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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이사존 컴퓨텍스 2024 특집 기사 바로가기 + Point
뭐 재미있는 게 없을까? 퀘이사존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동료 직원들이 항상 하는 고민입니다. 무언가를 더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지만, 열 가지를 상상한다고 가정하면, 한 가지가 실현될까 말까 합니다. 사실 이것도 아주 후하게 친 거죠. 이렇게 실현율이 떨어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기본으로 주어진 업무를 해내면서 그 이상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순간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기지만, 연속성을 가지고 진행하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테스트는 대부분 제조사가 설계 단계에서 활용하는 장비를 기반으로 일부 변형을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정보는 굉장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마우스 오차율 테스트나 모니터 계측기, 쿨링 시스템 테스트기 등을 도입할 때도 '도대체 어디에서 구매해야 하는 거지?'가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죠. 결국 몇몇 테스트 장비는 직접 뚝딱거리며 만들기도 했지만, 그 과정 또한 절대 녹록지 않았습니다.
원하고자 하는 결과치를 얻어내는 과정에는 온갖 변수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테스트를 진행한 뒤 어느 정도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하죠. 이 단계는 정보를 취득하는 여러분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뒷이야기라서 크게 와닿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땀을 뻘뻘 흘려가며, 때로는 절로 비속어가 나오는 순간을 옆에서 함께 하다 보면, 동료 직원들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깨닫곤 합니다. 회사 분위기 역시 이러한 열정에는 얼마든지 동조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여러분이 좋아하는 디스플레이 측정이나 쿨링팬 테스트 등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과 함께하다 보니 저도 자연스레 욕심이 생겨나더군요. 어떻게 하면 더 의미 있고, 신뢰도 높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이번 글은 그 결과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음향기기 리뷰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어렵다.' 어떤 분야든지 간에 처음 접하면 어렵게 느껴지는 게 당연한데, 유독 음향 분야는 아리송한 느낌이 강합니다. 처음 음향 장비에 관심을 가졌을 때가 떠오릅니다. 뭔가 좋은 말인 거 같은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표현이 난무하여 정확한 판단을 하기가 쉽지 않았죠.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성능을 수치로 절대화하기 힘든 감각의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다른 음역대에 비해 저음역 비중이 큰 제품을 '어둡다'라는 단어로 표현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다른 누군가는 같은 제품을 '따뜻하다'라거나 '부드럽다'라고 말합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둥둥거린다' 혹은 '머리를 울리는 저음'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언어적 감각이 있는 분이라면 미세하게 뉘앙스가 다르다는 걸 감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모든 표현이 모두 한 제품을 가리키는 데 사용됐다는 겁니다. 이렇게 미묘한 차이를 뭉뚱그린 채 작성된 리뷰가 수백, 수천 가지로 생산되다 보면 묘하게 뒤틀리는 지점이 생깁니다. 이 상태로 세월이 흐르고 관습으로 굳어지는 순간 정보를 수용하는 이뿐만 아니라 전달하는 이들에게도 왜곡이 생깁니다. 감각을 글로 풀어내는 건 정답이 없고, 그렇기에 만인이 공감할 수 있는 정보를 만들어내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 말은 곧 수용자 역시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작성자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 Reference: OpenStax College, cnx.org
단순히 언어적 문제였다면 약속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음향 분야는 넘어야 할 더 높은 산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똑같은 소리를 듣더라도 누군가는 저음이 많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저음이 적다고 합니다. 즉, 표현이 아닌 평가 자체가 달라지기도 한다는 겁니다. 사람마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범위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음역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뇌가 인지할 수 있는 소리 정보로 전환되기 이전 전달 과정은 기도 전도(Air Conduction)과 골도 전도(Bone Conduction)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도 전도는 소리가 공기를 통해 '외이-중이-내이'를 거쳐 '청신경 그리고 대뇌'로 이어지는 과정을 말하며, 골도 전도는 고막이 아닌 뼈를 통해 '내이-청신경-대뇌'로 이어지는 걸 뜻합니다.
