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보드에게 물을 양보하세요
케이스 안에서 마치 혈관처럼 하드웨어와 하드웨어를 지나다니는 커스텀 수랭 호스는 매력이 있습니다. 전자기기와 상극인 물로 쿨링한다는 묘한 기분과 공랭, 일체형 수랭 대비 높은 쿨링 성능은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함에도 커스텀 수랭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일체형 수랭의 등장으로 수랭 쿨러 시장은 엄청나게 확장되었습니다. 10만 원을 훌쩍 넘던 일체형 수랭 쿨러도 이제는 5만 원 남짓한 저렴한 제품까지 나와 있습니다. 커스텀 수랭도 오직 성능만을 추구하던 과거에서 벗어나서 디자인과 기능까지 신경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렴한 제품을 출시하는 회사도 많아지고 이런 제품을 취급하는 유통사가 생기면서 번거롭게 직구를 하지 않아도 쉽게 커스텀 수랭으로 진입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커스텀 수랭 조립 업체까지 생기고 있으니 소비자들에게는 이제 커스텀 수랭을 유지할 열정과 구매할 돈만 있으면 됩니다.
커스텀 수랭이 대중화되면서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수랭 블록이 기본 탑재된 그래픽카드, 메인보드도 간혹 출시합니다.
ASUS ROG MAXIMUS IX EXTREME | ASUS EKWB GeForce RTX 3090 24G
과거 출시된 ASUS ROG MAXIMUS IX EXTREME은 CPU와 전원부를 쿨링하는 모노 블록이, ASUS EKWB RTX 3090은 EKWB와 협력하여 수랭 블록을 기본 탑재했습니다.
ASUS ROG MAXIMUS XIII EXTREME GLACIAL 이전에 출시된 MAXIMUS IX EXTREME을 계승하는 모델로 볼 수 있습니다. 공랭 방열판 대신 수랭 블록이 기본 제공되어 메인보드와 CPU를 물로 쿨링하는 제품입니다. 최상위 브랜드인 EXTREME의 커스텀 수랭 버전은 수요층이 정말 극히 일부일 텐데요, 이런 최상위 모델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고 가지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고급 슈퍼카 같은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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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보드 칩세트는 점점 입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미세공정이 뒤떨어지던 과거에는 노스브리지와 사우스브리지 2개 칩세트가 메인보드에 올라가서 CPU를 보좌했습니다. 노스브리지에는 메모리와 확장슬롯을, 사우스브리지에는 저장장치나 I/O 포트 부와 CPU를 이어줬습니다. 시간이 흘러 인텔 1세대 코어 시리즈와 AMD 1세대 APU부터는 노스브리지 기능이 CPU에 통합되었고, 현재 메인보드에 올라가는 칩세트는 사우스브리지뿐입니다. 저전력 플랫폼에는 이 칩세트 기능과 그래픽까지 모두 칩 한 개로 통합된 SoC(System on Chip)가 사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텔 Z590 칩세트는 메인스트림 플랫폼용 500 시리즈 칩세트 중 최상위 모델입니다. 인텔 11세대 코어 시리즈 프로세서인 '로켓레이크'를 위한 칩세트로 로켓레이크는 Z490 메인보드에서도 사용할 수 있지만, Z590은 Z490보다 더 많은 기능을 지원합니다.
Z590, Z490 칩세트를 비교한 표인데요, 주요 기능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최대 20Gb/s 전송 속도를 자랑하는 USB 3.2 Gen 2x2를 칩세트 자체에서 지원합니다. Z490 칩세트에서 이를 지원하려면 별도 컨트롤러나 확장카드를 사용해야 했죠. 로켓레이크에서 지원이 예정된 PCI Express 4.0은 메인보드 칩세트가 아닌 CPU에 내장된 PCI Express 컨트롤러에서 지원하는 기능입니다. 따라서 Z490 메인보드도 PCI Express 4.0을 지원하도록 설계했다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메인보드 구성품은 보통 케이블류와 매뉴얼, 드라이버 디스크 정도이므로 메인 페이지에서 별도로 설명해드리고 있지는 않지만, EXTREME GLACIAL은 최상위 모델에 커스텀 수랭 파생제품인 만큼 독특한 구성품이 많습니다. 먼저 패키지 무게부터 예사롭지 않아서 8 kg을 넘습니다. 상자가 책처럼 옆으로 펼치게 되어있습니다. 상자를 열면 수랭 블록과 EKWB 피팅 6개가 들어 있는 상자가 보입니다.
오른쪽 벨크로를 떼고 스펀지를 들면 메인보드 기판이 나타납니다. 방열판 역할을 하는 수랭 블록이 분리되어 별도 동봉되어 있으니 메인보드 기판이 바로 보여서 다른 메인보드와는 구성 자체가 다릅니다.
구성품 상자가 4개나 되는데요, 각종 케이블류와 매뉴얼, 서류 등은 제외하고 다른 메인보드에는 없는 독특한 구성품 위주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상자에는 구성품 종류에 맞춰 로고가 그려져 있는데요, 나사 로고가 그려진 상자 안에는 수랭 블록 조립에 필요한 각종 나사류와 서멀 패드, 서멀 컴파운드, 무선 안테나 등이 들어있습니다. 드라이버 디스크가 아닌 드라이버 USB 저장장치가 들어 있는 게 눈에 띄네요. 서멀 패드는 재단할 필요 없이 위치에 맞게 잘려있어 비닐만 떼고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서멀 컴파운드는 Thermal Grizzly이며, 2~3번 정도 CPU에 사용할 수 있는 양입니다.
가장 큰 상자에는 DIMM2 M.2 SSD 카드, 쿨링팬/RGB LED 컨트롤러, USB DAC, 드라이버가 들어있습니다.
커스텀 수랭을 하면 필연적으로 쿨링팬 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라디에이터마다 쿨링팬이 많게는 6개씩 들어가니까요. 팬/RGB LED 컨트롤러는 커스텀 수랭 사용자에게 아주 유용한 구성품입니다. 최대 6개의 쿨링팬과 RGB LED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USB DAC입니다. 제품명은 ASUS ROG CLAVIS로 PC, 각종 콘솔,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USB Type-C 포트에 연결하여 3.5 mm 오디오 기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ROG 로고에서 RGB LED가 점등됩니다. 탑재된 칩세트는 ESS 9281PRO인데요, 최신 하이엔드 모델입니다. 현재 유럽에서 100유로(21년 4월 15일 기준 한화 약 134,0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으니 메인보드 구성품으로는 상당히 고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