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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이사존 컴퓨텍스 2024 특집 기사 바로가기 + Point
최근 들어 Razer 만큼 일을 열심히 그리고 잘 하는 게이밍 기어 제조사가 있을까 싶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이 기업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브랜드 가치에 비해 제품 완성도가 높지 않다고 생각했었죠.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결정적으로 음향 기기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점이 크게 기여했습니다. 게이머에게 소리 정보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즐거움을 증대하는 요소일 뿐만 아니라 승리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마우스가 핵심 사업 분야인 Razer는 소리에 대한 뚜렷한 주관이나 철학을 가지지 못한 채 소비자들에게 냉혹한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게이밍 음향 시장에서 그리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Razer는 THX라는 저명한 음장 기업을 인수했지만, 효과는 바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 건 2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 시작점에는 BlackShark V2 시리즈와 데일리 무선 헤드폰 Opus가 있습니다. 두 제품은 토널 밸런스를 꽤 잘 잡은 제품이며, 그동안 Razer가 고수하던 튜닝을 벗어던졌다는 데 의미가 있는데요. 특히, Opus는 다른 무선 헤드폰을 밀어내고 주력 기기로 사용할 정도로 소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변화점에는 역시 THX가 있습니다. 그들이 잘하는 일 중 하나는 칼 같은 등급 구분입니다. 큰돈을 지불한 게이머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고가 제품군에는 몇 가지 차별점이 존재합니다. 그 중 음향 제품에선 THX 로고를 주목하시면 됩니다. THX는 음장 시장에선 보증 수표라고 해도 될 역사와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입니다. 소비자는 Razer가 THX를 인수하면서 로고를 남발하여 공신력을 잃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했죠. 하지만 Razer는 큰돈 들여 인수해놓고 스스로 망칠 만큼 어리석은 기업이 아닙니다.
THX 로고를 달고 나오는 제품들은 Razer가 각별히 신경 썼다는 걸 의미하며, 성능으로 증명합니다. 로고를 활용하는 몇 가지 예시가 있는데, THX Certified 로고는 Hammerhead True Wireless Pro와 Opus처럼 토널 밸런스에 초점을 맞춰 음악 감상용으로 적합합니다. 반면에 THX Spatial Audio 로고는 방향감과 거리감이 중요한 게임용 헤드셋에 붙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로고를 달고 나오는 제품들이 진가를 알리면서 굳어졌던 시장 점유율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기간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재미있는 시도를 감행하기도 하는데, Kraken V3 HyperSense가 대표적인 예시가 될 수 있는 제품입니다. 물론, 이 재미있는 기능은 타제조사 제품 혹은 자사 이전 제품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할 수밖에 없는 건 이전 Razer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 덕분입니다.
Kraken 일반 버전과는 다르게 왼쪽 옆면을 검은색으로 처리했습니다. 이는 상위 모델임을 나타내는 요소임과 동시에 대표적인 기능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번 제품은 HyperSense라는 기능을 중점적으로 설명합니다. 이 단어 밑에는 인텔리전트 햅틱스라는 기능 설명이 붙는데, 여기에서 촉각을 활용하는 장치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플러그 앤 플레이로 별도 소프트웨어 설치 없이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과 세 가지 강도가 있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상자가 화려하긴 합니다만, 소이(Soy: 콩, 대두) 잉크를 활용하여 대기오염을 방지합니다. 상자는 재활용 가능한 소재라고 하고요. 이런 부분은 소비자 입장에서 와닿진 않겠지만, 기업이 보일 수 있는 솔선수범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친환경을 이유로 소비자를 불쾌하게 만드는 기업이 있습니다. 하지만 Razer는 아직 적절한 선을 지키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제품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도록 완충재를 아끼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꼼꼼하게 포장된 제품을 개봉할 때 만족감을 느끼므로 감성 영역을 담당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돌이켜보면 Razer 제품을 개봉하면서 기분이 상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듯합니다. 구성은 헤드폰 본품과 탈부착 가능한 마이크, 마이크 캡슐 부분을 감싸고 있는 윈드 스크린, 스티커와 관련 문서로 되어 있습니다.
외관은 리포트로 소개해 드린 Kraken V3와 아주 비슷합니다. 같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인데, 그렇게 표현하지 않은 이유는 길이 조절 슬라이드 부분에 있는 각인이 다릅니다. Kraken V3에는 드라이버를 의미하는 TRIFORCE 로고가 있으며, 이 제품에는 HYPERSENSE를 새겨뒀습니다. 검은색만으로 제품을 꾸며서 다소 밋밋해 보일 수 있었지만, 이어 컵에 있는 유광 모팅과 헤드 밴드를 구성하는 금속 재질감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이어 패드와 헤드 쿠션 재질도 밋밋함을 덜어내는 요소이고요.
