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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2019.09.18 04:21
요즘 진격의 거인(만화 원작)이 각종 전자서적 판매서점에서
기간한정 무료 행사를 하고 있어요.
최신간 29권만 100엔이고. 1~28권 무료. (무료판 구입후 48시간 안에 읽어야 함)
근데 감상 쓴다고 생각만 하다가 미뤄서;;;
행사기간도 9/18일까지라 일본어 되는 분이 지금부터 보려고 하셔도 시간이 촉박하네요;
혹시 18일에 다운로드 하고 48시간 안에 읽는 건 OK일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이하 감상인데
되도록 스포일러 적게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구체적이지는 않아도 내용 언급이 있으니까
신경 쓰이는 분은 그만 읽어주세요
---------------------------------------------------
1. 독자들이 이런 걸 기대했을까?
2권까지는 감탄하며 읽다가 주인공이 거인 된 시점에
아 이건 내가 원하는 이야기가 아니구나 싶어서 안 읽던 만화인데
읽으면 읽을 수록 정말 원하던 이야기가 아닙니다;;;
초반에서 독자가 상상하는 이야기는
주인공들이 입체기동으로 거인들을 물리치며 인류를 구원하는 처절한 스토리인데
몇 권 읽다보면 그런 게 아닙니다.
미스테리물 같기도 하지만 추리할 수 있는 여지도 없고
설정은 많고 다 작가 마음이니 어떻게 알아낼 도리도 없고.
점점 개나 소나 말이나 다 거인이고
각종 거인 설정은 징하게 많이 늘어놓고
진짜 적은 바깥 세상이고... 이런 거 원하지 않았어!
2. 복선 없는 반전
특히 9권쯤에서 나온 아무 복선도 없는 반전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한 캐릭터가 갑자기 정신이 나간 듯 중얼거리다가(=작가의 변명 같은 대사들)
중대한 비밀을 밝히는 전개가 있지요.
당시 편집자들까지 다 나서서 "대단한 반전이다. 이번회는 꼭 봐라!"라고 과장광고를 열심히 했고
일부 독자들이 엄청나다고 떠들어댔는데 저는 경험상 알고 있습니다.
굉장한 반전이라고 떠들 때는 보통 복선없이 질러버린 초전개라는 걸요.
이 작가는 주간연재 만화처럼 작가가 도중에 생각나는 대로 앞뒤도 안 맞게 쓰는 타입은 아니고
나름 앞뒤를 철저히 맞추고 있기는 한데(그걸 자랑하기 위해 예전 장면 인용을 아주 많이 씀)
복선도 없고 힌트를 전혀 안 줬어요. 작가는 힌트라고 주장하는 과거 대화가 있긴 하지만
그건 그냥 일상 대화나 다른 일에 대한 언급으로 보여서 절.대. 그렇게 추리할 수 없습니다.
치사하게 뒤통수 쳤다는 생각이 들지 무릎을 치는 반전이 아닙니다.
3. 깔끔하지 못한 설정
설정이 엉성하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거인들의 특수능력이 체계적이지 않아요.
약점이 공통인 줄 알았더니 어떤 놈은 예외고
거인마다 특수능력이 다 다른데, 그게 하나도 아니고 개수도 각각 다르고
어떤 특수능력은 다른 놈도 약하게 갖고 있고
체계가 엉망입니다.
작가에게 편하게 만들려고 하다 보니까 구차하게 기워붙인 누더기 설정입니다.
4. 지긋지긋한 혈통주의
그놈의 혈통! 지긋지긋해요.
특수능력 같은 건 다 혈통입니다.
잘난 놈은 다 혈통이 좋아서입니다.
이건 그냥 일본 작품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다 갖고 있는 단점이긴 합니다만.
정치인들이 2세에게 지역구 물려주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미개한 나라 답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대통령까지 물려준 한국에서 할 말은 아닌가...)
5. 지금 평화헌법 까고 있니?
그리고 사실은 꽤 신경 쓰였던 게
이 작가 사실은 아주 썩어빠진 일본극우 아닌가? 싶은 의심입니다.
저는 일본 작품 읽으면서
과민하게 "어? 이 시국에?" "사상이 의심스러운데?" 같은 생각을 별로 안 하는 타입인데
(예를 들어 [사쿠라대전]도 그런 극우적인 생각으로 만든 건 아니라고 봅니다.)
진격의 거인은 매우 드물게 그게 걸리는 만화였습니다.
애니판에도 자주 나오는 "세상은 잔혹한 거야" 라는 나레이션의 의미가
처음 생각하던 것과 다릅니다.
[잔혹한 세상=거인이 판치고 사람을 잡아먹는 세상]으로 보였는데
진짜 뜻은
[잔혹한 세상=우리가 과거에 저지른 죄 때문에 전세계가 우릴 용서하지 않고 죽이려고 든다!]이에요.
하지만 왕은 멸망당하더라도 외부 세계와 싸우지 않겠다는 사상을 갖고 있어서
저항하지 않고 멸망당해야 하죠.
이게 평화헌법 9조에 대한 메타포가 아니면 뭐겠어요.
일본 좌파와 우파의 대립 그대로예요.
우리는 전범이니까 더 이상 전쟁하지 않겠다<-> 옛날 일을 왜 우리가 책임지냐?
같은 대립.
하지만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얌전히 멸망당하자는 의견이 어떻게 설득력이 있겠습니까.
딱히 주변국가가 쳐들어갈 생각도 안 하는(못 할 만큼 강하고;;) 현대 일본이랑 전혀 다르죠.
작중에서는 당연히 우파적인 의견이 우세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그것 말고도 다양한 방향성의 의견들이
작중에서 마구 쏟아져 나오고 캐릭터마다 각자의 논리가 있습니다.
그것을 나름 공평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작가의 지론이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현재 전개로는 주인공도 상당히 흑화되어 있어서
[어차피 우리가 전범이라고 용서 안 해주니까 그냥 다 죽이고 우리가 세상 지배하자^^]로
결론이 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뭐, 설령 그렇게 결론을 낸다고 이 작가가 꼭 극우파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요.
아주 강한 의심은 가지만.
행성: 우주인
포인트: 50,065 ex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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