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분에서 변화한 젠2(ZEN2) 아키텍처 3세대에 이르기까지, 라이젠 시리즈는 점차 메인스트림 시스템에서 그 입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단적인 사례로 외신 매체나 마켓 셰어 현황을 보면 발매 초기보다 점유율이 많이 상승한 것을 알 수 있죠. 그렇다면 AMD에서 제안하는 젠(ZEN) 아키텍처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요? 이전 세대까지 AMD가 유지해오던 불도저 기반 아키텍처는 CMT(Clustered Multi-Threading)라 부르는 클러스터 기반 멀티스레딩 방식입니다. 클러스터의 사전적인 의미는 여러 대의 컴퓨터를 엮어 하나의 시스템처럼 활용하는 집합체를 뜻하는데요. 마이크로프로세서에서 말하는 클러스터는 여러 코어가 합쳐져 하나의 코어처럼 동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러 코어가 하나의 업무를 처리한다니, 이야기만 들어서는 정말 훌륭한 기술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실제로 설계 이념만 놓고 본다면 괜찮은 성능을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PC 시장에는 매니 코어 시대가 펼쳐지리라 예측한 AMD의 기대와는 달리, 멀티 코어를 완벽히 활용하는 소프트웨어의 등장은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개발 난도가 굉장히 상승하는 데다가, 경쟁사의 2~4코어 프로세서가 충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면서 PC 시장의 생태계를 조성한 탓도 무시할 수는 없었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부적인 문제도 존재했습니다. 핵심 엔지니어의 연이은 퇴사, 자동화 공정 적용으로 인해 비대해진 다이는 제품의 최종적인 최적화 작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했죠. 이후 성능 향상을 위해서 디코더를 추가하는 등 아키텍처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해봤지만, 불도저 아키텍처 자체가 지닌 한계점을 돌파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리사 수(Lisa Su) 박사가 지휘권을 얻으면서 차츰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과거 애슬론 64(Athlon 64)로 AMD의 위상을 높은 위치까지 끌어올렸던 짐 켈러(Jim Keller)가 다시금 AMD로 합류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프로세서를 개발하기 시작했죠. 이것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라이젠 프로세서입니다. 라이젠 프로세서에 적용된 젠(ZEN) 아키텍처는 여러 부분에서 불도저 시리즈와는 확연히 다른 구조가 적용되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은 역시 SMT(Simultaneous Multi-Threading)가 적용되었다는 것이겠네요. 기존 CMT 방식이 두 개의 작은 코어가 하나의 모듈로 동작하는 구성이었다면, 이제는 하나의 강력한 코어가 2개의 논리 스레드로 동작하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다른 곳에서도 변화 점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Micro OP가 투입되고, 분기예측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 신경망(Neural Network) 기반의 분기예측 시스템이 도입되기도 했습니다. 2세대 혹은 1.5세대라고 할 수 있는 젠+(ZEN+) 아키텍처에서는 메모리 레이턴시와 관련된 부분에서 추가적인 최적화가 이루어졌고, 제조 공정은 14 nm에서 12 nm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출시한 3세대 라이젠, 코드명 마티스(Matisse)에서는 또 한 번의 큰 변화가 적용되었습니다. 단연 돋보이는 변화 중 하나는 부동 소수점 성능의 향상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1세대 및 2세대 라이젠의 경우 AVX2 256 bit 명령어를 지원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부동 소수점 연산 처리를 위한 SIMD 연산 유닛은 128 bit이었습니다. 이런 까닭에 AVX2 명령어를 활용하는 벤치마크나 소프트웨어에서는 경쟁사 대비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젠 2(ZEN 2) 아키텍처에서는 SIMD FMA 연산 유닛이 256 bit로 확장되었습니다. 당연히 AVX2 명령어를 활용하는 경우 성능 향상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되었죠.
또 다른 큰 변화는 바로 캐시 메모리의 확장입니다. AMD에서는 'GameCache'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L3 캐시 메모리의 증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요.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의 경우 7 nm 제조 공정을 적용하면서 코어 다이 크기를 더욱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기에, 공간상의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서 여러 칩렛을 하나의 프로세서 안에 패키징하는 신기술이 적용되었죠. 특히 I/O 입출력 부를 별도로 독립시킨 I/O 다이가 탑재되는 것 역시 큰 변화 중 하나인데요. 지금까지 메모리 레이턴시가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만큼, I/O 다이를 독립시키면 더더욱 레이턴시에서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이었습니다. AMD에서 발표한 프리젠테이션에서는 여전히 메모리 레이턴시가 높아 보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게임 성능에서는 오히려 대대적인 상승이 존재한다고 밝혔죠. 이런 부분 역시 아래에서 기술할 게임 벤치마크 파트에서 확인이 가능하겠네요. 이 밖에도 3세대 라이젠은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겪었습니다. 더욱 자세한 설명은 이전에 업로드했던 'AMD 넥스트 호라이즌 테크 데이' 칼럼에서 슬라이드별로 자세히 기술했기 때문에 해당 칼럼을 참고해주시기 바라겠습니다. >> AMD ZEN 2 아키텍처 칼럼 바로 가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