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리모컨에는 여러 버튼이 있습니다. 전원, 메뉴, 외부 입력, 검색, 이전/다음 채널, 음량 조절, 숫자 키패드 등 꽤 많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소파에 누워 손가락만 움직입니다. 리모컨이 없었던 과거에는 채널을 넘기고자 몸을 움직이는 게 당연했지만, 지금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렇게 고마운 리모컨에서 어느 날 갑자기 일부 버튼이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이전/다음 채널 버튼이 사라진다면, 매번 숫자를 눌러 채널을 바꿔야 할 겁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보단 낫지만 분명 번거로운 일입니다. 이는 컴퓨터를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놀랍게도 이러한 불편을 자발적으로 감수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키보드 마니아들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풀 배열 키보드에는 통상적으로 104개 키가 있습니다. 상단 펑션 키, Ctrl과 Alt 등 컨트롤 키, Insert와 Delete가 있는 내비게이션 키, 숫자 키패드를 모두 포함한 배열입니다. 여기서 문자열만 남겨둔 키보드를 포커 배열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미니 배열은 마니아 사이에서 꾸준히 사랑받습니다. 분명 번거롭고 불편할 텐데, 이들은 어째서 미니 배열을 고집하는 걸까요? 이유는 바로 키감 때문입니다. 미니 배열은 생략한 키가 많아서 하우징과 보강판이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면 통울림을 억제하기 좋고 특유의 정갈한 키감이 일품입니다. 이는 텐키리스와 풀 배열 키보드로는 흉내 내기에 한계가 있는 영역입니다.
그동안 미니 배열은 키보드 마니아의 전유물 같았습니다. 소수 마니아만 선호하고 찾는 이가 적어서 소규모로 생산했습니다. 규모가 작다 보니 품질에 비해 값이 비싸기 일쑤고 구매자가 제품을 받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일일이 하우징, PCB, 보강판, 스위치를 고르고 호환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 역시 막연하고 낯선 영역입니다. 배열만 놓고 봐도 수요가 적은데, 이렇게 진입 장벽까지 높아서 일반 사용자 및 게이머는 미니 배열에 접근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최근 글로벌 게이밍 기어 제조사들은 신제품으로 연이어 미니 배열 키보드를 내놓고 있습니다. 이 행렬에는 매드캣츠도 동참합니다. 오늘 칼럼으로 소개할 제품은 MadCatz S.T.R.I.K.E. 6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미니 배열이라는 점입니다. 매드캣츠가 미니 배열을 오랜만에 도전하는데, 과연 그동안의 여러 노하우를 잘 담아냈을까요? 매드캣츠 특유의 기능 추구 정신과 사이버틱한 디자인 감성을 고려했을 때, 결코 평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여러 가지로 기대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럼 자세한 내용은 이어지는 글과 사진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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