높은 건지 뭘 더 추가로 지원하는 건지 이름만 보고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이후 칩세트 이름과 숫자로 등급을 표현하거나 간단한 명사로 등급을 나타내는 직관적인 방식으로 바뀌었고, 예전처럼 혼동이 오는 경우는 잘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약간 예외가 있는 게 ASUS ROG STRIX 브랜드 메인보드입니다. 알파벳으로 등급과 폼팩터를 나눠놨는데요, ABCD처럼 직관적이지 않습니다. 아마 과거 알파벳으로 이름 짓던걸 그대로 따오지 않았나 싶은데, 차라리 숫자로 하는 게 더 알아보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드네요. 어쨌든 간단하게 설명해드리자면 ATX 폼팩터에서 가장 높은 등급부터 XE-E-F-A 순서입니다. 이중 A는 다른 ROG STRIX 메인보드와 달리 은색과 흰색 방열판을 사용한다는 차별점이 있습니다. G는 M-ATX, I는 M-ITX 폼팩터고요.
이렇게 ASUS ROG STRIX 메인보드 등급에 대해 알아보았으니, 소개해드릴 메인보드의 위치를 파악하기 쉬울 겁니다. ASUS ROG STRIX B560-F GAMING WIFI인데요. F가 붙어있으므로 ATX 폼팩터에 ROG STRIX 중에서는 중간 정도 등급입니다.
메인보드 칩세트는 점점 입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미세공정이 뒤떨어지던 과거에는 노스브리지와 사우스브리지 2개 칩세트가 메인보드에 올라가서 CPU를 보좌했습니다. 노스브리지에는 메모리와 확장 슬롯을, 사우스브리지에는 저장장치나 I/O 포트 부와 CPU를 이어줬습니다. 시간이 흘러 인텔 1세대 코어 시리즈와 AMD 1세대 APU부터는 노스브리지 기능이 CPU에 통합되었고, 현재 메인보드에 올라가는 칩세트는 사우스브리지뿐입니다. 저전력 플랫폼에는 이 칩세트 기능과 그래픽까지 모두 칩 한 개로 통합된 SoC(System on Chip)가 사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텔 B560 칩세트는 메인스트림 플랫폼용 500 시리즈 칩세트 중 중급 모델입니다. 인텔 11세대 코어 시리즈 프로세서인 '로켓레이크'를 위한 칩세트로 로켓레이크는 Z490과 H470 메인보드에서만 지원하여 B460 칩세트 메인보드는 10세대 코멧레이크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B560, B460 칩세트를 비교한 표입니다. B560 칩세트의 가장 큰 특징은 메모리 오버클록 지원입니다. 이전 세대에서는 오직 P, Z 시리즈 메인보드만 CPU와 메모리 오버클록을 지원했는데요. 500 시리즈에서는 B560도 메모리 오버클록이 가능합니다. CPU 오버클록은 Z590만 지원합니다. 추가로 최대 20Gb/s 전송 속도를 자랑하는 USB 3.2 Gen 2x2를 칩세트 자체에서 지원합니다. 로켓레이크에서 지원이 예정된 PCI Express 4.0은 메인보드 칩세트가 아닌 CPU에 내장된 PCI Express 컨트롤러에서 지원하는 기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