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테스트는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어느 테스트든 마찬가지지만, 같은 제품을 누가 어떤 환경에서 테스트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이번 지연 시간 테스트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여러 변인을 통제하기 위해 PC를 새로 꾸리고, 손대신 버튼을 눌러줄 기기까지 갖췄지만 여전히 모든 상황을 대변한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당장 즐기는 게임이 무엇이냐에 따라 지연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PC 사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심지어 온라인 게임이라면 서버 상태 및 인터넷 회신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이렇듯 짧은 지연 시간은 단순히 키보드와 마우스의 성능만 좋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입력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기기라는 점에서 지연 시간 테스트 결과를 참고할 가치는 충분합니다.
■ 지연 시간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MCU 성능입니다.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데이터를 소화할 수 있을 만큼의 성능이 뒷받침돼야 하니까요. 그래서 주변 기기 칼럼에서 제품을 하나하나 분해해 MCU의 사양을 확인하는 겁니다. 절대적이라곤 할 수 없지만, 대체로 8-bit MCU보다는 32-bit MCU가 더 뛰어난 성능을 제공합니다. 또한, 같은 32-bit라고 하더라도 아키텍처에 따라 성능이 천차만별입니다.
다음은 스위치 입력 지점입니다. 게이밍 시장에서 멤브레인 키보드보다 기계식 키보드가 두각을 드러낸 것도 입력 지점 덕분입니다. 끝까지 누르지 않고도 입력되므로 덜 누른 만큼 더 빠르게 입력되는 셈입니다. 이 점을 이용해 몇몇 스위치 제조사는 기존 기계식 스위치보다 입력 지점이 더 짧은 스위치를 내놓기도 합니다. 많은 브랜드에서 한 번씩 내세우는 기능인만큼 분명한 차이를 가져다줄 겁니다.
입력 지점이 있다면 입력 방식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물리적 금속 접점을 사용하는 기계식 스위치 특성상 필연적으로 디바운스(Debounce)를 거칩니다. 접점이 맞닿는 과정 중 금속이 떨리면서 지저분한 데이터가 발생하는 데, 지연 시간을 통해 불필요한 데이터를 제거합니다. 제거한 시간만큼 실제로 입력되는 데까지 시간을 소요하고 이는 곧 긴 지연 시간에 영향을 끼칩니다. 이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대안이 빛을 활용한 옵티컬 스위치입니다. 최근 들어 키보드, 마우스 시장을 구분하지 않고 꾸준히 활용하는 만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지연 시간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을 살펴봤으나,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실제 제품 지연 시간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모든 걸 하나하나 분석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자연의 법칙을 수식화하고 데이터화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렇듯 여건이 안 되면 모든 제품을 다 테스트하는 방법도 좋은 해결책입니다. 현대 과학 발전 속에 수많은 실험이 있었다는 걸 고려한다면 말이죠. 아무튼 이번에 기준을 만든 지연 시간 테스트는 앞으로 등록할 키보드와 마우스 칼럼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 지연 시간 테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
앞서 테스트 시스템 및 환경 소개 단락에서 사람 눈으로 찰나의 순간을 알아차리기 어렵기에 SONY RX10 II 카메라를 사용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렇다는 건 제품에 따라 지연 시간이 다르게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분명히 미세한 차이를 알아차리는 사람들이 있고, 실제로 지연 시간을 줄이기 위해 펌웨어를 수정하는 일도 있습니다.
이 테스트는 이러한 상황에서 빛을 발합니다. 게이밍 마우스를 자칭하는 제품들이 유의미하게 짧은 지연 시간을 제공하는지 수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일 비정상적으로 긴 경우 제조사 차원에서 문제를 인지하고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걸 직접 증명하지 않고도 더 좋은 제품을 손에 쥘 확률이 높아지니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당장은 데이터가 적지만, 퀘이사존을 거치는 키보드와 마우스가 많아질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어느 순간부터는 제품끼리 상대 비교가 가능해질 겁니다. 그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면 제조사는 실질적인 지연 시간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간 수많은 오차율 테스트를 통해 센서 상향 평준화를 이뤄냈다면 이번에는 반응 속도입니다. 더 이상 마케팅 수단이 아닌 실질적인 성능 향상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글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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