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커스텀 키보드라는 용어를 알고 있으신가요? 이미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여러 개를 구매하셨을 수도 있고, 반대로 용어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이는 철저하게 마니아들 위주로 시장을 형성했기 때문인데요. 재미있게도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공동구매(혹은 공동제작)가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해외 커스텀 키보드를 국내에 유통하는 브랜드가 하나 둘 늘어나면서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커스텀 키보드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가장 먼저 떠올려볼 수 있는 건 '키감'일 텐데요. 잔떨림을 최소화한 구조부터 스위치 하나하나 공들여 기름칠하기 때문에 기성품보다 키감이 뛰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키감 때문에 수 십만 원을 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른 무언가가 더 있기 때문에 입이 떡 벌어지는 돈을 쓰는 건데, 그 요소가 '디자인'이 될 수도 있고 '배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기성품으로 해결할 수 없는 키보드를 제작할 수 있다는 매력이 마니아들로 하여금 큰돈을 쓰게끔 만듭니다.
▲ 키 명칭 참고 자료 / 출처: 위키백과
오랫동안 키보드를 대표하는 배열은 문자열과 특수키, 숫자 키 패드로 구성한 104키 배열입니다. UI, UX가 잘 가꿔진 Windows보다 DOS가 더 익숙했던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여러 독특한 배열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지난 30년간은 위 이미지와 같은 104키 배열이 주를 이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배열을 지칭할 때 퍼센티지(%)를 사용하곤 하는데, 104키 배열을 100%라고 부를 정도니까요. 이 배열은 편의성 위주로 발전했기 때문에 구역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구역별로 사용 목적이 분명한 게 특징입니다. 그 덕분에 원하는 키를 금방 찾을 수 있고 다른 배열보다 잘못 입력할 가능성도 낮습니다.
다만, 편의성에 치중한 나머지 키보드 곳곳이 텅텅 비어 보인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좌우로 길어서 마우스와 부딪치는 일도 잦죠. 따라서 일부 사용자는 숫자 키 패드를 생략한 텐키리스 배열을 선택하거나 더 작은 미니 배열을 개척하기 위해 커스텀 키보드에 입문하게 됩니다. 중세 시대 흔한 금속을 금으로 바꾸기 위해 여러 실험을 거듭한 것처럼 키보드 마니아 및 제조사도 효율적이면서 수려한 배열을 찾기 위해 여러 디자인을 시도합니다. 그 결과 몇 가지 키보드가 크게 성공을 이루는데, 대표적으로 '만족'이라는 별명을 가진 캐논키(CanonKeys) Satisfaction 75가 있습니다.
Satisfaction 75는 키보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75% 배열을 사용했습니다. 문자열과 방향키, 특수키 그리고 펑션열로 구성한 75% 배열은 기존 텐키리스 배열과 비슷한 사용감을 제공하면서도 키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예뻐서 많은 인기를 끕니다. 또한, 우측 상단에 배치한 볼륨 노브는 키보드 마니아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후로 여러 브랜드에서 Satisfaction 75 키보드에 영감을 받은 제품을 여럿 선보였고, 이런 모습을 보며 국내 소비자는 만족이라는 별명에 따라 ~족이라는 별명을 지어줬습니다.
그렇게 여러 75% 배열 키보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수많은 키보드 중에서 유독 빛을 내는 제품이 있기 마련입니다. 글로리어스에서 출시한 GMMK PRO도 많은 사람에게 관심받은 키보드인데요. 브랜드의 맨 앞 글자를 따와서 글족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Satisfaction 75 키보드의 특징을 잘 갖고 오면서 글로리어스만의 개성과 최신 트렌드를 잘 담아내 커스텀 키보드 시장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이런 글로리어스 GMMK PRO가 이번에 PC 주변기기 유통에 일가견이 있는 제이웍스와 만나 사용자가 직접 조립해야 하는 베어본이 아닌 완제품의 형태로 국내에 모습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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