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뛰려면 걸을 줄 알아야 하며, 방정식을 풀어내기 위해선 사칙연산이 능수능란해야 합니다. 음향 기기를 구매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음향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탑처럼 쌓아 둔 멋진 둔 시스템 사진을 볼 때 DAC과 AMP를 구비하고 싶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이러한 장치들은 가장 마지막 단계에 구매해야 합리적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왜일까요? 음향 기기는 출력 장치를 바꿨을 때, 변화를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기존에 사용하던 헤드폰의 성능이 60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상태에서 80 정도 성능을 발휘하는 소스 기기와 앰프를 구매한다면, 소비자는 성능 향상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오버클록을 할 수 없는 CPU에 최고 사양 마더보드를, PC 소비전력보다 훨씬 큰 용량을 지원하는 파워서플라이를 구매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아주 합리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소비죠.
예로부터 음향 기기는 스피커, AMP, 소스 기기를 구매할 때 5:3:2 비율로 예산을 편성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효율 칩세트가 등장하면서 DAC, AMP 성능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졌고, 가격은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5:3:2 공식을 지키기가 어려울 정도로 말이죠. 이 모든 게 중국 음향 기기 제조사로부터 시작된 덕분에 제품 종류 또한 엄청나게 다양해졌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DAC, AMP를 먼저 구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스피커를 먼저 구비한 뒤, 이 제품을 효율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제품들로 시스템을 꾸린다면 합리적인 소비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만약, 구매한 스피커가 추가 장비 없이도 충분히 만족스럽다면, 그 지점에서 지출을 멈추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출력 기기를 가장 먼저 구매하는 게 좋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음향과 게임이 만나는 순간, 기존 음향 기기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오로지 음질과 음색으로만 승부하던 것과는 다르게 부가 기능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기 때문인데요. 가상 서라운드와 마이크 관련 기능이 워낙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터라, 제조사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3.5mm 아날로그 잭을 버리고 있습니다. 그 대신 칩세트에 전력 공급이 가능한 2.4GHz RF 신호를 활용하는 무선 연결이나 USB 인터페이스를 활용합니다. 다만, 전력을 직접 공급하기 때문에 노이즈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문제점은 아직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이라면 다행입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3.5mm 아날로그 잭을 활용하는 헤드셋과 PC용 사운드카드를 찾아봐야 합니다. 그 선택지 속에는 이번에 소개해드릴 제품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EPOS | Sennheiser는 '어쩌면 가장 먼저 구매해야 할 사운드 플레이 기어'를 모토로 이 제품을 개발했다고 말합니다. 음향 시장에 형성된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인데요. 그들이 이렇게 말한 이유를 살펴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