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s Hardware는 지난번 역대 최고의 NVIDIA GPU 5종에 이어 이번엔 역대 최악의 AMD GPU 5종을 선정했습니다. Tom's Hardware는 최악의 GPU 분야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으며, 선정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5위: 라데온 R9 290X
2012년 당시 AMD의 라데온 HD 7000 시리즈, 엔비디아의 지포스 GTX 600 시리즈가 경쟁했습니다. 28nm 공정 싸움에서 엔비디아가 먼저 GTX TITAN을 출시하며 1위를 차지했지만, 999달러로 비쌌고, 때문에 조금 더 합리적인 GTX 780이 649달러로 출시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AMD는 완전히 새로운 아키텍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28nm 공정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코어, 더 많은 소비전력을 탑재한 R9 290X는 엔비디아보다 더 작은 440mm2 다이, 549 달러로 이점이 있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GTX 780을 499로 낮추고, GTX 780 Ti를 내놓으면서 R9 290X를 눌렀습니다. 단 몇 주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장기적 관점에서도 R9 290X는 출시에 너무 오랜 기간이 걸렸고, 엔비디아 흐름에 뒤처졌습니다. 이후 엔비디아 GTX 900 시리즈에도 밀렸으며,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가격 인하는 AMD에 있어 너무나 뼈아픈 일이였습니다.
이후 출시한 라데온 300 시리즈도 결국 기존 200 시리즈의 리프레시, 클럭 상승에 그쳐 안그래도 높았던 전력 소모가 더욱 큰 단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숨기기 위해 AMD는 그래픽카드 전체 소비전력이 아닌 GPU 칩 하나의 소비전력만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엔비디아와 더욱 대조되는 모습이였죠.
4위: 라데온 RX 7600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AMD 입지는 메인스트림~보급형 시장에서의 가성비 GPU로 인식되곤 합니다. 특히 RX 6000 시리즈 때 RX 6600 XT, RX 6650 XT는 훌륭한 가성비를 제공했죠. 당시 경쟁작이 RTX 3060과 A750이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등장한 RX 7600은 다른 RX 7000 시리즈가 갖고 있는 장점을 거의 갖지 못했습니다. TSMC 5nm가 아닌 6nm로 제조되어 공정상 이점도 없을 뿐더러, 실제 칩 크기와 성능도 전작인 RX 6650 XT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전작 RX 6600 시리즈의 성과를 생각했을 때 RX 7600의 이러한 결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사실 이러한 맥락은 비단 RX 7600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RX 7000 시리즈 전반에 걸칩니다.
3위: 라데온 RX 6500 XT
RX 7000 시리즈가 AMD의 미드레인지 시장 입지를 뒤흔들었다면, RX 6000 시리즈에서는 로우엔드/보급형 시장의 경쟁력을 잃게한 순간입니다. RTX 30 시리즈의 로우엔드 제품이 없었기 때문에 AMD로서는 기회였지만, 망쳤습니다.
100~250달러 시장은 항상 형편없던건 아닙니다. RX 460, RX 5500 XT, GTX 950, GTX 1050/Ti 등 괜찮은 제품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RX 6500 XT는 정말 형편없었습니다. 4GB 메모리, 64bit 버스, PCIe 4.0 4레인이라는 스펙은 정말 마지노선을 넘었습니다. 심지어 전작인 RX 5500 XT 4GB보다 성능이 떨어졌고, 출시한지 4년이나 된 GTX 1650에 비빌 정도였습니다. 물론 전성비가 증가되었다곤 하지만 그마저도 GTX 1650 SUPER 수준입니다.
거기에 PCIe 레인을 4개만 사용하기 때문에 4.0과 3.0 인터페이스 차이간 성능 차이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특히 아직 PCIe 3.0을 사용하는 구형 PC 유저에 있어서 안그래도 낮은 RX 6500 XT 성능이 PCIe 3.0 시스템에선 10~25% 더 낮은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RX 6400도 비슷한 맥락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RX 6400은 적어도 SFF 시스템, 싱글 슬롯, 무전원 등의 이점이 있었습니다.
2위: 라데온 R9 Fury X
라데온 200 시리즈 이후 AMD는 어려운 선택을 했습니다. R&D 예산이 축소되고, 그 마저도 CPU/GPU로 분산되는 와중에 플래그쉽 GPU 경쟁을 위해 다시 한 번 R&D 역량을 집중하기로 결정합니다.