이어 컵에 있는 작은 구멍을 보고 오픈형 헤드셋이라고 착각하실 수도 있는데, Kraken 시리즈가 가지는 외형적 특성일 뿐입니다. 가장 게이밍 기어스럽게 만들어야 하는 Kraken 시리즈가 오픈형일 리는 없겠죠. 헤드 밴드가 아주 두꺼운 편은 아니지만, 이어 컵이 작아서 아웃도어용 헤드폰 같은 비율을 가졌습니다. 개인적으론 이어 컵이 조금 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비율뿐만 아니라 착용감 측면에서도 분명 유리하기 때문이죠. 물론, 무게는 다소 늘어나겠지만요.
케이블은 탈부착이 불가능하며, 인터페이스는 USB Type-A입니다. Type-C로 통합하는 추세를 고려하여, C 단자로 설계하고 어댑터를 제공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얇은 태블릿이나 노트북, 스마트폰에도 손쉽게 연결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PC 혹은 PlayStation 연결을 염두에 두고 만든 제품이라서 단점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저는 DAC + AMP 혹은 사운드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용자라서 아날로그 연결을 선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이밍 헤드셋은 무선이나 USB 인터페이스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사용이 간편하고 소프트웨어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가상 서라운드 채널 기능이나 마이크 노이즈 캔슬링 관련 기능은 게임 진행에 큰 도움이 되는데, 헤드셋 구매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왼쪽 이어 컵에는 음소거 버튼과 볼륨 조절 휠이 있습니다. 음량은 운영체제와 연동되는데, 2단위로 움직이며 데시벨이 꽤 세밀하게 조절되는 편입니다. 데시벨 변화는 1단위가 아닌 2단위로 변해서 억지로 1씩 조절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음소거 버튼은 상태에 따라 버튼 높낮이가 달라지는데, 헤드셋을 착용한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촉각을 통해 상태를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어 컵 오른쪽에는 진동 강도를 조절하는 버튼이 있으며, 강도는 세 단계로 조절 가능합니다. 물론, 진동을 완전히 끌 수도 있고요.
Kraken V2는 마이크를 이어 컵 안쪽으로 밀어넣는 형태인데, V3 시리즈는 탈부착할 수 있도록 설계를 변경했습니다. 마이크 포트는 이어 컵 안쪽으로 들어간 형태라서 일체감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내구성 측면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이어 컵은 손으로 많이 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오염에 강한 소재를 활용하는 게 좋은데, 이러한 점에서 Kraken V3 시리즈는 살짝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정중앙을 먼지나 지문이 잘 묻는 유광 코팅으로 마감했기 때문입니다. 꼭 이 위치였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전원을 인가하고 LED가 점등하는 순간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로고와 함께 유광 마감 모서리에도 LED가 점등하는데, 각도에 따라 빛이 보이지 않는 부분이 생깁니다. 이 포인트가 오묘하니 꽤 매력적이었습니다.
▲ 사진을 누르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길이 조절 슬라이드는 총 8단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잡아당기거나 밀어 넣을 때 걸리는 느낌이 고급스럽습니다. 제품에 따라선 굉장히 뻑뻑하다거나 정반대로 걸리는 느낌이 없어서 아쉬움이 남았는데, Kraken V3는 이 부분에 가산점을 줘도 무방할 정도로 잘 설계했습니다. 길이 조절 슬라이드는 약 3.5 cm, 총 7 cm 정도 늘어납니다. 폭이 큰 편은 아니며, 헤드셋 자체도 보통 크기라서 두상이 큰 경우 다소 제약이 있겠습니다. 그런데 Kraken V3와 같은 셸일 텐데, HyperSense 버전은 최대 길이에서 조금 더 여유가 있더군요.
