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외부를 통유리로 마감하여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아도 내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잘 정돈된 공간에서 평화롭게 청음하는 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내부에서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가장 구석에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브랜드별로 헤드폰을 깔끔하게 정리해 뒀는데, 왼쪽부터 T+A, Sendy Audio, Ultrasone, Final, Meze Audio, Audeze, Koss입니다.
□ AUDEZE
제가 좋아하는 오디지 섹션입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평판형 드라이버를 활용하여 단단한 저음과 부족한 듯 깔끔하게 깎아둔 고음이 매력적인데요. 게이밍 용도를 제외하면 가장 저렴한 제품이 100만 원을 넘길 정도로 고가 브랜드에 속합니다. 이렇게 모여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데 LCD-5는 어디에?
오디지 정전형 헤드폰, 카본(CRBN)입니다. 제품 가격은 무려 7,290,000원! 게다가 이 제품은 정전형 전용 앰프가 있어야 합니다. 이 제품을 들어봤어야 했는데... 다음에 개인적으로 방문했을 때 청음 해봐야겠습니다.
MM-500, 제가 가장 궁금했던 제품입니다. Audeze와 매니 마로퀸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제품으로, 최신 기술을 탑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해서 관심이 있었는데요. 이번 기회에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쉬운 대로 LCD-4z를 청음하는 QM지름, 소리가 좋아서 깜짝 놀란 모습입니다. LCD-4z를 듣고 나니 LCD-5를 듣고 싶다는 욕구가 더더욱 강해졌다고 합니다.
□ FINAL
일본 음향 브랜드 Final, 저렴한 제품부터 초고가 제품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한 기업인데요. 셰에라자드에서 평판형 헤드폰인 D8000 / Pro Edition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AFDS 평판형 마그네틱이 어떤 느낌인지 체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 MEZE AUDIO
제품 디자이너 안토니오 메제가 설립한 오디오 브랜드입니다. 원목을 사용한다는 점, 본드 대신 금속 파츠, 볼트 결합만으로 제품을 완성합니다. 이 말은 곧 제품 유지 보수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는 건데, 가격대가 만만치 않습니다.
□ ULTRASONE
저는 울트라손이라고 한다면 Edition 10을 착용하고 감동을 주체하지 못하던 이너피델리티 틸 허슨스(Tyll Hertsens)가 떠오릅니다. 독특한 음색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브랜드입니다만, 그만큼 마니아층이 탄탄합니다.
□ SENDY AUDIO
센디오디오 역시 평판형을 주력으로 생산합니다. 나무 소재 활용과 그릴 디자인이 매력적이었는데요. 고급스러움 혹은 독특한 디자인을 원하는 분이라면 매력을 느낄 만한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들어 중국 오디오 브랜드의 약진이 눈에 띄는데, 센디오디오 역시 그 대열에 속해 있습니다.
□ T+A
T+A는 Theory + Application을 줄인 브랜드 네임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이론과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화하기까지 어떠한 비용도 아끼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저는 DAC200이라는 고가 DAC를 통해 알게 된 브랜드입니다. 헤드폰도 제조하여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Solitaire P SE가 5,140,000원, Solitaire P가 9,900,000원이더군요. 비용을 아끼지 않는 기업에서 나온 제품답습니다. 이런 제품은 어떤 소리를 내줄까요?
□ KOSS
괴물 저음 포타프로로 유명한 KOSS입니다. 앞서 살펴본 브랜드에 비해 저렴한 가격대로 라인업을 형성했는데요. KSC75 클립폰 같은 경우엔 헤드밴드 개조를 거치면 엄청난 가성비를 보여주는 제품으로 거듭납니다. 학생 시절 이후 오래간만에 제품들을 보게 됐는데, 옛 추억이 떠오르며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KOSS 진열장 옆으로는 Audio-Technica와 SHURE, Etymotic, HIDITION 등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네 브랜드 모두 KOSS와 마찬가지로 학창 시절에 많이 접했던 브랜드인데요.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고유의 색을 잃지 않고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전형 방식으로 유명한 STAX 제품도 한편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코너를 꺾으면 Weston, A&K, Campfire Audio 등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매장 중앙 부분에는 대중에게도 유명한 젠하이저입니다. 플래그십 오픈형 헤드폰인 HD800S는 어디론가 출장나가 있는 상태였지만, 나머지 제품은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 출시한 HD660S2도 보이는군요.
SONY는 블루투스 헤드폰과 함께 MDR-Z1R / Z7M2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입구 바로 앞에는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는 가격대에 포진된 이어폰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는 브랜드들인데, 저 역시 생소하게 느껴지는 제품들이 많았습니다. 마음 같아선 다 들어보고 싶었으나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카메라 셔터를 열심히 눌렀습니다.
Empire Ears Odin을 청음하는 QM지름, 소리가 나오는 순간 엄지를 치켜세우며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입니다. 나도 듣고 싶...
□ 청음 공간
매장 입구 부근에는 청음할 수 있도록 DAC, 앰프 그리고 노트북을 배치해뒀습니다. 또한, 조금 더 진득하게 제품을 들어볼 수 있는 방도 마련되어 있는데요. 바로 이곳에서 오디지 LCD-5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LCD-5 너 이 녀석 여기 있었구나! 고가 DAC, 앰프에 LCD-5를 연결해서 청음 중인 분이 있었는데요. 멋진 장비를 통해 음악에 심취한 모습입니다.
