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디지탈 NKEYBOARD를 기억하시나요?

QM깜냥
308 4385 2020.01.13 16:44


 


그때 그 시절, 우리의 키보드



  이번 글은 다양한 분야에서 만고불변의 '꿀 소재'로 통하고 있는 추억 팔이가 될 듯합니다. 누구라도 과거를 떠올릴 때면, 그 당시 상황보다는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을 텐데요. 그렇기 때문에 ‘응답하라 시리즈’나 과거 가수 노래를 회상하는 ‘슈가맨’ 같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걸 겁니다. 기억만 생생하게 남아 있다면 글이 술술 나오는 치트키를 저도 한 번 활용해봐야겠습니다.


  스타크래프트를 필두로 게임 시장이 꿈틀거리며 동네 곳곳에 PC방이 생겨나던 시절, 여러분은 어떤 키보드를 사용하고 계셨나요? 아마도 PC를 구매할 때 번들로 제공하는 키보드를 주로 사용하셨을 겁니다. 좋은 제품은 사은품으로 제공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딱히 특징이 있는 키보드는 아니었겠죠. 대부분 키보드는 잘 눌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저 역시 그런 부류 중에 하나였으니까요.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를 즐겨보던 제게 눈에 지속해서 띄는 제품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멤브레인 방식 키보드계에서 명품이라고 불리던 DT-35였죠. 삼성 PC를 구매하면 함께 증정되던 이 제품은 대다수 프로게이머(특히, e스포츠 황제 임요환이 사용하면서)가 사용하면서 따로 구매하는 키보드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입소문을 타며 최초(?) 게이밍 키보드로 자리 잡은 DT-35는 멤브레인 방식을 활용하는 제품 특성상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아서 국민 키보드 칭호를 얻게 됩니다. 키보드 시장에서는 독주하고 있던 DT-35는 리비전이 거듭되면서 이전에 알고 있던 제품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는데요. 특히 USB 방식으로 출시되면서 동시 입력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합니다. 이로 인해서 ‘구 DT-35 삽니다’라는 중고 장터 게시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었죠. 더 이상 신제품으로 이전 명성에 걸맞은 제품을 구할 수 없게 된 시점에 혜성처럼 등장한 키보드가 있습니다.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들이 사용하는 걸로 유명한 스카이디지탈 NKEY-1입니다.











멤브레인 키보드


출처: WIKIPEDIA

  사실 멤브레인(Membrane) 키보드가 대중화되기 이전 키보드는 대부분 기계식이었다는 거 알고 계시나요? 최근 출시되는 제품들이 대부분 기계식이라서 순서를 반대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으실 걸로 예상합니다. 아시다시피 기계식 스위치는 버튼마다 스위치를 배치해야 하므로 조립 공정이 복잡하고 단가도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기술을 발전시켜 멤브레인 키보드를 탄생시켰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저렴한 키보드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겁니다. 


  이 방식은 멤브레인 위에 올려둔 러버 돔(Rubber dome)이 눌린 키캡을 다시 위로 올려내는 걸 의미하는데요. 비슷하게 러버 돔을 활용했지만, 플라스틱 막 세 장과 구리 패턴으로 만들어낸 멤브레인 시트 대신 정전 용량을 활용하는 키보드는 멤브레인으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팬터그래프 키보드도 엄밀하게 따지면 멤브레인 키보드에 속하게 되는 겁니다. 러버 돔은 스위치를 누를 때 감각이 느껴지므로 멤브레인 키보드 키감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소음이 작고 부드럽게 눌린다는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도 저렴하다는 건 멤브레인 키보드가 가진 최대 장점입니다. 다만 구리 패턴에 따라 동시 입력 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는데요. 저렴하게 출시되는 만큼 무한 입력을 지원하는 키보드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카이디지탈 NKEY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던 거죠.









NKEYBOARD NKEY-1





  상자 디자인에서 느껴지듯, NKEY-1 키보드는 2009년에 출시된 제품입니다. 출시된 지 10년이 넘어가는 이 제품 상자에서 서울대 테란으로 유명했던 'TSL_Polt' 최성훈 선수와 프로게이머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품 구성품으로는 키보드 본품과 팜레스트, 주황색 키캡 8개, 키캡 리무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당시 멤브레인 키보드에 추가 키캡과 키캡 리무버가 동봉된 건 절대 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스태빌라이저 철심에 윤활이 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기성품 기계식 키보드도 윤활을 적용하는 경우가 드문 편인데, 멤브레인은 더 심했겠죠. NKEY-1 키보드는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2009년에 출시한 멤브레인 키보드인 NKEY-1은 PS/2 입력방식으로 무한입력을 지원하여 게이머들에게 관심을 받은 제품입니다.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RTS 게임은 키보드를 동시에 누를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동시 입력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만, 카트라이더나 피파 온라인과 같은 게임은 상황이 달랐습니다. 저 역시 피파를 즐길 때 대각선으로 뛰고 싶었지만, 한쪽으로만 움직이는 걸 체감하고 동시 입력 키보드를 찾아나섰던 일이 떠오르는군요. 그때 만났던 제품이 바로 NKEY-1입니다. 