헤드 밴드는 천 소재로 마감했으며, 내부 메모리폼 밀도가 낮아서 쿠션감이 좋습니다. 머리에 기분 좋게 달라붙는 느낌이라서 오랜 시간 착용하더라도 압박감이 크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이어 패드도 꽤 훌륭하게 설계했습니다. 내구성이 중요한 외부는 인조가죽, 피부와 닿는 곳은 천 소재를 활용하여 열 축적을 최소화했습니다. 다시 안쪽은 인조 가죽을 활용했는데, 이 부분을 매시 느낌으로 마감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이중 소재로 만드는 제조사가 드물어서 분명 비교우위가 있습니다. 이어 패드 내부 직경은 가로 약 4 cm, 세로 약 6 cm 정도로 살짝 작은 편입니다. 귀가 큰 분이라면 다소 불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헤드폰 무게는 약 331 g, 마이크는 10 g 정도입니다. 부착한 상태로 측정한다면 약 341 g 정도 되는 셈입니다. 헤드 밴드가 이어 컵을 고정하는 프레임을 알루미늄 재질로 설계하여 경량화와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내구성을 위한 조치라서 마냥 단점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HyperSense 버전은 Kraken V3 일반 버전보다 약 10 g 정도 늘어났습니다. 햅틱 모듈을 양쪽에 탑재한 결과입니다. 절대적인 무게는 무거운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만, 이어 패드와 헤드 밴드가 제공하는 쿠션감과 적절한 장력으로 무게가 확 체감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용 시간이 길어지면 목에 피로가 쌓일 수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헤드셋을 벗고 스트레칭이나 쉬는 시간을 갖는 게 좋겠습니다.
USB 인터페이스 헤드셋은 PCB 기판으로 인해 이어 컵 내부 모양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모양이 달라지면 좌우 밸런스가 틀어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요. 이를 방지하기 위에 드라이버 전체를 같은 모양 구조물로 감싸는 설계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설계를 한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 간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존재하니, 필수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구조물에는 숫자 2를 마킹해뒀습니다. Kraken V3 일반 버전에도 이러한 표시가 있었는데요. 제품 라인업을 구분하는 의미일 수도 있고 드라이버를 매칭하는 작업일 수도 있을 겁니다.
Kraken V3 HyperSense는 일반 버전과 다르게 케이블을 하나하나 감싸는 마감을 했습니다. 왜 이런 설계를 했을까요? 두 제품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보면 실마리가 풀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이어 컵 안에서 진동이 발생한다는 점일 텐데요. 햅틱 모듈 진동이 케이블로 전달되어 PCB 기판이나 이어 컵 하우징에 부딪히면서 발생할 수 있는 소음을 방지한 설계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헤드셋 마이크는 기본적으로 단일 지향 방식으로 설계합니다만, 한계가 분명합니다. 주변에서 발생하는 키보드, 마우스 버튼 클릭 소리와 스피커 소리가 모두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다는 특성 때문인데요. 그래서 사운드 카드나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노이즈 게이트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USB 인터페이스가 가진 장점이 돋보입니다. 소프트웨어로 해당 기능을 구현할 수 있어서 추가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됩니다. Kraken V3는 마이크 관련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데, 그중에서 보이스 게이트와 주변 소리 저감 기능을 잘 활용하면 주변 소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보이스 게이트는 마이크가 수음하는 소리가 일정 dB 이하면 감쇠하는 기능을 말하며, 주변 소음 저감은 흔히 아는 노이즈 캔슬링과 유사한 기능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음성 선명도라는 기능도 주변 소리를 제거하는 기능이라고 하는데, 사용해 본 결과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더군요. 게다가 값을 높이면 소리에 왜곡이 발생하여 적정 값으로 설정하거나 끄는 게 낫습니다. 모니터링 기능도 있어서 목소리를 점점 크게 내는 현상을 방지할 수도 있어서 부가 기능으로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부가 기능이 아무리 좋더라도 기본 마이크 음질이 좋지 못하다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Razer는 오래전부터 마이크만큼은 꽤 공들여 만들어왔으며, 품질도 나쁘지 않습니다. Kraken V3 HyperSense는 저음역이 상대적으로 작고 중고음역이 살짝 강조되어 있어서 목소리를 풍부하지는 않지만, 선명하게 표현합니다. 음성 채팅용으로 적합한 세팅이며, 노이즈도 거슬리는 수준이 아니라서 부가 기능만 잘 활용한다면 부족함이 느껴지진 않을 겁니다.
본 테스트에 사용한 제품 측정값은 제품 전체 특성을 대표하지 않습니다.