골도 전도는 다시 세 갈래로 나뉩니다. 와우 골 구조가 진동하여 생기는 성분(Distortional Component), 이소골과 내이 액체 질량에 골도의 진동이 영향을 미쳐 발생하는 관성 성분(Inertial Component), 골도의 진동이 외이도를 통해 고막으로 전달되어 생기는 반응(Osseo-tympanic Component)으로 말이죠.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다고요? 괜찮습니다. 소리가 청신경을 통해 대뇌로 이어지기 전 과정이 꽤 다양하다는 사실만 인지하고 넘어가시면 됩니다.
▲ The Encoding of Sound Source Elevation in the Human Auditory Cortex
/ 출처: Journal of Neuroscience(www.jneurosci.org)
같은 공간에서 같은 소리를 들었다고 할지라도 대뇌가 받아들이는 정보는 미세하게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한 사람의 몸이 좌우 대칭을 이루기도 어려운데, 다른 사람과 귀 모양, 뼈 두께 등이 일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귀 모양이 바뀌면 듣는 소리도 바뀐다는 논문은 Journal of Neuroscience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테스트 방식은 간단합니다. 실리콘을 부착해서 인위적으로 귀 모양에 변형을 줬는데요. 귓구멍이 아닌 귓바퀴에 부착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주파수를 다르게 인지하는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이 현상은 저주파에서는 큰 영향이 없었지만, 6 kHz 이상 고주파 영역에서 특히 두드러졌습니다. 이는 각 음역대가 가진 특성 및 앞서 언급한 소리를 인지하는 방법으로 인한 차이로 볼 수 있겠습니다. 연구 결과가 어찌 되었든지 간에 말씀드리고자 하는 바는 간단합니다. '같은 소리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낀다'라는 겁니다. 이를 두고 측정치 무용론을 펼치는 이들도 있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제각각 다른 말을 할 수밖에 없다는 건 절대적인 기준이 절실하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2018년 8월, 제가 퀘이사존에 막 입사했을 때는 음향기기를 데이터화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전적으로 글쓴이가 체험하고 느낀 바를 서술하는 방식으로 회원분들께 제품을 소개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음향기기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던 제 눈에는 불안정한 상태로 보였습니다. 사수를 믿지 못한 건 결코 아닙니다. 저 스스로가 같은 환경에서 제품을 테스트하고 평가할 자신이 없었죠. 앞서 언급했듯이 제가 듣는 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똑같이 들리라는 법이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사실이 썩 달갑지 않았던 겁니다. 두 번째는 같은 제품이라고 할지라도 컨디션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현상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고음을 좋아하는데, 어느 날은 고음 자체가 거슬린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분명 기계는 같은 소리를 내고 있을 텐데 말이죠. 즉, 수많은 제품을 사용하면서 본인만의 기준을 잘 확립한 리뷰어가 작성한 글이라면 참고할 만하지만, 그마저도 100% 신뢰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저는 소리를 오로지 글만으로 표현한 정보를 좋아하긴 합니다만, 참고 용도로는 활용하지 않습니다. 측정치가 포함되어 있으면, 리뷰어가 작성한 글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편인데요. 측정 장비가 모든 걸 다 나타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적어도 테스트 과정에 주관의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음향 관련 박사들이 확립한 국제 표준을 기준으로 수회 반복 측정하더라도 오차 범위 내 결과를 도출해내기 때문에 훨씬 객관적일 수밖에 없죠. 측정 결과가 같다고 해서 평가가 같아지는 건 아닙니다. 그래프를 토대로 얼마든지 리뷰어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저는 바로 이 지점이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리뷰어에게는 공감을, 그렇지 않은 리뷰어에게는 또 다른 배움을 얻어 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주관이 최대한 배제된 자료를 제시하고, 수용자가 나름의 판단을 할 수 있게끔 여지를 제공하는 겁니다. 그래서 퀘이사존은 음향 측정 장비를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현실적인 타협을 거쳐 도입한 첫 번째 장비가 MiniDSP EARS입니다. 생고생의 시작이었죠...