제가 구매하고 싶었던 장비로 가득한 방입니다. 이 방은 천국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리로 돌아온 LCD-5, 청음 ㄱㄱ
진심으로 놀란 QM지름, 저도 이 순간만큼은 카메라를 내려놓고 LCD-5를 통해 퀘스타일 앰프와 버슨 앰프를 비교 청취해봤습니다. LCD-5는 언제 들어도 참 좋은 제품이라는 느껴졌고, BURSON SOLOIST 3X는 언젠가 구매하게 될 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 지하 1층
이곳을 통해 지하 1층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귀가 아닌 마음으로 듣는 공간에 도착했습니다. 지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잘 꾸며진 공간입니다. 계속해서 보시죠.
지하 1층은 카페 분위기로 꾸몄으며, 편하게 앉아서 청음할 수 있습니다. 조명 색온도와 배치, 그 외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하 1층은 1층에 있는 제품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에 속합니다. 라이프스타일용 블루투스 음향기기가 주로 포진되어 있으며, 최근 유행하는 중국발 음향기기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쉽게 1층보다 대중적인 제품들이 지하 1층에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라이프스타일뿐만 아니라 게이밍 장비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게임 장비 진열장 옆으로는 직접 PC에 연결하여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PC뿐만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 5와 게임 타이틀까지 준비했습니다. 이런 공간에서 제품을 체험하면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질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중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유선 음향기기를 활용하는 이들에게 단비 같은 DAP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비싼 제품들도 있지만, 7Hz, TFZ, SIMGOT, Audiosense, FiiO 등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완성도 높은 중국발 이어폰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요즘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제품들이라서 많은 분이 관심을 보일 거로 예상합니다.
각종 커스텀 케이블만 모아둔 섹션도 있습니다. 예쁜 케이블이 많더군요.
갤럭시 버즈 시리즈와 에어팟 시리즈가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길거리나 대중교통에서 종종 만나볼 수 있는 소니, 젠하이저, 보스 포터블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몽블랑이 헤드폰을 만들었다는 사실도 재미있네요.
블루투스 포터블 헤드폰이지만, 쉽게 마주하기는 어려운 제품들입니다.
블루투스 이어폰은 인포에 따로 요청하여 체험할 수 있습니다. 분실 위험이 높은 제품군이라서 이러한 절차를 마련해 둔 것 같더군요. 셰에라자드가 판매하고 관리하는 공간은 여기까지입니다. 하지만 소개해 드릴 게 조금 더 남았습니다.
□ 번외: 소리샵
소리샵은 셰에라자드의 모기업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셰에라자드가 이어폰, 헤드폰 그리고 관련된 DAC, 앰프를 담당한다면 소리샵은 스피커와 관련한 제품을 담당합니다. 소리샵 시청실은 방문 예약 신청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제가 애정하는 브랜드, KEF를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반가웠습니다.
룸 튜닝이 잘 된 공간이었으나 따로 청음 기기를 요청하지 않아서 스피커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피커가 내는 소리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역시 KEF 사운드는 매력적입니다.
KEF 룸을 나와서 계단을 내려오면 이게 다 얼마야...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KEF LSX II, 언제 봐도 귀엽고 깔끔한 디자인입니다.
일반 소비자가 접근할 만한 장비들을 모아둔 공간입니다. 실제로 제가 거쳤던 제품들도 중간중간 섞여 있었는데, 오래간만에 봐서 그런지 반가웠습니다.
이곳이 진짜입니다.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아래와 같은 공간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소리샵 관계자는 중간 가격대 제품들이라고 설명했으나, 절대절대절대 만만한 가격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한 방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외관에서 풍기는 포스가 장난이 아닙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렴한 제품은 1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심지어 처음 보는 제품도 있었습니다.
KEF 룸과 마찬가지로 청음을 위해 한 기기를 선택해둔 게 아니라서 위 상태로 간단하게 음악을 들어봤습니다. 완벽한 배치는 아니었으나 체급에서 뿜어내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은 충분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격이 얼마지?
네, 안녕히 계세요.
맺음말 CLOSING REMARKS
제가 그간 경험했던 체험 공간은 두 부류로 나뉩니다. 제품이 부족하다거나 체험하기 힘든 환경이었다거나, 한 마디로 제품을 제대로 체험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셰에라자드는 음향 기기를 체험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재를 위해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사실이 한탄스러울 정도였으니까요. 깔끔하게 정돈된 매장은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디든 앉아서 진득하게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판매를 위해 직원이 따라붙지 않는다는 점도 만족스러우실 겁니다.
다만, 워낙 많은 제품이 있다 보니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는 게 좋을 겁니다. 예를 들면, 나는 오디지 헤드폰을 들어볼 거야! 혹은 블루투스 헤드폰을 구매하고 싶어! 정도로 말이죠. 사심 가득한 공간에서 셔터를 누르다 보니 SD 카드에 어마어마하게 사진이 많이 쌓여있었습니다. 스크롤 압박으로 일부만 첨부하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아무튼 지금까지 음향기기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 셰에라자드였습니다. 이곳은 천국입니다.
지금까지 QM깜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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