측정 도구, 샘플, 주변 환경 등 여러 가지 요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참고 용도로만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헤드폰 측정은 음향기기가 모의 귀를 완벽하게 밀폐하지 못하거나 뜨는 상황이 발생하면, 밴드를 통해 인위적으로 밀착한 후 측정을 진행합니다. 여러 차례 측정하여 가장 평균적인 값을 사용하며, 직접 기기를 청감하여 그래프와 비교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헤드폰이 귀를 완벽하게 밀폐하지 못할 경우 위 그래프와 다른 성향 소리를 들으실 수도 있습니다. 소리에는 정답이 없지만, 모든 정보를 선명하게 듣고 싶은 분들은 전체 대역이 플랫flat한 특성을 보일수록 좋습니다. 퀘이사존은 리스닝 룸에서 결과를 도출한 올리브-웰티 타깃을 따르는데, 평평한 특성을 보이더라도 저음역이 다소 많다고 느끼는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모든 그래프는 1/3 스무딩을 적용한 상태입니다. 헤드셋 특성을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세밀한 부분을 들여다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방식입니다. 부족한 정보는 글로 풀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Kraken은 전통적으로 딥과 피크가 반복되는 특성을 가진 헤드셋이었습니다. 하지만 V3와 V3 HyperSense는 그렇지 않습니다. 눈에 띄는 피크는 100~200 Hz, 딥은 5~6 kHz 정도인데요. 중음역이 굉장히 리니어하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중심을 잘 잡아주니 소리가 한결 듣기 편합니다. 여전히 저음역 양감이 커서 중음역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만, 듣기 거북할 정도는 결코 아닙니다. EQ를 통해 100~200 Hz 부근을 살짝 눌러주면 더 좋아지고요. 다만 5 kHz에 있는 딥으로 인해 고음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으며, 깨끗하고 시원하게 나와주는 느낌이 덜 합니다. 8 kHz에 있는 피크는 때에 따라 치찰음을 형성하기도 하는데, 그 정도가 심하지는 않습니다. 저음과 고음에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탄탄한 중음역 덕분에 비약적으로 성능이 향상되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음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별도 EQ를 만지지 않고도 만족스럽게 사용할 만한 튜닝입니다.
이어 컵 내부를 보면 하단에 LOFELT 로고가 새겨진 부품이 눈에 들어옵니다. Lofelt라는 기업은 2014년 독일 베를린에서 설립한 기업입니다. 헤드폰, 스마트폰, 노트북, 게임 컨트롤러 및 AR/VR/XR 헤드셋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진동 모듈을 설계 및 제조할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개발하여 더 섬세하고 정확한 촉각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완성품을 만드는 기업들로부터 큰 자금을 조달 받았으며, Razer 역시 L5 햅틱 드라이버를 Nari Ultimate 헤드셋에 탑재한 바 있습니다. Kraken V3 HyperSense에도 바로 이 모듈을 탑재했는데요.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원형 진동 유닛과는 완전히 다른 모양입니다. 자세한 형태는 아래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Wideband Lofelt L5 햅틱 드라이버(출처: Lofelt 공식 홈페이지 Press 자료)
원형 진동 유닛은 저가, 고가를 막론하고 초창기 진동 헤드셋이라면 모두 채용했던 부품입니다. 말 그대로 머리에 진동을 전달한다는 느낌 정도만 있었고, 관련 주파수 음역대가 60 Hz로 굉장히 좁은 편이었습니다. 반면에 Lofelt L5 햅틱 모듈은 20 Hz에서부터 200 Hz 소리에 반응한다고 하는데요. 이 결과는 아래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진동을 전달하는 방식이나 느낌이 훨씬 고급스럽고 정확하다는 인상을 받았고요. 주파수 응답에 반응해서 별도 디바이스나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Lofelt L5 햅틱 모듈이 정말 대역폭이 넓은지 확인해봤습니다. 테스트 결과를 명확하게 보여드리기 위해서 최대 강도로 설정했으며, 관련 음역대를 스무딩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Lofelt 그리고 Razer가 주장한 대로 진동이 발생하는 대역폭이 20 Hz에서 150 Hz 정도까지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만약 다양한 음역대 소리가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이라면, 해당 음역대 뿐만 아니라 중음, 고음까지도 영향을 미칠 텐데요. 최댓값으로 설정할 경우 워낙 진동이 강해서 소리에 왜곡이 발생한다거나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음압이 굉장히 강력한 영화관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저음이 더 강력해진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고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순 있겠지만, 꽤 재미있는 기능이라는 사실엔 대부분이 공감할 겁니다. 개인적으론 진동 3은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었고, 1이나 2가 적당히 즐기기에 좋았습니다.
