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토이치(座頭市, 2003)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기타노 다케시가 감독을 맡은 액션 시대극으로 에도 시대 검객 이치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치는 도박과 안마로 생계를 이어가는 맹인으로, 얼핏 보면 남루한 행색의 별 볼일 없는 방랑자입니다. 하지만, 그에겐 신기에 가까운 재능이 있습니다. 뛰어난 청각으로 주사위 도박에서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겁니다. 그리고 도박장에서 시비가 붙었을 때를 대비한, 한 치 오차 없이 빠르게 적을 베는 전광석화 같은 검술이 그것입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진검을 든 무리를 상대할 수 있는 걸까요? 납득하기 어렵지만 영화에서는 뛰어난 청각으로 상대 위치와 움직임을 가늠한다고 설명합니다.
영화를 접했던 어린 시절에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가끔 자토이치가 연상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FPS를 하다 보면 소리에 의존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발걸음 소리, 조준경을 조작하는 소리, 탄창을 교환하는 소리, 총성 등 소리 정보가 전투에 영향을 줍니다. 이를 이용하는 걸 사운드 플레이라고 합니다. 사운드 플레이는 주변 지형지물을 꿰고 있을 때, 특히 큰 도움이 됩니다. 탄환이 관통하는 벽과 막히는 벽을 구분하기 때문에 가끔은 보지 않고도 적을 제압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면 스스로가 자토이치가 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잘 만든 FPS 게임은 바닥 재질에 따라 발소리도 달라지도록 합니다. 또한 층수에 따라 울림에 차이를 두어 수평 위치는 물론 수직 위치까지 가늠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기에 익숙해지면 지능적이고 능수능란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소리로 내 위치를 기만하거나, 얇은 벽 뒤에 숨은 적을 쏴서 제압하거나, 연막탄 등으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교전에서 승리하는 겁니다.
▲ 벽 뒤에 숨은 적을 제압하는 장면 l CS:GO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FPS 게임은 상당수가 서라운드를 지원합니다. 여러 채널을 지원하는 만큼 사운드 플레이를 더욱 정교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서라운드란 무엇일까요? 입체적 관점에서 구분하는 음향은 총 3가지가 있습니다. 모노, 스테레오 그리고 서라운드입니다. 모노는 단일 사운드트랙, 스테레오는 2개의 사운드트랙, 서라운드는 여러 개의 독립적인 오디오 채널입니다. 여기서 방향감을 느끼는 데 유리한 건 당연히 서라운드입니다.
이번에 칼럼으로 소개할 제품은 잘만 ARCHER ZM-HPS700W 헤드셋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가상 7.1 채널을 지원하는데, 이를 내장 칩셋으로 제어한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별도 소프트웨어가 필요 없습니다. USB 인터페이스가 지향하는 플러그 앤 플레이에 충실한 제품입니다. 번거롭지 않고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리시버를 통해 2.4 GHz 무선 연결과 3.5 mm 유선 연결을 지원해서 데스크톱 PC 게이머는 물론 콘솔 게이머도 이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럼 자세한 건 이어지는 글과 사진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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