'측정 장비는 측정 대상 기기보다 100배 정도 비싼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장비를 구비하기 위해 이곳저곳에 조언을 구할 때마다 들었던 말입니다. 이렇게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측정 장비에서 성능은 한계 범위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측정 장비가 가진 성능이 80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어떠한 소비자용 제품의 성능이 90일 때, 측정 장비로 테스트하면 결괏값이 80으로 산출됩니다. 이어폰, 헤드폰, 스피커는 덱(DAC, Digital Analog Converter)이나 앰프처럼 일부 성능이 숫자로만 도출되는 건 아닙니다만, 그래프는 숫자의 연속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다행스러운 건 세세한 수치를 비교한다기보다는 상대성을 파악하는 개념이므로, 정보를 어느 수준까지 제공할 것인지 그리고 제공자의 역량이 어느 수준인지에 따라 저렴한 장비로도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겁니다. 물론, 정보 수용자 입장에선 리뷰어의 역량을 알 길이 없으니,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더라도 딱히 반박할 길이 없습니다.
우리가 주로 다룰 이어폰, 헤드폰, 스피커에 들어가는 발음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설계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단연 진동판을 활용하는 다이내믹 드라이버입니다. 자석을 통해 진동판을 움직이게 해서 음파를 생성하는데요. 덱에서 처리한 소리 정보를 앰프가 증폭한 전압의 형태로 이동합니다. 전선을 중심으로 자기장이 형성되고, 드라이버에 있는 자석으로 에너지를 전달합니다. 그러면 코일(자석)에 전류가 흐르고, 주변에 자기장이 생성됩니다. 코일과 자석이 서로 밀어내거나 당기는 등 상호작용을 통해 진동판을 운동하게 하고, 이를 통해 생성된 음압(소리)이 귀로 향합니다. 짧게나마 드라이버가 작동하는 원리를 말씀드린 이유는 측정 방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 측정에 필요한 필수 장비(상황에 따라 추가 장비가 필요함)
그러면 이제 이어폰, 헤드폰을 측정할 때 필요한 장비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선 기기를 작동하게 하는 AD-DA 컨버터와 앰프가 필요합니다. 이때 두 장비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왜곡이 작은 제품이어야 합니다. 이어폰, 헤드폰이 발생하는 소리를 수음할 수 있는 마이크도 있어야 합니다. 마이크를 작동하게 하는 전력 공급 장치가 필요하며, 이는 AD-DA 컨버터에 연결합니다. 이 두 가지도 마찬가지로 성능이 좋아야겠죠. 게다가 이어폰이나 헤드폰 측정은 사람의 머리와 귀 모양을 구현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소리를 변하게 만드는 요소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제 표준 규격을 따르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장비는 PC와 분석 프로그램입니다.
