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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변하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다
LG 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미래 산업의 중심이 되는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겁니다. 특히, LG는 가전제품에 IoT 기능을 꼬박꼬박 집어넣고 있어서, 조작을 담당하는 스마트폰 사업을 쉽사리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누적되는 적자를 두 눈 꼭 감고 감당할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결국 LG 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발을 뺐고, 누리꾼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오랜 기간 함께한 LG 휴대폰을 이제는 만날 수 없다는 아쉬움, 진작 철수했어야 했다는 냉소적인 반응 등 대부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는데요. 저는 아쉬워하는 부류에 속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애플이나 삼성 등 스마트폰 시장을 주름잡는 기업이 3.5 mm 아날로그 잭을 제거할 때, LG 전자는 내장 DAC(Digital to Analog Converter) 사양을 끌어올려 DAP(Digital Audio Player)를 대체하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유선 이어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저로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하지만 마니아는 절대적 수가 부족하기에 시장을 이끌지는 못합니다.
지나간 일을 아쉬워하는 건 전혀 생산적이지 못합니다. 오디오 애호가들은 대체재를 찾아 나서야 했습니다. 앞서 잠깐 언급한 DAP가 대체재가 될 수 있겠으나, 현대인들은 이미 스마트폰에 익숙해졌습니다. DAP에 탑재하는 프로세서는 스마트폰에 미치지 못해 구동 속도가 답답합니다. 게다가 전자기기를 두 개나 휴대해야 한다는 걸 굉장히 번거롭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그나마 남아있는 Type-C 포트를 활용하기로 합니다. USB Type-C to 3.5 mm 어댑터에 고효율 사운드 칩을 집어넣는 거죠. 최대한 작은 칩세트를 활용해야 하므로 DAP에 미치지 못하는 성능이지만, 주변 소음이 큰 야외라면 크게 문제 되지 않을 수준까진 사양을 끌어올렸습니다. 물론, 어댑터 역시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선 이어폰을 활용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현시점까지는 말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시장이 형성됐고, 기업들은 차별화를 위해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성능을 극대화하든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든지. 차별화를 꾀하는 방법입니다. 말이 쉽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특히, 무언가 집어넣을 공간 자체가 협소하기 때문에 칩세트 성능에 철저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성능을 끌어올릴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Creative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이 기업은 언제나 제한된 상황을 가정하고, 그에 어울리는 선택지를 제시하기 때문에 기대를 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더더욱 이번 제품이 흥미롭습니다.
포인트 색상을 평소 활용하던 주황색이 아닌 하늘색을 택했습니다. 앞으로도 하늘색을 쭉 사용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PC 컴포넌트 관련 기업이 잘 활용하지 않는 색상이라서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품 자체가 작기 때문에 상자를 크게 만들 이유는 없습니다. 굉장히 작고 얇아서 충격으로부터 제품을 지켜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단하지만 표면이 부드러운 완충재가 제품을 안전하게 감싸고 있습니다. 구성은 PLAY! 4 본품과 USB Type-C to A 어댑터, 관련 문서로 되어 있습니다.
PLAY! 3와 차이점을 표로 요약해봤습니다. 사양이 높아진 점도 중요하지만, 주 타깃을 어디로 설정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PLAY! 3가 PC에 최적화된 형태였다면, PLAY! 4는 다양한 플랫폼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습니다. 호환성이 굉장히 넓은 편인데, 제품 모양이나 부피를 보면 휴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걸 파악할 수 있습니다. 휴대용 기기가 주로 활용하는 USB Type-C 단자를 적용했을 뿐만 아니라 3.5 mm 아날로그 잭을 하나로 줄여서 부피를 최소화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외장 DAC치고는 부피가 굉장히 작습니다. 물론, 스마트폰용 젠더와 비교한다면 큰 편입니다. 총 길이는 13.7 cm 정도이며, 버튼이 있는 조작부는 약 5.3 cm입니다. 버튼 두 개와 상태를 알리는 LED 인디케이터를 배치하느라 길어졌군요. 두께는 약 0.8 cm이며, 무게가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케이블이 두껍고 빳빳한 편이라서 얇은 옷 주머니에 넣었을 때 다소 거슬릴 수는 있겠습니다. 다만, 젠더 고장 대부분이 단선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말이 달라집니다. 잘 고장 나는 제품보단 다소 불편하더라도 튼튼한 제품이 낫습니다.
