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유 꼭 넣어야될까?(옥탄가에 대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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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고급유 꼭 넣어야될까?(옥탄가에 대한 이해) QM볼타 15 556 2024.05.10 18:59

<img src="https://img2.quasarzone.com/editor/2024/05/10/73f051089ca7e2f8516e0d1e30c7b467.png" alt="퀘이사존"> (아반떼N도 좋아하는 고급유) "제 차가 수입차인데 고급유 꼭 넣어야 되나요? 또는 제 차는 고급차는 아닌데 일반유로 충분하지 않나요?"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의 대다수는 이 질문이 계속 반복됩니다. 뫼비우스 띠처럼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오는 질문이죠. 아직 차알못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저도 처음엔 동일한 질문을 했었고 아마 이 글을 읽는 회원분들도 차량을 처음 운행하면서 비슷한 궁금증을 가지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고급유와 일반유. 그리고 일부 차에 권장되는 옥탄가(Octane Number. 국가마다 단위가 다르며 RON, MON, AKI 형태로도 표기됩니다)의 의미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img src="https://img2.quasarzone.com/editor/2024/05/10/94cab4f704b621b1dea8046c5153517e.png" alt="퀘이사존"> (자동차 제조회사가 기재한 엔진의 권장 옥탄가를 주유하는 것이 가장 좋다)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 차량들은 연료로 휘발유를 사용합니다. 여러 나라마다 관련 법으로 이 휘발유에 대한 기준값을 정의하고 있는데. 차량 성능, 탄화수소 조성 비율, 물성, 오염물질 비율 등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중 옥탄가(Octane Number)는 휘발유의 특성을 나타내는 주요한 수치로 엔진 노킹에 대한 저항성을 의미하죠. 옥탄가는 90에서 100 정도의 숫자로 표기되기 때문에 일부는 이 수치가 휘발유 내에 옥탄의 함량을 정의하는 것처럼 인식하지만 사실 이것은 휘발유 노킹의 정도를 측정하는 수치이며 스스로 얼마만큼 불이 잘 붙지 않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입니다. 따라서 일반유와 고급유는 사실상 같은 휘발유이나 옥탄가의 차이로 인해 개념적으로 분류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노킹은 또 뭔데?라는 질문이 이어지겠죠. <img src="https://img2.quasarzone.com/editor/2024/05/10/bf22c6043f441956a65d0ff3bb2f6679.jpg" alt="퀘이사존"> (1998년 개봉된 명작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 후술할 노킹과는 관계가 전혀 눈곱만큼도 없다) 노킹(Knocking)은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 차량이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일입니다. 가솔린 엔진의 구동 순서를 살펴보면 이 노킹에 대한 이해가 가능한데요. 차량의 작동이 시작되면 엔진 내부 점화플러그가 불꽃을 점화하고 연소가 진행됩니다. 그럼 내부의 폭발에너지가 피스톤을 밀어내고 다시 그 운동 에너지가 엔진 크랭크 축에 전달되어 기어를 거치고 최종적으로 바퀴가 구르게 되는 셈이죠. (와~정말 쉽죠?) 그런데 이 휘발유는 점화플러그가 불꽃에 의해 점화되기도 전에 높은 압력과 온도에 의해 스스로 발화합니다. 따라서 원래 있어야 할 연소로 인한 폭발 외에도 또 다른 폭발이 진행되고 이 충격파로 인해 압력이 크게 증가하여 엔진 실린더 내벽과 피스톤 헤드 등에 전달되는데 이것을 바로 노킹이라고 하는 것이죠. 차량에서 똑똑거리는 반복적인 금속성 소음이 나고. 가속 시 따다닥 소리가 들린다면 네. 일반적으로는 엔진 노킹에 당첨되신 겁니다. 물론 다소 오래된 차량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비교적 최근 연식의 차량이라면 다른 증상을 의심해 봐야겠지만요.   <img src="https://img2.quasarzone.com/editor/2024/05/10/68b712876002a047c2760967b901c4b0.png" alt="퀘이사존"> (노킹을 억제하는 신기술이 나오는 것보다 전기차로의 변환이 더 빠를 것 같다) 어쨌든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이러한 노킹을 없애기 위해 오랜 세월 연구 개발을 진행했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진 못했습니다. 휘발유라는 연료 자체를 아예 다른 것으로 대체하지 않는 이상 노킹은 모든 가솔린 엔진 차량의 숙명이 되어버린 셈인데요. 대신 옥탄가가 높은 휘발유를 사용함으로써 이러한 증상을 완화시키고 억제하는 방법이 차선책이 되어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사실 높은 옥탄가의 휘발유는 노킹 저항이 강하다는 것 말고도 장점이 많습니다. 엔진의 힘이 강해지고 가속성이 좋아지며 주행 시 연비의 이점도 누릴 수 있습니다. 