퀘이사존이 처음으로 구비한 MiniDSP EARS라는 장비(UMIK-1 마이크 기반)는 마이크와 귀 모형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USB 인터페이스를 활용하기 때문에 별도 장비 없이 PC만 있어도 전원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249달러라는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입문용으로 참 매력적으로 보입니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제품은 입문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제품입니다. 이유는 이러합니다. EARS는 표준 규격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마이크 신뢰도뿐만 아니라 귀 모형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측정을 진행했을 때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보정하지 않은 RAW 값에서부터 표준 규격 장비와 비교했을 때 차이가 있으며, 제품 제조사가 제공하는 보정 타깃도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장비로 도출한 결과를 가지고 제품을 논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음식을 씹어야 합니다. 당장 고가 장비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EARS를 실전에 투입하기 위해 연구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정보에 욕심을 냈지만, 장비가 가진 근본적 한계를 고려했을 때 몇 가지를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저는 토널 밸런스를 파악할 수 있는 주파수 응답 그래프를 제외한 모든 걸 버렸습니다. 혼란만 야기하는 정보는 정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ARS는 귀 모형이 적절한 형태가 아니라서 헤드폰을 밀착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고무 밴드를 통해 억지로 밀착해야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었죠. 가끔은 드라이버가 너무 밀착되는 경우가 있어서 밴드를 변경하면서 평균값에 크게 벗어나는 값을 버리는 과정이 필요했고, 자연스럽게 테스트에 드는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EARS는 밀착을 잘하더라도 3 kHz 부근이 더 강조되는 특성이 있으며, 앞서 언급했듯이 보정 타깃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모든 값을 재검토했습니다. 청취자 선호도를 기준인 올리브-웰티 타깃에 맞게 보정 값을 수정하고, 테스트를 통해 검증하는 기간만 한 달을 소요해야 했습니다. 본 업무와 겸했기 때문에 긴 시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밤낮없이 테스트하던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몸이 저릿저릿합니다. 그 과정에서 헤드폰은 토널 밸런스를 파악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이어폰은 신뢰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어폰 칼럼은 최대한 측정 자료를 배제했습니다. 이처럼 표준 규격에 맞지 않는 장비는 사용자 입장에서 굉장히 피곤할 수밖에 없으며, 정보 수용자 입장에서도 신뢰하기 어려우니, 여러모로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타협하지 않아도 됩니다. 만세!
이어폰, 헤드폰을 측정할 때 가장 중요한 장비는 단연 이어 시뮬레이터입니다. 신뢰할 만한 측정 장비를 제조하는 회사도 몇 개가 있는데,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GRAS 제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차세대음향산업지원센터(NSSC)에 장비 도입 및 구입 경로 자문을 받았는데, 역시나 GRAS 이어 시뮬레이터를 추천하더군요. 이어폰, 헤드폰 측정에 적합한 45CA를 택했는데, 45CA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게 아닙니다. 저희가 도입한 장비는 신형 커플러가 탑재된 GRAS 45CA-10입니다.
▲ 구조물로 머리 형태를 구현, 헤드폰을 안정적으로 거치할 수 있다
MiniDSP EARS로 테스트할 때는 대부분 헤드폰을 가장 줄여 놓은 상태여야 이어 컵이 뜨지 않았습니다. 기본 크기가 큰 헤드폰은 최소 크기라고 할지라도 윗부분이 뜨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이럴 땐 한쪽을 인위적으로 밀착한 뒤 고무 밴드로 고정하는 형태로 번갈아 가며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경우 오차가 발생하게 될 확률이 높아지므로 테스트를 더 신중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데이터, 경험이 부족한 테스터가 활용한다면 잘못된 값을 도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GRAS 45CA는 이 부분에서 자유롭습니다.
▲ 이어 컵이 작은 헤드폰부터 큰 헤드폰까지 문제 없이 장착
옆면에는 원과 숫자를 표기하여 양쪽을 균일하게 착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게다가 MiniDSP EARS처럼 나사가 튀어나와 있지 않아서 이어 패드 모양을 변경시키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별거 아닌 듯하지만, 분명 소리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라서 불만이 꽤 컸던 지점입니다. 귀 모형과 아주 가까운 곳을 고정하든가 가장 바깥쪽으로 위치를 밀어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EARS는 이어 패드가 닿는 부분에 튀어나온 나사 4개를 떡하니 배치하여 테스트를 진행할 때마다 저를 곤혹스럽게 했습니다. 이제는 이런 자잘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났고, 결과를 더더욱 신뢰할 수 있게 됐습니다.
▲ 자료 출처: GRAS 공식 홈페이지
GRAS 45CA-10은 RA0401/02라는 품명을 가진 마이크로폰이 들어갑니다. 귀 모형 안쪽에서 소리를 감지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IEC 60318-4(711) 기준을 충족하는 RA0045는 13.5 kHz 대역에서 발생하는 반파장 공진half-wave resonance로 인해 신뢰 구간이 10 kHz로 제한됩니다. 반면에 RA0401/02는 그 반파장 공진을 감쇠시켜 신뢰구간을 20 kHz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댐핑 시스템을 갖춘 장비입니다. 즉, 고음역에서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건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되지 않으실 겁니다.
