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마니아 사이에서 얇은 키보드는 '사무용'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두께가 얇은 제품에는 주로 멤브레인Membrane이나 팬터그래프Pantograph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멤브레인과 팬터그래프 방식은 일반 기계식 스위치Mechanical Switch와 비교해 동시 입력, 구분감 등에서 불리합니다. 그래서 게이머가 외면하지만, 작동 소리가 정숙하고 두께가 얇기 때문에 귀와 손목에 부담이 적어 사무 작업에서는 월등히 좋습니다.
시장에는 낮은 키보드를 선호하지만 찰칵이고 서걱대는 기계식 감성을 포기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습니다. 이번에 칼럼으로 소개할 제품은 CHERRY MX BOARD 10.0 Low Profile RGB 키보드인데요. 이 제품은 이러한 분들에게 가뭄 끝에 단비 같은 존재입니다. MX Low Profile 설계가 적용되어 키보드 높이는 22 mm에 불과하지만 명백한 기계식 스위치를 탑재했습니다. 22 mm 두께는 CHERRY의 최신 MX Low Profile 스위치와 키캡, 해당 프로파일만을 위한 별도의 하우징 설계가 적용되어 달성한 수치입니다.
▲ CHERRY의 최신 스위치인 MX Low Profile RGB 적축 l 이미지 출처: CHERRY 공식 홈페이지
MX Low Profile 스위치는 단순히 기계식 스위치의 감성만 충족하는 제품이 아닙니다. 게이밍에도 강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일반 MX 적축, 갈축, 청축, 흑축 스위치의 입력 지점은 2.0 ~ 2.2 mm에 분포하고 있는데, MX Low Profile RGB 적축 스위치의 입력 지점은 1.2 mm로 약 2배 가까이 짧습니다. 게이밍 성능을 강조하는 기계식 키보드 대부분 폴링 레이트와 응답 속도 등 신호 전송 속도만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게이머가 더욱 체감하기 쉬운 영역은 사실 최초 입력 지점의 깊이입니다.
A는 100 m를 달려서 버튼을 눌러야 하고, B는 50 m를 달려서 버튼을 눌러야 한다고 했을 때, A가 가진 버튼의 신호 전송 속도가 B가 가진 버튼보다 우수할지라도 물리적으로 더 먼 거리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승부에서 B가 유리한 것과 같습니다. 키보드 마니아 사이에서도 폴링 레이트와 스캔 레이트를 체감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입력 지점에 따른 차이를 체감할 수 있냐는 물음에는 대부분 'Yes'라고 말합니다. 종합하자면, CHERRY MX BOARD 10.0 Low Profile RGB 키보드는 CHERRY가 고심 끝에 내놓은 비장의 카드입니다. 사무 작업에도 좋고 게이밍에도 좋아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획기적인 제품입니다. CHERRY는 오늘날 기계식 스위치 형태를 정립한 회사로 키보드 시장을 선도했었는데요. 최근 도전자들의 견제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과연 이 제품으로 명성을 되찾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자세한 내용은 이어지는 글과 사진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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