3.5 mm 잭이 하나입니다. 즉, 출력 기기 단자가 4극을 지원해야 마이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3극, 4극이 헷갈리실 수도 있는데, 케이블에 마이크가 달린 이어폰들은 대부분 4극을 활용한다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3극은 헤드폰과 마이크 케이블이 Y 형태로 분리되는데, PLAY! 4에 연결하려면 4극 어댑터를 활용해야 합니다.
음소거 버튼은 오입력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기능을 추가하지 않았습니다. 그 EQ 전환 버튼에 모드 전환 기능을 추가했는데요. PC와 함께 활용할 거라면 어느 모드로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닌텐도 스위치와 활용하실 거라면 모드 1로 전환해야 합니다. 설정 상태는 LED 인디케이터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 사진을 누르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무게는 약 9 g정도로 측정됐습니다. 연결한 상태로 스마트폰을 활용하더라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 무게입니다. 스마트폰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을 때 버튼부가 밖으로 튀어나오게 되는데요. 이 상태에서도 딱히 무게감이 느껴진다거나 거치적거리지 않아서 휴대용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USB Type-C 포트가 없는 PC나 노트북에 연결할 때에는 기본으로 제공하는 Type-C to A 어댑터를 활용하면 됩니다. 단자가 노출되지 않고 완벽하게 맞물리지만, 안으로 들어가는 형태는 아닙니다. 그래서 강한 힘을 가한다면 단자가 휘어버릴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굉장히 폭넓은 호환을 지원합니다만, 장치에 따라 제한되는 기능도 있습니다. 특히, Creative가 제공하는 Creative App 소프트웨어는 Windows 운영체제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안드로이드나 iOS 등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게 참 아쉬웠는데요. 강력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PC에서만 활용할 수 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깝습니다.
게이밍 라인업인 Sound BlasterX와는 다르게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 초점을 맞춘 기능을 제공합니다. Acoustic Engine에는 음향 효과 관련 기능이 모여 있습니다. 서라운드 기능은 인위적으로 공간감을 만들어내는데, 테스트를 진행해보니 완벽한 방향감을 제공하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스테레오와는 확실히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Crystallizer는 고음역을 강조하여 음이 조금 더 선명해지는 듯한 느낌을 주며, 베이스는 말 그대로 저음역을 증폭합니다. 스마트 볼륨은 음량을 일정하게 하여 갑작스럽게 큰 소리가 귀로 들어오는 걸 막아주며, 다이얼로그+는 중음역을 강조하여 사람 목소리가 잘 들리도록 합니다.
SmartComms Kit은 PLAY! 4가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기능이 모여있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과 관련된 설정 항목을 모아뒀는데요. VoiceDetect는 음성을 인지하는 기능을 말합니다. 음성이 감지되지 않으면, 음소거 상태로 돌입하여 노이즈나 주변 소리를 자동으로 차단합니다. 자동 설정 체크를 해제하면 조금 더 세밀하게 값을 조정할 수 있지만, 자동으로 두는 걸 추천합니다. 음소거 지연은 말이 끊어지고 음소거 상태로 돌입할 때까지 시간을 말하는 겁니다. 기본 설정은 2초로 되어 있습니다.
NoiseClean-out과 NoiseClean-in은 노이즈 캔슬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항목입니다. out은 마이크로 들어가는 소리에 관여하고, in은 상대방이 전달하는 소리에 개입하여 노이즈를 제거합니다. 재미있는 발상인데요. 노이즈 캔슬링을 구현하는 방법 중에는 Ai로 소리를 구분하기도 하지만, 주로 목소리와 관련 없는 음역을 제거하는 방식을 활용합니다. 이 원리로 전달받는 소리에 개입하여 배경 잡음을 제거하는 겁니다. 다만, 이 기능을 켜놓은 상태로 동영상 등을 시청하면 음역대가 다 잘려나간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래서 보이스 채팅을 하지 않을 때는 NoiseClean-in 기능을 꺼야 합니다. 노이즈 캔슬링 강도를 너무 높이면, 소리에 엄청난 왜곡이 발생하므로 기본값으로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CrystalVoice 탭에는 마이크 관련 기능을 모았습니다. 에코를 제거하여 하울링 현상을 방지하는 기능, 작거나 큰 소리를 일정하게 만들어주는 기능, 목소리 변조 기능을 제공합니다. 믹서 탭에서는 재생 볼륨과 녹음 볼륨 크기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재생 탭에서는 비트와 샘플 속도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16-bit, 44100 Hz부터 최대 24-bit, 192000 Hz까지 설정할 수 있군요. 기본값은 24-bit, 48000 Hz입니다. 헤드폰 선택은 제품에 맞는 EQ 프리셋을 말합니다. Creative 음향 기기뿐만 아니라 AKG, 애플, 커세어, 오디오테크니카, 필립스, 삼성, 젠하이저, 소니 등 다양한 제조사 제품을 지원합니다. 물론, 전 제품에 대한 EQ를 제공하는 건 아니며, EQ를 적용한 소리가 최선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게 좋습니다.