삼성 하만 그룹 산하에 있는 AKG에서 100만 원짜리 N5005 이어폰을 199.99달러에 풀어서 엄청난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해당 제품은 착용에 형태에 따라 소리가 크게 달라져서 호불호가 꽤 심하게 갈리는 듯한 모양새인데요. 착용 상태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 건 모든 제품에 해당하는 공통 사항이지만, N5005는 하우징 크기와 노즐 각도로 인해 제대로 착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또한, 구형 이어 시뮬레이터로 측정한 결과가 논란을 한층 더 부추긴 감이 있습니다.
▲ 출처: AES(Audio Engineering Society) 콘퍼런스 내용 中
N5005는 철저하게 청취자 선호 타깃인 하만 타깃에 맞게 설계한 제품입니다. 하만 플랫은 기존 DF 플랫 이어폰에 비해 자극적인 맛이 있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타깃에 대한 호불호도 존재하는데, 그와는 별개로 하만 타깃에 부합하게 된다면 고음역에서 소리가 귀를 찌르는 듯한 느낌(치찰음과 같은 소리)이 없거나 미세하게 체감할 정도여야 합니다. 그런데 구형 이어 시뮬레이터로 N5005를 측정하면 10 kHz 부근에 하만 타깃을 크게 벗어나는 피크가 형성됩니다. 그렇다면 왜 사양에 있는 13.5 kHz가 아닌 10 kHz 혹은 8 kHz까지 내려와서 피크가 발생하냐?라는 의문이 생기실 겁니다. 이는 이어폰 삽입 깊이에 따른 차이인데요. 설계 기준까지 밀어 넣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얕게 착용할수록 피크가 8 kHz 부근까지 내려오기도 합니다.
정보 수용자들은 이 자료를 참고하여 N5005는 본래 고음역이 듣기 힘들 정도로 자극적인 이어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확인했듯이 구형 이어 시뮬레이터는 신뢰 구간이 10 kHz까지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반파장 공진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크로 인해 제한한 영역입니다. 즉, 10 kHz 부근에서 발생하는 피크는 기계적 한계로 인해 발생한 셈입니다. 이 지점에서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어디까지나 기계적인 측면에서 이야기이며, 이어폰을 착용했을 때 이도에서 발생하는 공진으로 인해 소리가 날카롭다고 느낄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여담으로 저 역시 적절한 이어팁으로 귀를 제대로 밀폐했을 때 날카로운 소리가 많이 줄어드는 걸 체감했으며, 메모리폼 팁으로 완전히 해결했습니다. 이러한 반파장 공진으로 인한 왜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드라이버 제조사인 Knowles와 GRAS가 협업해서 새롭게 설계한 마이크가 바로 GRAS 45CA-10에 들어간 RA0401/02입니다. 쉽게 이전 이어 시뮬레이터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여 신뢰도를 높였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신뢰도를 얻기 위해선 구매 시기, 방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못해도 부가세 포함 2천만 원을 넘게 지불해야 합니다. 0 하나 잘못 붙인 게 아닙니다.
이어 시뮬레이터가 가장 중요합니다만, 분석하고 결과로 도출하는 과정도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REW, ARTA, SoundCheck 정도로 꼽을 수 있습니다. REW는 무료 소프트웨어이며, ARTA는 제한된 기능만 활용할 수 있고, 모든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추가 구매가 필요합니다. 검증된 SoundCheck은 유료 소프트웨어이며, 셋 중 가장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저는 REW와 ARTA 정도만 사용해 봤기 때문에 ARTA를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만, 차세대음향산업지원센터(NSSC)의 자문을 통해 경로를 바꾸게 됐습니다. 그렇게 선택한 게 음향 분석기로 유명한 Audio Precision에서 만든 제품입니다.
