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트웨어 성능 전문가이자 과학자, GitHub 개발자인 Daniel Lemire가 과거 컴퓨터 메모리 가격을 비교한 결과,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막대한 HBM 수요로 인해 불과 몇 달 만에 되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Lemire는 이러한 현상이 역사적으로도 이례적인 사건이라며, 기술 하드웨어 가격이 수십 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사례를 떠올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Lemire는 자신의 X 게시물을 통해 “RAM은 단위당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2007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비싸졌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AI 시스템을 지금처럼 많은 메모리를 사용하지 않고 구축할 방법을 찾거나, 훨씬 더 많은 메모리를 훨씬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정말 영리한 방법을 찾아낼 것으로 추측한다”고 덧붙였다.
Tom's Hardware는 이러한 주장이 근거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Stanford DAM Project 데이터도 확인했다. 최신 DDR5 메모리 가격은 GB당 13.28~11.41달러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RAM 가격이 이 수준까지 오른 것은 2008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DDR2 가격은 GB당 약 15~11달러 수준이었다.
다만 이는 명목 달러 기준이다. 지금의 인플레이션 및 화폐 가치를 고려하면 현재 DDR5 가격은 GB당 12.74~10.94달러 수준이며, 이는 DDR3 가격이 GB당 11.85달러였던 2011년 수준이다.

기술 발전, 특히 제조 기술과 소형화의 발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 제품의 가격을 낮춰왔다. 이러한 흐름은 약 80년 전 최초의 범용 디지털 컴퓨터가 등장한 이후 줄곧 이어져 왔다. 1946년 당시 에니악의 개발 및 제작에는 정부 예산 40만 달러가 투입됐으며,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685만 297.44달러에 해당한다. 그런데 에니악의 연산 성능은 초당 약 5,000회의 덧셈에 불과했다.
반면 현재 판매되는 가장 저렴한 스마트폰 중 하나인 Moto G Play는 99.9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이 스마트폰에는 AI 성능이 3.3 TOPS에 달하는 스냅드래곤 680 프로세서가 탑재되어 있으며, 이는 초당 3조 3,000억 회의 연산에 해당한다. 물론 에니악과 현대의 프로세서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고 그에 따라 가격이 얼마나 하락했는지를 보여주는 규모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메모리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은 기술의 퇴보나 공급망의 병목 때문이 아니다. 대신 AI 경쟁으로 인해 발생한 HBM의 막대한 수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 SpaceX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 생산량은 연간 약 20%씩 증가하고 있다. 이제 일반적으로 이는 규모가 크고 성숙한 산업에서라면 엄청나게 빠르고 놀라운 증가율이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수요도 연간 20%씩 증가하고 있는가?’라고 물어보라”고 말했다. 이어 “아니다. 수요는 연간 200%씩 증가하고 있다. 어쩌면 그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도 머스크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현재 RAM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지적하면서, 업계가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대안으로 기대하는 중국 메모리 제조업체 CXMT의 칩을 사용하는 RAM조차도 일반적으로 메모리 3대 업체인 마이크론, 삼성, SK하이닉스의 칩을 사용하는 모듈 가격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메모리 부족의 영향은 PC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그래픽카드, 스마트폰, 게임 콘솔은 물론 자동차까지 다른 산업에서도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
현재의 메모리 위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결국 무언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더 무서운 점은 그 순간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찾아올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