녹음 탭은 비트와 전송 속도만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최대 24-bit, 48000 Hz까지 지원합니다.
설정 탭에서는 장치 드라이버 업데이트와 소프트웨어와 관련한 기능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언어를 제공하며, 위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듯 한국어도 정상 지원합니다. 가끔 한국어를 지원하지만 번역을 엉망으로 해놓은 소프트웨어가 존재하는데, Creative App은 준수한 편입니다. 다크 모드도 지원하는군요.
마이크가 내장된 제품은 아니지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테스트를 진행해봤습니다. AKG N30 이어폰에 있는 빌트인 마이크를 활용했기 때문에, 헤드폰을 활용한다면 조금 더 좋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선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비싼 제품이라고 할지라도 배경 잡음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입니다. 키보드나 마우스 버튼 소리는 중간중간 소리를 조금씩 수음하긴 했으나 충분히 의미 있는 수준으로 억제합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키보드, 마우스 버튼 소리보다 훨씬 잘 억제합니다. 바람 소리는 방향과 거리에 따라 달라집니다. 선풍기를 바로 옆에 배치하면 소리 억제가 거의 안되는 편이며, 거리를 어느 정도 떨어뜨리면 의사 전달에는 문제가 없을 만한 수준으로 제거합니다.
■ 실용적인 부가 기능
Sound Blaster PLAY! 4는 Realtek이 제조한 ALC4032 올인원 칩세트를 활용했습니다. 크기 대비 고사양이라서 스마트폰용 젠더를 제조할 때 많이 활용하는 칩세트인데요. 어디까지나 크기 대비 고사양일 뿐, 사운드카드나 외장 DAC와 비교한다면 성능면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대신 작게 만들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게 큰 강점입니다. 또한, 보통 제조사였다면 소리를 재생해내는 선에서 그쳤겠지만, Creative는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직관적인 활용이 가능하도록 음소거 버튼과 EQ 변경 버튼을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Windows 운영체제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소리 관련 기능을 설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강력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노이즈 캔슬링을 지원하지 않는 이어셋이나 헤드셋을 활용할 때 분명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기본 성능도 나쁘지 않습니다. 공개 사양으로는 다이내믹 레인지Dynamic Range와 신호 대비 잡음비(Signal-to-Noise Ratio)가 110 dB입니다. 측정 장비를 통해 계측한다면 110 dB까지는 아니겠지만, ALC4032 칩세트 자체가 이미 여러 제품에 활용됐기 때문에 대략적인 성능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PLAY! 4 역시 일반 젠더로만 활용하더라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추가 기능과 가격을 고려한다면 이 제품은 분명 경쟁력이 있습니다.
■ 훌륭한 노이즈 캔슬링, 아쉬운 기능 호환
개인적으로 소리에 왜곡을 가하는 기능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전달받아야 할 정보가 조금이라도 바뀌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향 때문입니다. 그런데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참 오묘합니다. 정확한 의사전달을 위해 활용하는 기능이지만, 음역대를 잘라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왜곡이 발생합니다. 일장일단이 있는 셈인데, 보이스 채팅이라는 특성을 고려한다면 장점이 더 와닿을 수밖에 없습니다. PLAY! 4는 더 나아가 상대방이 전달하는 소리에도 관여를 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용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이 제품은 노이즈 캔슬링을 Creative App 소프트웨어로 구현합니다. 즉,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지 못하는 기기에선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활용할 수 없습니다. 지하철이나 길가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만한 기능인데, 정작 스마트폰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안드로이드나 iOS 앱을 제공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물론, 가격을 고려한다면 욕심이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형 자체가 휴대를 고려한 설계이고, 훌륭한 기능을 PC 앞에서만 활용할 수 있다는 건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PLAY! 4는 실외에선 젠더로, 실내에선 노이즈 캔슬링 구현용으로 구분해서 사용한다면 참 괜찮은 제품입니다. 특히, 3.5 mm 유선 이어셋/헤드셋을 사용하던 중 마이크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아쉬웠던 분이라면, 이 제품을 고려해보셔도 좋습니다. 노이즈 캔슬링을 활용하지 않는 상대방과 대화할 때, 더 이상 고통받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까지 QM깜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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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사운드 블라스터 PLAY!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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