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날로그 입력, 해볼 법한 시도 게이머들은 조금이라도 더 만족스러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감행합니다. 2021년 Razer가 선보인 제품을 나열해보면, 타깃을 한정했다고 느끼게 합니다. 폴링레이트를 8,000 Hz까지 끌어올린 마우스, 이번에 살펴본 아날로그 방식 키보드, 얼마 전 발표한 게이밍 안경까지. 하드코어 게이머 혹은 얼리어답터에게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대다수 게이머에게 좋은 반응을 끌어냈던 2020년과는 다른 행보라서 더더욱 흥미로운데요. 수요가 작은 왼손잡이용 마우스를 만들던 과거 Razer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돌이켜 보면 그들은 시작부터가 마니악 했습니다. 눈부신 발전으로 여유를 되찾은 Razer는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마음먹은 듯합니다. 대다수는 의구심을 갖겠지만, 누군가는 원했던 제품. Huntsman V2 Analog가 바로 그러한 키보드입니다.
아날로그 방식은 키보드가 더 편하지만, 게임 패드가 가진 장점이 탐났던 분이라면 한 번쯤 상상해봤을 법합니다. 창의력을 발휘한다면 영상, 그래픽 작업과 같은 분야에서도 활용할 만한 여지가 있겠습니다만, 주목적은 게임입니다. 미세하게 핸들을 돌려야 하는 레이싱 장르, 얼굴을 슬쩍 내밀어야 하는 FPS 장르, 몰입이 필요한 RPG 장르 등 잘만 활용한다면 분명 도움이 되는 기능입니다. 이론상으론 말이죠. 문제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최초 입력 지점이 1.5 mm이고, 최대로 눌렀을 때 3.6 mm입니다.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지 못하는 분이라면 잠시 자를 꺼내 보시기 바랍니다. 생각보다 짧은 구동 지점이죠. 과연 위에서 아래로 눌렀을 때, 짧은 거리를 미세하게 인지하여 컨트롤할 수 있을까요? 물론, 인간이 가진 능력은 무궁무진합니다. 사용 기간이 길어지면서 제품 특성에 적응한다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죠. 하지만 아날로그 키보드를 막 접했을 때, 머릿속에 물음표가 그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 패드라 할지라도 미세한 조작이 쉽지 않다는 걸 고려한다면, 예견된 한계점입니다.
■ 높아진 키 압력, 그리고 키감 Razer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키 압력을 높였습니다. 누르기 힘들수록 거리를 구분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죠, 이는 Wooting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쩌면 확실한 구분을 위해 압력을 더 높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렇게 된다면 문서 작업이나 웹 서핑 등에서는 다소 불편함이 느껴지겠죠. 또한, RTS나 AOS 장르처럼 키보드를 경쾌하게 눌러야 하는 장르에선 쥐약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요. 그래서 타협점으로 잡은 게 검은색 슬라이더를 탑재한 광축일 겁니다. 그래서 도움이 되었는가? 묻는다면, 됐다고 답할 듯합니다. 아날로그 입력이 아닌 키감에 말이죠.
아이러니합니다. 분명 아날로그 입력을 위해 높인 압력일 텐데, 부가 고려 사안이었던 키감에서 엄청난 이득이 있었습니다. 과거 Razer가 선보였던 광축과는 확연히 다른 소리와 감각을 전달합니다. 현재 퀘이사존에서 키보드를 가장 많이 다루는 QM코리도 놀랍다는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제 기준에선 압력이 살짝 높게 느껴지긴 합니다만, 눌렀을 때 감각 자체가 워낙 좋아서 실보단 득이 크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아날로그 입력을 제거하는 등 사양을 낮추고 키감에 집중한 제품을 선보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중에 흔한 제품과는 달라서 재미있었는데요. 안정적인 선택 대신 도전을 택한 Razer, 참 멋지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QM깜냥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