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난 겨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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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어느 지난 겨울날 게임체인저 4 255 2021.01.09 12:38

지난 어느 겨울  겨울은 그에게서 온 추억 때문에 겨울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첫 겨울 같은건 모른다.  다른 겨울은 마치 겨울이 아닌 것처럼 당신과 함께였던 그 기억이 있는 겨울만은 잊을 수가 없다.  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갈 때 당신이 함께였다. 살면서 누군가와 함께 고향에 간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늦은 밤 당신의 교정 뒷산에서 우리는 키스를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곳에서 키스를 하고 싶었다고 당신은 말했다.  가난했던 나는 당신에게 많은 걸 주지는 못했다.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비싸 보이는 집이었는데 당신은 성큼성큼 걸어들어갔다. 메뉴판을 보고는 나는 질겁을 하며 당신에게 물었다. “이런데 자주 다녀?” 이렇게 비싼데는 처음 와봤다며  자신도 평상시 가보고 싶었는데 못 와봤던 곳이라고 나와 함께 이렇게 좋은데를 많이 다니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음식 값을 계산할 수 없어 당신이 계산을 하고 나왔다. 당신은 말했다  나와 함께인게 좋다고 싸건 비싸건 나와 함께여서 좋다고 그렇게 당신은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어느 날 데이트를 하다가 당신이 갑자기 나를 옷가게가 있는 건물로  데리고 들어가 롱코트를 사주었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그 롱코트를 나는 20년동안 버리지 못했다.  지금의 나의 아내가 이렇게 낡은 옷은 이제 버리자고 해도 버리지 못했었다. 당신도 나에게는 그렇게 특별한 사람이었다.  그런 당신이 그 다음해 내게 이별을 말하고 있었을 때  나는 그 말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반면에 나에게는 당신과의 이별이 너무나 당연하기도 했다. 그 때 나는 몹시도 가난했고 일자리도 없이 꿈만 가득한 청년이었어서 당신은 그런 나에게 자신의 미래를 맡길 수 없었을거라고 혼자 생각했다.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지만 당신을 이해할수는 있었다.  왠지 당신은 나보다 더 많이 울었다.  그래서 그때 그것이 이별인 것을 알았다.  당신의 하염없는 눈물을 보고서야  이게 당연해서  나는 슬프지 않았다. 나는 아프지 않았다. 이별 통보를 받고는 나는 먼저 연락할 수 없었다.  한달동안 나는 미쳐 살았다 못먹는 술도 먹어보고 머리도 짧게 밀어 보고  어딜가나 당신 생각 뿐이었다.  당신에게 닿을 수가 없어 숨을 쉴수가 없었다.  그리고 겨울은 깊어만 가고 그해 겨울의 눈은 우리가 처음 만난 겨울처럼 잔뜩 쌓여갔다.  쌓여가는 눈만큼이나 나는 당신이 몹시도 그립고 가슴이 터질 듯 했다.  내 존재는 부는 바람에 꺼져가는 불씨가 되어 어느 순간 숨이 멎어 버릴 것 같았다.  나는 내 마음이 그렇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사랑했었다 몹시도 그리고 2달 뒤 당신에게 연락이 왔다  이별이 너무 힘들어 돌아오고 싶다고  나는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랑하고 보고싶던 당신이 내게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당신을 곧바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한 번 이별을 말했던 당신이 또 다시 이별을 말할까봐 내가 그렇게 단호하게 굴어도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말할 줄 알았다. 한 번만 더 말했다면... 한 번만 더 말 했다면 받아주려고 했는데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뒤로는 당신을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먼저 이별을 꺼내고 또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말한 당신은  얼마나 큰 용기를 내었을까... 당신과 함께 밤을 지새며 들었던 노래가 나올 때 그리고 이렇게 긴 겨울밤이 찾아오면 가슴속 앨범에서 오래된 사진을 꺼내듯 당신과의 추억을 꺼내어 본다.  당신을 추억하는 순간 만큼은  그 때의 겨울밤이 되살아나  나를 수줍은 청년으로 되돌려 놓는다.  이제는 얼굴조차 희미하지만  이제는 이름조차 바로 떠오르지 않지만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을 그리며 그 모든 순간이 사랑이었어라 이별의 순간까지도  아니 그것은 내 가슴속 앨범속에  영원히 사랑이어라. 인생에서 가장 가슴 뛰던 겨울이 있었고, 지금 생각해도 설레이는데 시간이 흘러 지금은 겨울동요를 부르며 눈사람을 만드는 아이들이 생겼고 그 때 처럼 숨이 가쁘게 뛰는 가슴은 없지만  과거의 추억은 그대로 두고 나는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느낀다.  ...  끝.

게임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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