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파음 측정도 해보았습니다. 흔히 고주파음이라고 부르는 '찌르르'하는 소리들은 대부분 전원부 초크Choke 내에 들어 있는 코일이 떨리면서 발생하는 코일 떨림음입니다. 하지만, 소음 원인이 반드시 코일에만 있다고 보기가 어렵고, 그래픽카드 샘플마다 차이도 큰 편이기에 사실 명확한 명칭을 규정하기에는 난해함이 있습니다. 또한, 분야마다 고주파 범위는 차이가 있으나 보통 위 그래프 범위보다 훨씬 주파수 대역이 높습니다. 그러나 PC 하드웨어서는 위에서 언급한 코일 떨림음을 비롯해 전반적인 전기적인 노이즈를 '고주파'로 통칭하고 있어 본 테스트에서도 쉬운 이해를 위해 흔히 사용하는 표현인 고주파음을 그대로 채택해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고주파음 발생 조건 특성상 높은 프레임 레이트에서 3D 연산이 이루어질 때 주로 발생하는데요. 이런 상황 연출을 위해 배틀그라운드 대기실에서 측정했습니다.
측정을 위해서 가장 우선시한 건 외부 소음입니다. 고주파음은 매우 시끄러운 상황에서는 소리가 묻혀서 잘 들리지 않는 경향도 있고, 게임을 즐기거나 작업을 하는 모든 상황에서 일정하게 발생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변인 통제를 위해 외부 소음 요인을 최대한 없애는 노선을 택했고, 방음 부스에서 CPU 쿨러 및 그래픽카드 쿨러의 팬을 모두 멈춘 상태로 음향기기 칼럼에서 활용하는 Audio Precision APx517B 분석기에 Earthworks Audio M30 마이크를 연결하여 전기적 노이즈를 주파수 대역별로 분석했습니다. 결과 그래프에서는 가청 주파수 내에서 '고주파'로 인식하는 4 kHz~20 kHz 대역의 그래프를 중점적으로 확인하시면 됩니다. 체감 기준선인 17.5 dBSPL 이상이면 그래픽카드에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댈 경우 느껴지며, 20 dBSPL 정도까지는 조금만 멀어지면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비교 대상인 라데온 RX 6900 XT LC는 높은 부하가 걸렸을 때 일반적인 사용자라면 누구나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고주파음이 발생했습니다. 테스트실 어디에서나 들릴 정도이며, 측정 결과에서도 25 dBSPL이 넘는 부분이 다수 존재합니다. 5 kHz와 10 kHz 대역에서는 각각 30 dBSPL과 32.5 dBSPL에 가까운 소리가 측정되기도 했습니다.
GIGABYTE 지포스 RTX 4090 Gaming OC는 4 kHz~6 kHz 대역에서 17.5 dBSPL이 넘고, 최고 22.5 dBSPL이 측정되어 고주파음이 느껴지긴 하지만, 다른 대역에서는 모두 17.5 dBSPL 이하라 그리 크지 않고, 그래픽카드에서 조금만 멀어지면 잘 들리지 않은 편입니다. 현재 입고된 제품 중에서는 가장 양호한 모습입니다. 유휴 상태에서는 고주파음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 테스트에 사용한 샘플과 시스템 구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체감 기준 역시 사용자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 벽돌은 구성품에 포함되어있지 않습니다.
■ 매우 거대하다
수많은 그래픽카드를 만져봤지만, 이번 지포스 RTX 4090세대처럼 거의 모든 그래픽카드가 일관되게 거대한 경우는 처음입니다. 이제는 도저히 '카드'라고 부를 수 없을 지경입니다. 이정도 플래그십을 사용한다면 빅타워 급의 큰 케이스를 쓸 테니 그다지 상관없겠지만, 혹시라도 케이스에서 그래픽카드 330 mm 지원이라는 문구만 보고 안도하고 있다면 케이스 교체를 고려하셔야 합니다.
원래 Gaming OC 브랜드는 측면에 작은 RGB LED만 점등했는데, 이번에는 통 크게 쿨링팬 테두리에 링팬 RGB LED를 추가했습니다. 쿨링팬 지름이 110 mm라 면적이 크지만, 생각보다 광량이 밝지 않고 쿨링팬이 멈추면 LED가 꺼집니다. 각져있던 테두리와 내부 디자인에 곡선을 넣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각을 잘 살린 GIGABYTE 메인보드와 잘 어울리지 않고 뭔가 혼자 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 R.l.P. RTX 3090 Ti
크기만큼 성능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던 지포스 RTX 4090인데 레이트레이싱이나 DLSS를 제외한 '깡 성능'마저 이전 세대와 비교를 불허합니다. 직전 세대 플래그십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 3090 Ti를 100%로 놓았을 때 QHD에서 36%, UHD에서는 무려 54% 높은 성능입니다.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납니다. 지포스 RTX 3090이나 RTX 3090 Ti로 50시리즈까지 사용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있다면 엄청나게 흔들릴 겁니다. 저처럼요...
■ 덩칫값 하는 쿨링 성능
그래픽카드 크기가 큰 이유는 쿨링 설루션이 거대하기 때문입니다. 이런저런 기술을 추가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크기가 커야 장땡이죠. 110 mm 쿨링팬 3개와 히트파이프 10개, 무려 4 슬롯을 차지하는 괴물 쿨링 설루션은 무지막지한 지포스 RTX 4090을 어떻게 요리할까요?
뜨거운 RTX 4090이 기를 펴지 못하게 아주 철저하게 식혀버립니다. OC Mode에서 최대 62.5℃, 저소음 모드인 SILENT Mode에서조차 66.2℃입니다. 전원부 후면 온도는 50℃ 근처밖에 안 되므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OC Mode와 SILENT Mode의 소음 차이가 확실합니다. OC Mode는 최대 45 dBA, SILENT Mode는 39.5 dBA인데, 두 바이오스 간 게임 성능 차이가 크지 않고 SILENT Mode의 온도도 낮은 편이므로 SILENT Mode로 설정하고 사용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걱정되었던 소비전력도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지포스 RTX 3090 Ti에 이미 단련되어서 이렇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네요.
* LED 데모 시스템은 Fractal Design Meshify 2 WHITE, Fractal Design Flex B-20, LianLi GALAHAD AIO 240 ARGB(WHITE), GIGABYTE B550 VISION D, TeamGroup T-Force XTREEM ARGB로 조립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