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2023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랑스 조사 당국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경쟁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엔비디아 프랑스 지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후 해당 조사는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 남용 의혹을 겨냥한 반독점 조사로 확대됐다.
2024년 중반 프랑스 경쟁당국은 생성형 AI 시장의 경쟁 환경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업계 전반이 엔비디아의 CUDA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UDA는 개발자와 엔비디아 GPU를 연결하는 프로그래밍 플랫폼으로, 현재 AI 개발의 핵심 기반 기술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로이터는 프랑스 규제 당국이 엔비디아에 대한 공식 반독점 혐의를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의제기서가 발부될 경우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엔비디아를 상대로 반독점 혐의를 공식 제기하는 규제 기관이 된다.
이번 조사는 크게 두 가지 사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 번째는 CUDA 플랫폼에 대한 시장의 높은 의존도다. 현재 CUDA는 대규모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엔비디아 GPU와 완전한 호환성을 제공하는 사실상 유일한 개발 플랫폼으로, 개발자들이 다른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두 번째는 엔비디아의 AI 클라우드 기업 투자 전략이다. CoreWeave를 비롯한 AI 클라우드 기업에 대한 엔비디아의 투자에 대해 규제 당국은 이러한 투자가 이미 높은 집중도를 보이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우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장 조사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현재 글로벌 AI 가속기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 시장 분석가들은 차세대 AI 반도체가 기술적 우위를 더욱 확대하면서 이 비중이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은 프랑스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 규제 기관에서도 지속적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관련 사업 관행에 대한 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유럽에서는 AI 산업이 미국 반도체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이는 유럽이 '기술 주권(Tech Sovereignty)' 전략을 추진하는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프랑스의 조사 절차가 비교적 느리게 진행된 이유 중 하나는 수십 년 전에 제정된 경쟁법을 당시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AI 산업에 적용해야 하는 법적·제도적 어려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프랑스 경쟁당국이 공식 이의제기서를 발부하더라도 이는 엔비디아의 위법 행위가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의제기서는 정식으로 혐의를 통보하는 절차에 해당하며, 엔비디아는 서면 답변과 청문 절차를 통해 충분히 반론을 제기할 권리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사건은 최종 판결까지 1년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법률에 따르면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이 인정될 경우 기업은 전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현재 엔비디아의 매출 규모를 고려하면 과징금은 수십억 달러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또한 규제 당국은 과징금 대신 기업에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법적 구속력이 있는 시정 약속을 수용하도록 명령할 수도 있다.
향후 절차는 조사팀이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판단할 경우 엔비디아에 공식 이의제기서를 발부하고, 구체적인 위법 혐의를 명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엔비디아는 서면 의견서를 제출하고 구두 청문 절차에 참석할 수 있다.
이후 프랑스 경쟁당국의 의사결정위원회가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위법 여부와 제재 필요성을 최종 판단하게 된다. 다만 관계자인 Belkani는 공식 혐의 제기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으며, 현재 조사 단계가 거의 마무리됐다고만 밝혔다.
엔비디아는 앞서 회사가 각국의 경쟁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IT之家 보도 시점 기준으로 엔비디아는 프랑스 경쟁당국의 최신 입장에 대해 별도의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유럽 입장에서 이번 사건의 의미는 단순한 과징금 부과를 넘어선다. 최근 EU 회원국들은 AI 산업이 특정 반도체 공급업체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이 '기술 주권' 전략을 적극 추진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최종 결과와 관계없이 프랑스의 이번 엔비디아 사건은 반독점 규제가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에 실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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