THX Spatial Audio를 지원하는 Razer 헤드셋은 소프트웨어에서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믹서 탭에서 가상 서라운드 채널과 관련한 기능을 설정할 수 있는데, 기본 세팅은 자동으로 되어 있습니다. 자동으로 설정하면 실행 중인 프로그램을 인지하여 적절한 세팅으로 변환해 주는데요. 가끔 어울리지 않는 세팅으로 전환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면 수동을 선택해서 개별적으로 세팅하는 방법으로 선회하면 됩니다. 프로그램 성격별로 공간 음향 출력 프리셋을 지정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프로그램마다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공간 음향 모드는 음장 효과를 미리 체험하거나 소리가 발생하는 위치를 변경하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소리를 인지하는 건 사람마다 미세하게 달라서 직접 경험하면서 위치를 세밀하게 변경하면 최고의 성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향상 탭에 있는 저음 증폭은 저주파 응답을 향상시키는 기능인데, 이 기능을 활용하기보다는 EQ를 직접 설정하는 게 낫습니다. 다만, 복잡한 세팅이 싫거나 어려운 분이라면 유용할 수 있겠습니다. 사운드 표준화는 갑작스럽게 음량이 피크를 찍어버릴 경우 불쾌함을 느끼거나 청력에 좋지 않을 수 있는데, 이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기능입니다. 음성 선명도는 상대방이 말하는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만드는 기능이라고 하는데요. 테스트해 보니 음악이나 영화 등에서 발생하는 음성도 강조되는 걸 확인했습니다. 즉, 중음역대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소리에 왜곡이 발생하게 되므로 값을 너무 높이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퀄라이저는 10밴드이며, +12 dB에서 -12 dB까지 값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 탭은 마이크 테스트 단락에서 언급한 내용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볼륨 표준화는 주파수 응답을 조절해 소리 세기 변화를 줄이는 기능입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 이퀄라이저는 향상 탭에 있는 EQ와 마찬가지로 10밴드이며, +12 dB에서 -12 dB까지 조절 가능합니다. 그 대신 조절할 수 있는 최고음이 6 kHz로, 그 사이에 존재하는 음역대를 훨씬 세밀하게 변경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마이크 세팅이 잘 되어 있는 편이라서 굳이 만질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날카로운 소리를 억제하고 싶다면 6 kHz를 살짝 눌러주면 되겠습니다.
이어폰/헤드폰에 흔하게 쓰이는 공간감이라는 단어는 사실 정위감1)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합합니다. 정위감을 넘어서는 공간감을 느끼도록 시도한 게 바이노럴, 입체 음향 등입니다. 지금부터 강성훈 음향 공학 박사가 출판한 음향 관련 도서 내용을 인용하여 공간감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간략하게 언급해보겠습니다. 다소 따분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입체 음향을 구현하는 방법과 매우 밀접해서 최대한 간략하게 요약하겠습니다.
1) 정위감: 악기나 보컬 이미지가 정확하게 위치하고 깨끗하게 그려지는 사운드 스테이지 특성
첫 번째로 소리 크기 차이로 인한 거리(원근)감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로, 소리가 클수록 가깝게 느껴지고 작을수록 멀게 느껴집니다. 가까운 경우 저주파~고주파까지 명확하게 들리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고주파가 감쇠되어 버리는 특징이 있는데, 이것이 거리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두 번째로 두 귀가 떨어져 있어서 느낄 수 있는 방향(정위)감입니다. 특정 방향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귀 사이에 있는 머리가 장애물 역할을 하게 되어 시간차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단서가 되어 방향감을 자각합니다. 다만, 주파수 파형이 장애물 역할을 하는 머리보다 큰 경우 단서를 알아채기 힘들게 되어, 마찬가지로 저음보다는 고음이 공간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간접음으로 인해 느껴지는 확산감입니다. 굽은 길이나 온갖 구조물 등에 반사되어 전달되는 간접음은 소리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합니다. 그 대신, 공간에 대한 상상을 하도록 만들어서 공간감 자각에 도움을 줍니다.
