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인공지능(AI) 열풍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능력을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첨단 3D 낸드 플래시 메모리에 전면 집중하면서, 2D 낸드 등 전통적인 구형 제품의 공급 기반이 점차 무너지고 있다.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키오시아가 수익성이 낮은 구공정 생산라인을 잇따라 폐쇄하고, 미국 마이크론도 범용 제품의 핵심인 컨슈머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장기간의 안정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차량용 전자장비와 산업 설비 등의 시장은 갈수록 악화되는 수급 불균형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2026년 3월부터 화성 사업장 12라인의 2D 낸드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해당 시설을 첨단 1c D램 생산 공장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월 8만~10만 장 규모의 웨이퍼 생산 능력을 갖춘 삼성의 마지막 2D 낸드 생산 거점이 문을 닫게 되면서, 2002년 세계 최초로 1Gb 제품의 양산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던 삼성의 2D 낸드 시대는 24년 만에 공식적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뿐만 아니라 삼성의 이번 결정은 한때 시장을 주도했던 MLC(Multi-Level Cell) 낸드 제품의 단종과도 직결된다. 삼성은 이미 고객사에 MLC 낸드 단종을 통보했으며, 2026년 6월 마지막 출하를 끝으로 공급을 전면 중단할 예정이다. MLC 기술은 용량 면에서 신형 TLC나 QLC에 미치지 못하지만, 데이터 보존력과 내구성이 매우 뛰어나 10년 이상 무고장 작동이 요구되는 의료기기와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필수 부품으로 자리 잡아 왔으나, 이제는 낮은 수익성 탓에 시장에서 퇴출되는 운명을 맞고 있다.
키오시아 역시 구형 메모리 시장에서 발을 빼는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키오시아는 2026년 3월 고객사에 2D 낸드와 3세대 BiCS 플래시 제품 시장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겠다고 통보했으며, 2026년 9월 말까지 마지막 주문을 접수한 뒤 2028년 12월 최종 출하를 완료하고 2029년에는 해당 분야에서 완전히 철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키오시아는 구형 TSOP 패키지 제품의 생산도 중단하면서, 저용량 낸드의 수급은 한층 더 빠듯해질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기존 고객의 기본 수요만 유지하는 한편, 자사 컨슈머 브랜드인 '크루셜(Crucial)' 사업을 종료하고 구공정 웨이퍼 생산 능력을 AI 데이터센터용 첨단 메모리 생산으로 전면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저용량 범용 낸드의 공급 부족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주요 업체들의 철수 속도가 기술 전환 속도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2026년 전 세계 MLC 낸드 생산 능력이 2025년 대비 무려 41.7%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설상가상으로 삼성과 마이크론이 구형 설비를 매각하면서 핵심 MLC 기술의 라이선스 이전을 거부함에 따라, 신규 사업자가 그 공백을 메우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극심한 공급난 속에서 최근 일부 SLC와 MLC 제품의 가격은 한 달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MLC 64Gb 현물 가격은 2025년 말 약 6달러에서 20~28달러까지 치솟아 300%에 달하는 상승률을 보이는 등, 극단적인 패닉 바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자원이 AI용 고부가가치 메모리에 지나치게 집중되면서 실물 산업의 기반을 이루는 전통 메모리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공급 절벽이 촉발한 메모리 인플레이션의 도미노 효과는 가전과 자동차 업체의 원가 부담과 공급망 리스크를 2027~2028년까지 지속적으로 가중시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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