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UNTAIN의 고집 MOUNTAIN은 상황에 따라 배열을 바꿀 수 있도록 키보드를 모듈화했습니다. 그래서 업무를 볼 땐 풀 배열 키보드로 사용하고, 게임에 집중할 땐 텐키리스 키보드로 바꿀 수 있죠. 만약 숫자 키 패드를 매번 탈부착하는 게 번거롭다면 오른쪽이 아닌 왼쪽에 키 패드를 부착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편리한 모듈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Type-C 포트를 활용했습니다. 덕분에 독자 접점을 사용했을 때보다 신뢰성이 높고 Type-C to C(M-F) 케이블을 사용해서 모듈 위치를 옮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PCB에 USB 포트나 기계식 스위치 같은 부속품을 장착하기 위해선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기존 다른 브랜드는 독자 포트를 만들어 공간이 좁더라도 모듈화 기능을 구현하도록 우회했죠. 그런데 MOUNTAIN은 얇은 프레임을 유지하면서 Type-C 포트를 곳곳에 탑재했습니다. 비결은 개별 PCB입니다. 주요 PCB와 완전히 분리된 PCB를 따로 만들고 금속 핀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런 고집은 주요 USB 포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VEREST CORE는 PC와 연결하는 Type-C 포트와 함께 USB 허브 용으로 Type-A 포트도 지원합니다. 이런 구성을 갖춘 키보드는 대부분 키보드에 연결된 케이블과, Type-A 포트에 연결된 케이블을 따로 구성합니다. 그래서 허브 기능까지 활용하려면 PC에 USB 포트를 2개 꽂아야 하고 그만큼 케이블 두께가 두꺼워지는 동시에 탈부착도 안됩니다. 그런데 MOUNTAIN은 키보드 내부에 USB 허브를 내장해서 케이블을 탈부착할 수 있고 PC에 USB를 하나만 꽂아도 됩니다. 따라서 USB 포트를 한 개라도 절약할 수 있으며, 서드파티 케이블을 활용해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습니다.
■ 코어가 맥스와 다른 점
이번 칼럼에선 EVEREST CORE를 살펴봤지만, MOUNTAIN에는 풀 배열 키보드를 지향하는 EVEREST MAX도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CORE와 MAX가 그저 배열만 다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핵심이 되는 텐키리스 키보드는 EVEREST CORE로 동일하고 숫자 키 패드, 미디어 독, 팜레스트 등 추가 구성 모듈만 다릅니다. 즉 EVEREST CORE에 모든 파츠를 추가하면 MAX가 되는 셈입니다. 풀 세트가 필요하다면 MAX를, 텐키리스 키보드만 필요하다면 CORE를 선택하면 됩니다.
■ 역시 코어가 중요하지 EVEREST 키보드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듈화입니다. 그러나 너무 기능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기본기가 부족하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기계식 키보드를 선택하는데 핵심이 되는 요소를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키보드를 구매할 때 키캡이 결정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면 다소 아쉬울만한 지점이 있습니다. 깔끔하고 예쁜 폰트를 사용한 건 좋지만, 재질이나 각인 방식 등 최근 유행하는 이중사출 키캡이나 염료승화 키캡과 비교하면 내구성이 다소 부족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ANSI 배열이라 추후 키캡을 바꿔 사용하기 용이하다는 점입니다.
키캡을 제외하면 매력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우선 키보드 전원을 켜기만 해도 한 가지 매력은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비키 스타일 하우징을 적용해서 스위치별로 점등하는 LED 존재감이 상당합니다. 또한, 측면에도 RGB LED 소자를 사용해서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LED뿐만 아니라 외형도 개성 있습니다. 측면 LED를 탑재하기 위해 측면 마감이 독특합니다. 마치 보강판을 이중으로 구성하고 중간에 LED를 탑재한 듯한 모양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보강판 표면에는 독특한 원형 패턴과 함께 테두리에 헤어라인 패턴으로 마감해서 고급스러움도 챙겼습니다.
무엇보다 기계식 키보드의 진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키감이 좋습니다. 대중들에게 검증받은 체리 MX RGB 스위치를 사용해서 기본기를 챙기고 내부에 여러 독특한 구조물을 추가한 덕분에 단단한 키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신 정갈한 느낌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데, 이는 키캡이 얇아서 스위치가 가진 특성이 잘 드러났다고 추측합니다. 적축처럼 리니어 스위치보다는 갈축, 청축같은 넌클릭, 클릭 스위치에 잘 어울리는 특성이죠. 전체적으로 통울림이 조금 있지만 크게 거슬리는 수준은 아닙니다. 결정적으로 스태빌라이저를 크라이톡스 GPL 205 Grade 0로 윤활 처리하여 철심 유격 소리가 거의 안 들리고 이질감도 없습니다. 스태빌라이저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으시다면 분명 만족할 키감입니다.
· 특색 있는 키보드를 원한다 · 화려한 RGB LED를 원한다 · 키보드 허브 기능을 요긴하게 사용한다 · 스태빌라이저 키감이 매우 중요하다 |
· 한국에선 한글을 써야지! · ABS는 키캡보단 자동차에 쓰일 때 더 멋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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