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어낼수록 빛나는 미니멀리즘
최근 지인 추천으로 비행 인문학에 관련한 책을 읽었습니다. 전쟁사에 관심이 많다고는 하나 막상 근대 이후로는 관심이 없는데요. 그래서 정찰기와 폭격기 몇 대만 간단히 알고 있었습니다. 잘 모르기에 막연히 항공 지식과 역사는 어렵고 지루하리라 생각했는데요. 제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책에서는 지난 백 년간 축적된 데이터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냈습니다. 저 처럼 항공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쉽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일화 중에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관제 용어였습니다. 서양과 동양은 관제 용어를 사용함에 있어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그냥 '재송신하라.'고 말하면 되는 걸, 동양인 조종사들은 '죄송하지만, 제가 잘 못 들었습니다. 방금 뭐라고 했는지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라고 이야기 한다고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냥 '상승을 요청한다.'고 짧게 이야기해도 되는 걸 동양인들은 '혹시 가능하다면, 제가 좀 더 높은 고도로 올라갈 수 있을까요?'라고 부탁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길게 이야기하다 관제사에게 혼이 난다는 내용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교신은 말이 길수록 통신 오류를 유발하고 교신 기회를 차단합니다. 그렇기에 최대한 짧게 하는 게 중요하죠. 서구권을 기준으로 관제 용어가 정립되어 그런지, 아시아계 조종사들은 그들 특유 문화와 정서에 의해 명령조에 거부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미니멀리즘을 좋아하는 저는 이 관제 용어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효율을 위해 짧고 시니컬하게 말하는 그들 매뉴얼에 매력을 느꼈죠. 저는 평소 업무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기 위해 고민하고, 글을 쓸 때도 문장 호흡을 최대한 줄이려고 합니다. 이 책을 읽고 (업무적인 대화에 한해서) 이제는 대화를 할 때도 의사전달을 최대한 간소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네 정서상 약간은 오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냥 감수할 생각입니다. 최근 제게 가장 관심 있는 키워드는 간소화와 최소화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와중에 COUGAR BLAZER ESSENCE를 칼럼으로 다루게 되었습니다. COUGAR BLAZER 간소화 버전이죠. Essence의 사전적 정의는 본질이라고 하는데, 사실상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여 가격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인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접근성을 높인 버전이라고 마냥 무시해서는 안 되는데요. 기존 COUGAR BLAZER가 워낙 고급형 제품이었습니다. 때문에 가격을 낮춘다고 이것저것 덜어냈으나 결코 품질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필요한 부분은 취하면서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냈지요. 관점을 바꾸면 오히려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표적으로 강화유리와 섀시 두께를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COUGAR BLAZER는 강화유리 패널이 약 4.91T, 전면 섀시는 1.95T로 불필요할 정도로 두꺼웠으나, ESSENCE는 강화유리 패널 약 3.83T, 전면 섀시 약 1.67T입니다. 크기는 H 535, W 226, D 560(COUGAR BLAZER)에서 H 472, W 236, D 528(ESSENCE)로 줄어들었지만, 상단에 동일하게 240mm까지 라디에이터 장착을 지원하죠. 저장장치 수용성도 스펙표 상으론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조립을 진행해보아야 알 수 있겠지만, COUGAR에서 완성도와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이미 스펙표에서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약 3개월 만에 COUGAR BLAZER 제품을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요. 반가운 마음을 안고 칼럼을 진행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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