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SAIR는 전통적으로 키보드에 2자리 숫자를 부여해왔습니다. 사용 목적이나 등급에 따라 K65, K70, K95처럼 말이죠. 또한, 제품이 리뉴얼하면서 숫자 뒤에 세부명을 변경해왔을 뿐 숫자만큼은 그대로 유지해왔습니다. 그만큼 CORSAIR에 있어서 숫자는 단순히 등급을 의미하는 것 이상으로 해당 키보드를 지칭하는 대명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하는 듯 가장 인기 있는 K70과 K95는 숫자만 보고도 키보드 레이아웃이 떠오를 정도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그 중 K95는 여러 차례 리뉴얼을 통해 elgato Stream Deck 기능을 추가하고, 키캡도 PBT 재질과 이중사출 각인을 적용하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지만, 그럼에도 95라는 숫자를 유지했습니다.
CORSAIR에서 처음으로 기계식 키보드에 RGB LED를 채택한 K70 RGB가 등장한 지 6년 만에 드디어 K100이라는 이름으로 3자리 숫자를 부여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0으로 말이죠. 어떠한 군더더기 없는 숫자를 적용해 키보드의 완성을 알리는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한 탓인지 키보드 외형을 시작으로 왼쪽에 추가된 다이얼과 4,000Hz 폴링레이트까지 기존 CORSAIR와 비슷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기능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스테빌라이저 키감이 조금 먹먹해 아쉬웠지만, 문자열은 단단하고 깔끔했습니다.
여기서 4,000Hz 폴링레이트에 대해 안 짚고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폴링레이트는 정말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그것도 키보드가 아닌 마우스에서 말이죠. 사용자에 따라 체감이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며 체감이 된다고 해서 무조건 게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단언하기도 어렵습니다. 찰나의 순간 결과가 달라지는 마우스가 이 정도인데 키보드는 오죽할까 싶은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4,000Hz 폴링레이트를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체감하지 못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모두 체감하지 못하진 않겠지만, 마우스가 논란이 있는 만큼 키보드도 높은 폴링레이트가 체감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4,000Hz 폴링레이트가 갖는 의의가 무엇일까요? 프로게이머처럼 어떤 상황이든 최고의 환경이 제공돼야 할 때, 설령 사용하는 장비로 인한 불이익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사용자들을 위한 마지막 선택지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칼럼 작성일 기준 CORSAIR K100 RGB의 가격은 30만 원에 달합니다. 아무리 키보드 품질이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값비싼 가격인데요. 하지만 누구보다 최고의 장비를 추구하고, 자신의 한계가 어디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게이머, 그리고 누구보다도 CORSAIR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최고의 게이밍 머신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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