일반유와 달리 더 높은 압력에서 발화되기 때문에 앞서 말씀드린 이중 폭발을 최소화하여 엔진 수명 자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죠. <img src="https://img2.quasarzone.com/editor/2024/05/10/555056d3a6ddd6e120590c112949751c.png" alt="퀘이사존"> (한국에너지공단 오피셜은 연비 차이 거의 없다 / 출처: 에너지관리공단) 여기서 고급유의 엔진 출력이나 토크 상승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연비 이점에 대해서는 사실 아직도 갑론을박이 많습니다. 2021년 한국 에너지 공단이 진행한 일반유와 고급유의 연비 측정 실험 결과에서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총 3종의 고급 휘발유와 일반 휘발유의 연비 비교 시 최소 0.85%에서 최대 2.16% 수준의 차이만 나타나 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시험에 사용된 차량은 국산차였으며 RON 95나 RON 98 이상의 일부 수입차의 경우 권장 옥탄가 자체가 더 높기 때문에 이 보다 더 큰 차이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엔진 사양과 배기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어떤 차에 따라서는 조금 더 크게 나타날 수도. 또 어떤 차에 따라서는 조금 더 적게 나타날 순 있어도 차이가 없진 않다는 게 최종적인 팩트죠. <img src="https://img2.quasarzone.com/editor/2024/05/10/67c1b1620c3f8bb9c1345fb8b9384186.jpg" alt="퀘이사존"> (퀘이사존은 RON보단 ROG가 더 친숙하다)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옥탄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가겠습니다. 전 세계의 정유사들은 옥탄가 세팅을 달리하여 여러 형태로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마다 측정 단위가 조금씩 다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과 유럽의 경우에는 RON(Research Octane Number)이 사용되고 있으며 이 경우 통제된 시험용 엔진 기준으로 측정된 옥탄가가 기재됩니다. MON(Motor Octane Number)은 RON보다 더 높은 RPM 상태에서 부하를 주어 측정하는 방식이라 RON보다는 수치가 훨씬 더 낮게 나옵니다. 따라서 실제 상황에 가까운 수치라고 평가받고 있죠.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 등에서는 AKI(Anti-Knock Index)가 사용됩니다. 이는 RON과 MON의 평균 값으로 나오기 때문에 RON보다는 보편적으로 수치가 다소 낮게 표시되는 편입니다.  <img src="https://img2.quasarzone.com/editor/2024/05/10/724884e63971b0a1063dd241498deb1a.png" alt="퀘이사존">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고급유라고 부른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 옥탄가의 숫자를 그대로 기재하고 판매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유와 고급유라는 개념으로 분류되는 건 한국과 일본뿐이며. 여기서 일본의 경우에는 "하이 오크"라는 명칭으로 불리기 때문에 이름에서 옥탄가가 높다는 뜻이 포함되어 쓰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름 앞에 "고급"만 붙여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옥탄가와 관계있다는 의미보다는 그저 일반유보다 더 비싼 고급스러운 휘발유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일부 소비자들의 오해와 잘못된 인식을 만든 용어가 바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급유"라는 명칭인 셈이죠. <img src="https://img2.quasarzone.com/editor/2024/05/10/7e47f8541effcc9862caf3fbda200133.png" alt="퀘이사존"> (가장 쉽게 옥탄가를 확인할 수 있는 S-OIL / 출처: S-OIL 남부산고속주유소) 물론 우리나라의 일부 정유사는 이러한 옥탄가를 공지하고 있습니다. S-OIL은 유일하게 앱에서도 옥탄가 확인이 가능하고 S-OIL 보너스카드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이용 중인 주유소를 검색할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회사들의 경우 직영점에 한하여 RON 시험 성적서를 붙어놓기도 하죠. 문제는 모든 정유사가 동일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것이고 확인하는 과정 자체도 깔끔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SK 에너지의 경우 옥탄가에 대한 명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주유소가 많죠. 그저 자신들의 직영점 고급유가 최소 94 이상의 수준의 옥탄가를 제공하고 있다는 수준의 주장이 전부입니다.  SK 에너지 측이 공개한 고급유 기준의 물질안전보건자료만 본다면 문제 될 것은 전혀 없어 보이지만 내가 가는 주유소 기준의 정확한 옥탄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셈이죠. 결국 운전자들은 한국석유관리원이 정해준 기준대로 우리나라의 일반 휘발유는 RON 91 이상, 고급 휘발유는 RON 94 이상이 기준이니 "고급유면 최소 94  이상은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주유를 할 뿐입니다. 