HBM 솔루션을 탑재하고 "오버클러커의 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받았던 R9 Fury X는 좋은 출발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엔비디아가 GTX 980 Ti로 왕좌를 선점했습니다. R9 Fury X는 649 달러로, GTX TITAN X의 999 달러보단 저렴했지만, GTX 980 Ti와는 비슷했습니다.
HBM과 함께 레퍼런스 설계로 일체형 수냉 쿨러를 적용하면서 많은 노력을 거두었지만, 4GB HBM이 결국 딜레마로 작용했습니다. 4096개 연산 유닛이 4K 같은 고해상도에서 이점이 있었지만, 4GB라는 VRAM 용량이 발목을 잡핬습니다. GTX 980 Ti는 6GB, TITAN X에는 12GB VRAM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단점이 부각되었습니다.
오버클러커의 꿈이라는 기대도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기본적으로 전원부(VRM) 온도가 100도를 넘었고, HBM 오버클럭도 제한되었습니다. 거기에 소비전력도 AMD가 이야기한 275W를 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최악의 GPU 1위: RX Vega 64
AMD가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Lisa Su CEO가 임명되었습니다. 이후 RTG(Radeon Technologies Group) 사업부를 신설해 엔지니어에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했습니다. 이곳에서 폴라리스 아키텍처, RX 400/500 시리즈가 탄생해 꽤 괜찮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후 등장할 신제품, 코드네임 Vega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대하게 만들었죠. RX Vega는 HBM2 메모리와 함께 출시했습니다. 당시 GTX 1080보다 더 높은 성능이라며 내세운 게임은 2016년작 DOOM이였고, "드라이버 개선으로 나아지겠지"하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GTX 1080 Ti로 다시금 좌절을 안겨주었습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GTX 1080 가격을 499달러로 인하하며 타격을 주었습니다.
결국 RX Vega 시리즈는 재앙이였습니다. GTX 1080 Ti와 성능 경쟁을 할 수는 있었지만, 이를 위해선 막대한 소비전력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이에 따른 큰 쿨링 소음은 RX Vega의 티저 멘트 중 하나인 "Make Some Noise"로 대조되면서 더 많은 비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Vega 아키텍처는 Vega 56/64외의 게이밍 GPU로 더 출시하지 못하고 내장그래픽으로서 명맥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이후 AMD는 첫 TSMC 7nm 공정 사용, 16GB HBM2와 함께 Radeon VII로 다시 한 번 일어서보려 했지만 RTX 2080에서 레이트레이싱 빠진 버전이란 오명을 받았습니다. 이는 놀랍게도 이전 R9 Fury X에서 벌어진 일과 유사했습니다.
이 여파는 심각했습니다. 당시 RTG를 이끌고 있던 라자 코두리가 퇴사하고, 이후 인텔로 옮겨갔습니다. 거기에 Vega 실패 이후 3년 동안 플래그쉽 경쟁용 GPU가 없었습니다.
번외편: 불명예 제품 - 라데온 8500
라데온 브랜드가 AMD 산하로 들어오기 이전인 ATi 시절, ATi의 3세대 라데온 9000 시리즈는 현대 GPU의 방향성을 정의했으며, 이는 큰 성과였습니다. 하지만 3세대 이전의 2세대인 라데온 8000 시리즈는 영광스러운 불명예 제품에 선정되었습니다. 이는 제대로 제작되지 못했을뿐 아니라 형편없는 드라이버 때문이였습니다.
스펙상으로는 엔비디아 지포스 3, 심지어 플래그쉽인 Ti 500과 견줄만 했습니다. 문제는 드라이버가 좋지 않아 라데온 8500의 성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RX 5000 시리즈가 드라이버 문제로 많은 비판을 받았음에도 라데온 8000 시리즈처럼 성능 저하로 기소를 당하지는 않았습니다.
라데온은 드라이버가 안좋다는 인식이 이때부터 유지되었습니다. 새로운 Omega 드라이버는 성능과 안정성을 약속했고, 실제로 더 나은지는 불분명하지만 적어도 이런 신규 드라이버가 나온다는 것에서부터 공식 드라이버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라데온 드라이버는 그때보단 낫지만 때때로 심각한 드라이버 이슈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윈도우 설치 손상시키기, 카운터 스트라이크 2 무고밴 등 여러 사태가 올해에도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