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제조사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어필하기 위해 하위 브랜드를 활용합니다. 신생기업이라면 마치 기업 이름을 고유 브랜드처럼 활용하기도 하지만, 역사가 깊은 곳은 이름이 지닌 상징성 때문에 함부로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만일 새 브랜드를 론칭하는 데, 수십 년간 사용해오던 기업 이름을 그대로 적용하면 새로운 느낌은 온데간데없고 기존 이미지만 계승하는 꼴이 될 수 있으니까요. 또한, 새 브랜드의 성적이 안 좋다면 단순히 해당 브랜드뿐만 아니라 기업 전체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미지 타격을 입을 때마다 사명을 바꾸기엔 신뢰감을 심어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입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삼성을 들 수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브랜딩이라는 개념이 있기 전까지는 그저 사명 뒤에 제품 이름을 이어서 쓰는 방식으로 제품을 출시해왔습니다. 그 뒤로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성격이 비슷한 제품끼리 분류하여 하위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죠. 그중에는 애니콜처럼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브랜드도 있지만, 옴니아같이 나쁜 의미로 회자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결국 옴니아는 도저히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였는지 다시금 갤럭시라는 이름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칼럼을 써 내려가는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브랜드로 남아있습니다.
과연 삼성이 갤럭시라는 브랜드를 활용하지 않고 기업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했을까요? 역사에 만약은 없다고 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 현 상황보다는 불리한 위치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삼성의 몇 안 되는 실패작을 뒤로하고 새로 만든 스마트폰이라는 점에서 삼성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내걸었다면 부정적인 이미지부터 떠올랐을 겁니다. 따라서 같은 시기에 출시한 다른 스마트폰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삼성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어필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한번 제품에 익숙해지면 타사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하지 않는 이상 잘 옮기지 않는다는 걸 생각했을 때 이는 치명적입니다. 물론 현재 스마트폰 시장을 봤을 때 국내 시장에서 끝끝내 삼성이 승리자로 남았을 거 같지만요.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제품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브랜딩 하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는 겁니다. PC 시장에서 좋은 이미지를 지닌 제조사가 뭐가 있냐고 묻는다면 G.SKILL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TRIDENT 시리즈는 매 세대마다 사용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브랜드와는 다른 면이 있지만, 메모리라는 제품 특수성을 고려하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용량과 클록, 타이밍이 다른 제품이 같은 TRIDENT라는 이름을 사용하니까요. DDR2 TRIDENT를 시작으로 TRIDENT X를 거쳐 DDR4에서는 TRIDENT Z와 Z RGB, Z NEO 그리고 Z Royal까지 수많은 접미사를 통해 제품을 구분했습니다. 선택지를 확 늘려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말이죠. 더 나아가 높은 오버클록 잠재력과 타사에서는 꿈꾸지 못할 클록과 타이밍을 제공하는 등 G.SKILL TRIDENT는 그저 훌륭한 메모리로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G.SKILL은 DDR5 시대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메모리를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TRIDENT 시리즈 역시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DDR3에선 TRIDENT X, DDR4 때는 TRIDNET Z를 사용한 만큼 어떤 알파벳을 썼을지 궁금증이 커집니다. 그러나 G.SKILL은 새로운 알파벳을 적용하는 대신 Z 뒤에 5를 추가했습니다. 다소 신선함은 떨어지지만, Z를 한 번 더 사용했다는 점에서 DDR4 TRIDENT Z 시리즈의 인기가 엄청났고, 그 인기를 DDR5에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과연 G.SKILL의 바람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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