일부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고급유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었고 국내엔 교차 판매 방식이 풍토화되어 4대 정유사의 고급유는 대부분 RON 100 수준에 근접하다고도 주장하는데 글쎄요. 모든 정유사가 옥탄가를 쉽고 투명하게 공개하기 전까지는 그 주장에 설득당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img src="https://img2.quasarzone.com/editor/2024/05/10/5276cbe3efafe5e9d0ddade37d5e01a2.jpg" alt="퀘이사존"> (BMW 차량에 최소 RON 95가 기재되는 이유는 유럽의 일반유 기준이 RON 95이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서 엔진 이야기입니다. 모든 완성차 제조회사들은 차를 하나의 국가에만 판매하지 않습니다. 수출을 하려면 일반유만 넣어도 작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가들 마다 옥탄가를 표시하는 방식과 옥탄가에 대한 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최소한 일반유만 넣고도 주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고 그게 바로 노킹 제어 시스템입니다. 만약 권장된 옥탄가 미만의 휘발유가 주유되면 차량은 노킹 제어 시스템에 연결된 센서를 통해 이를 감지하여 ECU(Electronic Control Unit)에 전달합니다. 더 낮은 옥탄가의 휘발유가 주유되었으니 이로 인한 이중 폭발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전자식 점화코일에 엔진 점화 시기를 늦추도록 명령을 내리고. 흡기 온도를 의도적으로 낮춘다거나, 배기 밸브의 지연 작동을 유도하게 됩니다. 그리고 학습된 ECU는 더 높은 옥탄가의 휘발유가 감지되기 전까지 이 행위를 지속하죠. 결국 이러한 차량의 구동은 당초 설게된 엔진의 기본 출력보다 감소하게 만들고 연비가 떨어지게 만듭니다 이게 바로 높은 옥탄가인 고급유가 일반유보다 출력이 더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죠. <img src="https://img2.quasarzone.com/editor/2024/05/10/ba47fb9fba19adec92a3628d4f3eaf89.png" alt="퀘이사존"> (아 그래서 뭘 넣어야 되는데?) 다시 가장 처음 질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래서 제 차엔 일반유를 넣어야 되나요? 고급유를 넣어야 되나요? 정답은 자동차 제조회사가 권장한 옥탄가 이상이라면 무엇을 넣어도 무방합니다. 다만 더 높은 옥탄가의 휘발유라면 차량의 출력이나 연비에 있어 도움이 될 수 있고 무엇보다 차량의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간혹 "BMW 회장도 인터뷰에서 BMW 차량에 일반유 넣으라고 했다~ 고급유 안 넣어도 된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더러 계시는데 그건 독일의 일반유 기준이 RON 95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한국석유관리원이 일반유의 기준을 RON 91로 잡고 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BMW 차량들의 권장 옥탄가 최소 기준인 RON 95보다 더 낮고 따라서 일부 차량의 일반유 주유는 노킹 발생 확률 증가 및 출력 감소. 연비 저하와 함께 차량의 수명 단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차가 BMW는 아니기 때문에 공통 사항은 아니고 예시일 뿐입니다) 또한, "일반유를 지속 주유하다가 고급유로 바꿔 주유하고 다시 일반유를 넣는 것(일명 와리가리)은 차량에 좋지 않다"라는 말도 있는데 역시 낭설입니다. 앞서 설명드린 대로 차량의 노킹 제어 시스템을 통한 ECU의 차량 제어 과정은 실시간으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일반유를 넣다가 고급유로 바꿔 넣고 또다시 일반유를 넣어도 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진 않습니다. 덧붙여서 연료 탱크의 절반은 일반유로 넣고 나머지 절반은 고급유로 채워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둘 모두 화학적으로 같은 탄화수소 계열이며 서로 다른 첨가제가 섞이면 큰일이 나는 줄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는데 사실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수입차와 달리 국산차는 대부분 엔진 설계의 기준이 RON 95가 아니라 RON 91입니다. 물론 모든 차량에 해당되진 않습니다. 국산차라고 해도 고출력으로 세팅된 일부 차량은 RON 95도 존재합니다. 만약 내 차는 RON 91이 권장인 국산차인데 RON 95 이상 혹은 RON 100에 가까운 고급유를 넣으면 출력이 훨씬 더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네. 역시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높은 옥탄가의 휘발유. 고급 휘발유는 노킹을 억제하고 차의 온전한 출력을 보장하는 차원일뿐 제원 이상의 출력을 내는 마법의 물질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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