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RSAIR DNA K100을 기점으로 CORSAIR는 키보드 라인업을 갈아엎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도 잘 티가 나지 않는 이유는 시그니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판 하우징 모양 때문일 텐데요. 이쯤 하면 새로운 외형을 고안해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또, 시중에 있는 다른 제품과 외형 비교를 해봐도 전혀 꿇리지 않습니다. CORSAIR는 아직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혹은 이보다 더 나은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지도요. 그만큼 잘 설계한 디자인이라는 거겠죠.
키감 역시 CORSAIR가 그동안 구현해온 CHERRY 적축 느낌을 유지했습니다. CORSAIR는 역시 적축이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는 걸 고려한다면, 일리 있는 선택입니다. 스태빌라이저에 별도 윤활을 하지는 않았지만, 크게 이질감 없는 키감을 구현해낸 점은 개선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탈부착 가능한 케이블과 PBT 재질 키캡까지 적용했으니, 그동안 지적되는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결한 셈입니다.
■ 마케팅? 프로 레벨을 위한 키보드? CORSAIR AXON Hyper-Processing Technology, 이름부터 거창한 이 기능은 폴링 레이트를 8,000 Hz까지 끌어올리는 기술을 말합니다. 오랜 기간 사용해온 1,000 Hz에 탈피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갑론을박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이론상으론 분명 근거가 있습니다만, 과연 1초에 1,000회를 넘어가는 입력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을 속 시원하게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본문에서 언급했듯이 마우스는 고주사율 모니터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다지만, 키보드는 딱히 떠오르는 상황이 없습니다. 키를 꾹 누르고 있다고 하더라도 초당 8,000회를 입력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CORSAIR는 왜 4,000 Hz를 넘어 8,000 Hz에 도달한 걸까요?
숫자는 마케팅에 활용하기 가장 좋은 도구입니다.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게이밍 기어 시장에서 돌파구라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마치 12,000 DPI / 16,000 DPI / 20,000 DPI처럼 사용하기 어려운 고 DPI처럼 말이죠. 물론, 한계치가 높아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겨우겨우 3옥타브 도를 내는 가수와 3옥타브 라를 낼 수 있는 가수가 3옥타브 도를 내는 건, 안정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론상 높아진 사양으로 인해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입력 누락에 더 강한 내성을 가졌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언제나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게이머들에게 사양은 든든한 보험인 셈입니다.
지금까지 QM깜냥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