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RO
흔히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습니다. 90년대 패션이 당시 시대를 살아본 적 없는 어린 20대들 사이에서 다시금 유행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현세대가 경험해보지 못한 옛 유행을 매력적으로 느끼고 다시 유행을 일으키는 것을 레트로(Retro), 혹은 뉴트로(New + Retro)라고 합니다. 앞서 패션을 예시로 들었지만, 어느 장르든 레트로가 존재합니다. 또 다른 예시로 시티팝을 들 수 있는데요. 80년대에 일본을 주름잡던 시티팝이 최근 국내에서 몇몇 아티스트를 통해 다시 소개되고, 일부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칼럼에서 다뤄볼 키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게이밍 키보드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기계식 키보드가 레트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컴퓨터 역사를 쭉 살펴보면 클래식이라고 할 수도 있죠. 물론 당시 기계식 키보드와 요즘 유행하고 있는 기계식 키보드를 비교하면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그러나 PCB를 사용하고 금속 접점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대동소이합니다.
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Co.
컴퓨터 하면 어느 제조사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사람마다 기업을 평가하는 가치가 다르므로 먼저 떠올리는 기업도 다를 테지만, 저는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Co.)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개인 소비자용 PC에서는 Intel과 AMD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과거 명성에 비하면 다소 사그라든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2019년 클라우드 시장을 주도하고자 리눅스(Linux)로 알려진 redhat을 인수하는 등 여전히 PC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IBM은 과거 컴퓨터과 관련해서 여러 표준을 정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고, 뛰어난 성능과 완성도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에게 좋은 브랜드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IBM ThinkPad
IBM 대표 브랜드 ThinkPad는 2004년 레노버(Lenovo)가 인수하면서 IBM의 곁을 떠났습니다. 어느덧 16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레노버가 이끄는 ThinkPad는 IBM 시절 구축해온 재미있는 요소들을 바탕으로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7열 키보드는 ThinkPad를 대표하는 특징 중 하나입니다. 작은 노트북 안에 키보드를 효율적으로 배치해 손이 움직이는 반경을 최소화했습니다. 더군다나 마우스를 대체하고자 터치패드 대신 트랙 포인트를 전면으로 내세운 점도 큰 특징입니다. 새빨간 색으로 마감한 트랙 포인트가 눈에 확 띄어 국내 사용자들 사이에서 "빨콩"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죠. 하지만 ThinkPad라고 해서 모두 7열 키보드를 적용한 건 아닙니다. 몇몇 노트북은 6열 키보드를 사용하기도 하고, 7열 키보드를 적용했다고 하더라도 조금씩 배열이 다른 경우가 있었습니다.
ThinkPad 브랜드 25주년 기념 노트북. 기념작답게 ThinkPad 다운 7열 키보드와 빨콩이 적용돼있다. <https://www.lenovo.com/us/en/laptops/thinkpad/thinkpad-25/ThinkPad-25/p/22TP2TTTP25>
ThinkPad가 25주년을 맞이했던 2017년. 레노버에서 레트로 콘셉트로 노트북을 하나 선보입니다. 25주년 기념작답게 제품명도 ThinkPad 25로 짧고 간결합니다. 외형은 앞서 언급한 7열 키보드와 파란색 엔터키를 적용하여 진정 ThinkPad 골수팬을 만족시키는 구성을 갖췄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하단 ThinkPad 로고에 RGB 색상을 입혀 마치 옛날 IBM 시절 로고를 엿볼 수 있게끔 마무리했습니다. 21세기에 출시한 노트북이지만, 20세기 향수를 진득하게 느낄 수 있는 완벽한 레트로 노트북이죠. 그리고 이런 7열 키보드 모습을 그대로 본뜬 기계식 키보드가 있습니다. 바로 TEX SHINOBI인데요. 노트북 키보드에 많이 사용하는 팬터그래프 대신 기계식 스위치를 사용했는데, 사용성이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
제품 사양
TEX
TEX는 대만에 위치한 기계식 키보드 제조사입니다. 시중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평범한 키보드가 아닌 독특하고 마니아가 좋아할 만한 키보드를 다양하게 만들어오고 있죠. TEX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make different, think different."만 봐도 TEX가 지향하고 있는 키보드가 무엇인지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이제 고작 7년 남짓 역사를 가지고 있는 TEX는 BEETLE을 시작으로 YODA, YODA II, KODACHI를 거쳐 이번 SHINOBI까지 선보이게 됐습니다. 역사가 짧고 지금까지 만들어온 키보드 종류도 적음에도 불구하고 개성 있고 뛰어난 품질의 키보드를 생산해온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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