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0원은 치킨 한마리를 집으로 배달시킬 수 있는 금액입니다. 앱코는 이 가격에 키보드와 마우스, 마우스 패드까지 제공합니다. 그럴싸한 외형에 LED도 번쩍번쩍입니다.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KM700이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비싸고 좋지 않은 제품은 있을지 몰라도, 싼데 좋은 제품은 없다.' 자본주의를 관통하는 이 문장을 우리는 다시금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윤을 남겨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정성 들여 만든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할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앱코는 그동안 품질을 다소 양보하더라도 사양을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해왔습니다. 가성비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어디까지나 뽑기가 잘 됐다는 가정하에서는 말이죠. KM700 세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내부를 뜯어보면 불안한 면이 꽤 있습니다. 마우스는 하우징을 고정하는 나사 하나가 전부입니다. 기판이나 무게추를 고정하는 나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판은 가벼워서 딱히 빠질 일이 없겠습니다만, 테이프와 구조물로만 고정한 무게추는 말이 다릅니다. 빠르게 움직였을 때 흔들리는 느낌과 부딪히는 소리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마우스를 얌전하게 사용한다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게임을 즐기는 분이라면 다소 거슬릴 수밖에 없는 설계입니다. 키보드는 러버돔을 접착제로 고정했습니다. 그런데 마감이 천차만별입니다. 테스트 도중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 있었는데, 표본이 하나라서 모든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구조 자체가 일체형 러버돔에 비해 문제를 야기할 확률이 높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마감 부분에서 정상적인 제품을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19,900원에 키보드, 마우스, 마우스 패드를 한 번에 구비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장점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고 할지라도 가격대가 높다면 지갑이 쉽사리 열리지 않습니다. 반면에 저렴한 제품은 필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필요한가?'를 고민하게 되죠. 앱코는 이 섭리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원래 사용하던 장비가 있지만, A/S 등을 이유로 아주 잠깐 필요한 제품이 필요한 분. PC 주변 환경이 허전해서 LED가 나오는 제품이 탐나지만 큰 지출을 하고 싶지 않은 분. 어린 자녀에게 생색내기 좋은 저렴한 선물을 구하는 분 등 상황을 극한으로 몰고 갈수록 존재감이 커집니다. 가격도 극단적으로 저렴하니, 일맥이 상통하는군요.
지금까지 QM깜냥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