귀만 공간감 형성에 기여하는 게 아닙니다. 일정한 크기 소리라도 시각적으로 다른 물체보다 가까워 보인다면 더 크게 들리는 듯한 심리적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실험을 진행한 연구 사례가 있는데, 한 명도 빼놓지 않고 가까운 물체에서 나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입체 음향은 음원보다 게임이나 영화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다중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음원 파일을 잘 선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프라운호퍼가 제공하는 7.1 채널 식별 음성 파일(HTML5 AAC Audio Playback Tests - Multichannel 중에서 7.1채널 음원)을 활용합니다. 제조사가 제공하는 음원은 제품에 최적화해서, 실사용 성능과는 괴리감이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프라운호퍼는 집적회로 연구소로 오디오 및 미디어 기술, 영상 시스템, 에너지 관리, IC 설계 및 설계 자동화, 정보통신시스템, 측위, 의료기술, 센서 시스템, 안전 보안 기술, 공급망 관리, 비파괴 검사 등 엄청나게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개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THX Spatial Audio는 BlackShark V2 시리즈를 다룰 때 큰 감명을 받은 음장입니다. 그래서 기대가 컸는데, 아쉽게도 Kraken V3 시리즈는 BlackShark V2 시리즈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거리감이 좁게 형성되며, 이로 인해 방향감에서도 살짝 혼동이 생겼는데요. 프런트Front와 사이드Side, 리어Rear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밀집된 공간에서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소프트웨어 공간 음향 모드에서 커스터마이징을 하니 그나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제가 기억하고 있는 THX Spatial Audio 음장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이 부분은 펌웨어를 통해 얼마든지 개선될 여지가 있는데, 현재는 살짝 아쉬운 성능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다른 헤드셋이 제공하는 공간 음향과 비교했을 때 꿇리는 성능은 아닙니다.
청각의 촉각화라고 해서 문학에서 등장하는 공감각적 심상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는 건 아닙니다. 이 제품은 정말로 촉각화를 실현했습니다. Lofelt L5 햅틱 모듈을 활용하여 진동과 관련 있는 저음역대를 재미있게 표현하는 게 Kraken V3 HyperSense가 가진 특징 중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진동은 귀 주변과 머리를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방식이라서 간지럽다고 느끼거나 불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가 될 여지가 있다는 뜻인데, 영화관에 자주 가는 분이나 저음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금방 적응하고 사용할 수 있을 만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진동 강도도 취향에 맞게 변경할 수 있으니 호불호에 대한 방지책도 충분하고요.
촉각을 활용한다고 해서 느낌이 비슷할 거란 생각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이전에 활용하던 원형 진동 모듈로 진동 효과를 접한 분이라면 의심 가득 찬 눈초리를 보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러한 형태로 만들어진 제품에 큰 실망을 했던 기억이 있고요. 만약 처음 접한 진동 헤드셋에 Loflet L5 햅틱 모듈이 있었다면 많은 게 달라졌을 겁니다. 이 모듈은 관련 음역대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진동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특징이 있고, 그만큼 반응도 아주 빠릅니다. 정확한 음을 들어야 하는 음악에서는 다소 적합하지 않겠지만, 게임이나 영화 같은 콘텐츠를 즐길 때 조금 더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e스포츠 게이머를 설명할 때 정파와 사파 개념을 끌고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무협 소설에서 유래한 거라고 하는데요. 정파는 그 시대에 맞는 가장 정석적인 형태로 플레이하는 게이머를 말하고, 본인 색이 뚜렷하여 변칙적인 플레이처럼 보이게 하는 게이머를 사파라고 표현합니다. 각각 장단이 뚜렷한데, 재미있게도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다 잘하는 게이머는 없거나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 극소수에 해당하는 게이머가 최강자로 분류되곤 하죠. 이는 게이머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제품에도 충분히 대입해 볼 수 있습니다. 부가 기능이 충실한 제품은 기본기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기본기가 탄탄한 제품은 부가 기능이 부실하거나 전무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제품 가격을 무작정 올릴 수 없는 시장경제 논리가 작용하는 탓이죠. 그래서 제조사는 밸런스를 어떻게 둘 건지 고민을 거듭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돈이 많은 이들에게 특권이 주어집니다. 출발선이 다르고, 가격을 결정할 권리까지 행사하는 기업이 존재합니다. Razer는 게이밍 기어 시장에서 그러한 위치에 있습니다. 항상 최고만을 추구하는 회사지만, 가끔 참신한 시도를 하더라도 많은 이가 주목해 줍니다. 게다가 워낙 성능 좋은 제품을 많이 내놓다 보니, 기본기에 대한 노하우도 차고 넘칩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하더라도 완성도 높은 제품을 내놓게 되는 거죠. 앞서 언급했듯이 진동 헤드셋을 만든 기업은 많습니다. 하지만 Razer 만큼 완성도 있는 제품을 내놓는 기업은 손에 꼽습니다. 이게 바로 Razer라는 기업이 가진 매력입니다. 그들이 만든 시그니처 게이밍 헤드셋이라면 믿고 구매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상, QM깜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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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크라켄 V3 하이퍼센스 게이밍 헤드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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