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게 있는데, 사실 우리는 상상도 못 할 행운을 거머쥔 세대입니다. 인류의 기원을 길게는 300만 년, 짧게는 30만 년으로 잡습니다. 인간은 오래 살아도 100년 밖에 못 삽니다. 이 기나긴 역사, 인간의 눈에는 '영원'이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영겁의 시간 속에서 '동력기관을 탑재한 바퀴 달린 탈것'을 탈 수 있었던 세대는 고작 2세대에 불과합니다. 우리 아버지 세대 그리고 우리 세대입니다. 증기자동차를 포함한다면 몇 세대 더 있겠지만, 증기자동차는 역사가 워낙 짧고 화물철도의 보조수단으로 활용된 만큼 우리가 '누렸다'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누리기 시작한 시기는 카를 벤츠(Karl Friedrich Benz, 1844 ~1929)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면서입니다. 자동차 역사가 발을 떼는 초기, 자동차는 그야말로 부호가 아니면 소유할 수 없는 사치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할아버지 세대를 포함하지 않는 겁니다. 오는 2030년에는 디젤 엔진이 사라집니다. 2035년에는 가솔린 엔진이 사라집니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가 발표한 탄소중립 로드맵에는 완성차 업체들에 내연기관차를 더 이상 개발하지도, 판매하지도 못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대신 전기와 수소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전환을 요구했습니다. 대부분 선진국이 이를 따르며, 인도와 말레이시아 등 일부 신흥국까지 이 로드맵을 따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래서 '바퀴 달린 탈것'의 범주를 내연기관으로 한정한다면, 우리 다음 세대를 포함할 수 없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운전자와 함께 호흡합니다. 엔진의 회전 질감,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 진동, 머플러에서 들리는 소리, 가솔린 냄새, 변속 체결감, 모든 정보를 운전자는 오감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연기관은 재미있고 특별합니다. 이 재미는 인류 역사에서 우리 아버지와 우리에게, 오직 단 2세대에게만 허락된 겁니다. 우리 다음 세대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아마 박물관에서 볼지도 모릅니다. 과연 시동조차 제대로 걸리지 않는 차를 보면서, 그들이 내연기관의 재미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6000 cc 12기통 엔진이 연주하는 우렁차고 감미로운 소리를 직접 들을 기회나 있을까요? 머플러에서 팝콘 터지는 소리가 난다는 걸, 블로우오프 밸브에서 비둘기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걸 알 수 있을까요?
내연기관이 사라진 미래는 참 형편없을 겁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라도 저와 생각이 같을 겁니다. 우리는 어쩌면 인류 역사에서 내연기관을 누린 마지막 세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만약 지금 자동차 구매 계획이 있다면, '기회의 8년(디젤)' 그리고 '기회의 13년(가솔린)' 동안 조금 무리하더라도 내연기관 차를 선택해야 할 시기입니다. 이왕이면 대배기량의 8기통, 12기통 차량으로 말입니다. 재미 없는 전기차 대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