  이 제품은 PS/2 연결 방식으로 무한동시 입력을 지원했는데, USB 컨버터를 활용하는 순간 동시 입력을 지원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PS/2 방식으로 연결하는 게 매우 중요했죠. 최근 출시되는 마더보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포트이지만, 당시에는 기본으로 하나쯤은 마련되어 있어서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또한 한국 표준 배열이 익숙했던 사용자들에게 엔터가 '┘'형태로 되어 있는 NKEYBOARD는 자잘한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와닿는 제품이라고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현재는 '一' 형태로 되어 있는 걸 더 선호하는 추세지만요.






NKEYBOARD NKEY-2





▲ 사진 출처: Skydigital 공식 DB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PS/2 포트가 사라졌습니다. 이에 맞게 NKEY 키보드도 리뉴얼되어 NKEY-2가 탄생했죠. 물론, 그 사이에 NKEY MACRO라는 제품이 출시되긴 했습니다만, 매크로 기능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후속작은 NEKY-2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2014년에 발매된 NEKY-2는 USB 인터페이스를 활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무한동시 입력을 지원했습니다. 반복 입력 기능까지 탑재되어 있어서 차기작다운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러버 돔 재질 차이로 인해 NKEY-1과 키감이 다르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NKEYBOARD NKEY-MACRO





  4년 뒤, 2013년에 출시된 NKEY-MACRO 상자는 최근 출시되는 기계식 키보드 상자 디자인과 유사합니다. NKEY-1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세상의 모든 키보드가 지겹지 아니한가!'라는 문구를 재활용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구성품은 NKEY-1과 아주 유사한데요. 키보드 본품과 팜레스트, 파란색 추가 키캡 8개, 키캡 리무버, 그리고 매크로 기능 활용을 돕기 위한 설명이 기술된 설명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3년 NKEY-1 키보드와 NKEY-2 키보드 사이에 출시된 제품으로 NKEY-2와 마찬가지로 USB 인터페이스를 활용하여 1,000Hz 폴링레이트와 무한동시 입력을 지원했는데요. 일반적인 키보드와는 다르게 매크로에 집중한 제품이었습니다. 다만, 구형 바이오스나 보안 프로그램과 충돌을 일으켜 금융 업무를 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는데요. 이 때문인지 NKEY-2는 매크로 기능이 빠졌습니다. 최근에는 PC보다는 스마트폰으로 금융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당시보다 지금 시점에 사용하면 문제가 덜 발생하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키감은 NKEY-1에 비해 키압이 살짝 무겁고 먹먹한 느낌이 드는 편입니다.









NKEYBOARD에 관하여




  위에서 살펴봤듯이 NKEYBOARD 라인업은 본래 스카이디지털 멤브레인 키보드 라인업을 뜻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는 MECHANIC이라는 브랜드(메카닉, 메카닉2, 메카닉 스타터, 메카닉 LED)로 출시되었죠. 메카닉 키보드는 초기 체리 스위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매크로 키가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인기가 좋았지만, 우후죽순 출시되는 다른 기계식 키보드들 때문에 설 자리가 좁아집니다. 2015년에는 MECHANIC 라인업을 NKEYBOARD 라인업으로 통합을 하였는데요. 스카이디지탈이 과거에 출시했던 NKEY 시리즈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소비자에게 NKEY-1은 과연 어떤 제품이었을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상품평을 읽어봤습니다. 이 중에서 제가 가장 감명 깊게 본 댓글은 ‘드디어 망가졌네요. 09년도에 샀던 거 같은데, NKEY 2 사보려고요. 감사합니다.’ 였습니다. 정당한 대가를 주고 구매한 사용자가 제품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더 이상 평가는 필요가 없을 겁니다.









마치며


  시중에는 출시된 지도 모르게 사라지는 제품이 참 많습니다. 워낙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고, 마케팅 부재라는 그럴싸한 이유도 있겠죠. 하지만 광고를 하지 않더라도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는 제품도 존재하니, 모든 걸 위와 같은 이유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겁니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DT-35 키보드는 딱히 광고를 찾아볼 수 없었지만, 1세대 게이밍 키보드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분에게 사랑을 받아왔고 그 자리를 이어받은 스카이디지탈 멤브레인 키보드 NKEY 시리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잘 만든 제품은 소비자가 먼저 알아보게 되어 있습니다.


  10년이 지나고 키보드 시장은 또다시 유행이 돌고 돌아 기계식 스위치가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유행이 돌았다고 표현하긴 했으나 정확히 말하자면 기계식 키보드 가격대가 많이 낮아진 게 가장 큰 원인일 겁니다. 더불어 기술 발전으로 기계식 스위치를 개량한 옵티컬 스위치도 보급되어 저렴한 기계식 키보드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멤브레인 키보드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도 아직 NKEY 시리즈를 찾는 분들이 계실 정도이니 잘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걸 방증하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스카이디지탈 MECHANIC 시리즈가 NKEYBOARD로 통합되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표준 배열인 106키를 그대로 이어가는 몇 안 되는 기계식 키보드입니다. 이 말은 외국에서 판매 중인 제품(US 표준 배열을 따르는)에 로고만 바꿔서 판매하는 다른 제품과는 다르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고집스럽게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키보드 배열은 적응하기 나름입니다만, 이 정신만큼은 다른 업체들도 본받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스카이디지탈 철학이 숨을 쉬고 있는 한 NKEYBOARD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일 겁니다.


  지금까지 퀘이사존 깜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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