Audio Precision의 명성과 유용성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만, 초기 고려 대상에 올릴 수 없었던 건 역시나 가격 때문입니다. 분석기로 많이 활용하는 APx555나 APx525 등은 수천부터 시작에서 억 단위로 가격이 뛰어버립니다. 음향에 대한 열정은 있으나, 열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금액대가 아니죠. 더군다나 퀘이사존의 주력 사업 분야도 아니니 투자 대비 효용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Audio Precision에서 필수 기능만 요약해서 만든 장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이번에 도입한 APx517B가 바로 그 제품입니다.
위에서 봤던 도식을 다시 가지고 왔습니다. Audio Precision APx517B는 AD-DA 컨버터, 마이크로폰 전원 공급 장치, 앰프 그리고 구매 비용에 소프트웨어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한 번에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물론, 따로따로 구비한다면 비용 절감을 할 수 있겠지만, 신뢰도를 위해 예상보다 더 큰 금액을 썼습니다. 이 장비 또한 부가세를 포함 약 2천 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합니다.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능을 추가하다 보면, 가격은 어느새 굉장히 부담스러운 영역에 도달해버리죠. 역시나 만만치 않은 금액입니다만, 앞서 언급했던 APx525나 APx555와 비교한다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파워 앰프, 헤드폰 앰프, 마이크 인풋, 블루투스 연결까지 지원(일부 기능은 모듈을 통해 변경 가능)
APx517B로 많은 걸 해결했지만, 그렇다고 만능은 아닙니다. 보통 Audio Precision 장비로 덱, 앰프 등을 테스트하기도 하는데, APx517B는 불가능합니다. 가격을 확 낮추는 대신 불필요한 기능을 모두 빼고, 철저하게 이어폰, 헤드폰, 스피커 등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으로 인해 고민에 빠지진 않았습니다. 애초에 퀘이사존은 덱, 앰프를 다루지 않아서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덱, 앰프는 최근 들어 상향 평준화가 이뤄졌습니다. 이미 측정치에서는 중국 제품들이 상위권을 휩쓴 상태입니다. 설령 측정치에서 큰 차이가 있더라도 사용자 입장에선 이어폰, 헤드폰 혹은 더 나아가 이어 팁, 이어 패드로 인한 차이가 훨씬 크게 와닿습니다. 음향 커뮤니티에는 '귀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구비하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밀하게 따지고 든다면 반박할 여지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해당 문장이 생겨난 원인과 의도에 집중한다면 틀리지 않은 말입니다. 즉, 퀘이사존은 훨씬 더 큰 금액을 지불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의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습니다. 추후 음향 관련으로 사이트 내 비중이 커진다면 추가 구비를 고민해 볼 순 있겠지만, 현재는 APx517B면 차고 넘칩니다.
글 앞머리에 서술했듯, 소리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인지합니다. 이런 이유로 측정치가 의미 없다고 말하는 부류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리를 다르게 인지하기에 측정치는 더더욱 필요합니다. 오로지 말로만 음향기기를 표현한다면 기준점이 글쓴이가 되기 때문에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요소가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내가 그렇게 들었으니까 반박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말한다면 딱히 할 말이 없다는 뜻입니다. 아시다시피 음향은 해골물을 들이켜기 가장 좋은 분야입니다. 비과학적인 요소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봐왔습니다. 저 또한 오랜 기간 음향 기기에 큰 관심을 가지며 온갖 플라시보를 경험했는데요. 새 제품을 구비했을 때 뭔가 달리진 듯한 느낌, 제품 외관이 뿜어내는 아우라로 인한 좋은 느낌으로 인해 판단이 흐려졌던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특히, 이어폰, 헤드폰은 컨디션에 따라 소리를 다르게 인지합니다. 심지어 같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아침과 저녁이 다르게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귀로만 듣고 말로 제품을 평가하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나는 365일, 24시간 언제나 같은 컨디션을 유지해.'라고 말할 수 있는 분이 있으실까요? 그렇기 때문에 기계로 측정한 결과는 꼭 필요합니다. 만능이 아니라는 사실에는 동의합니다만, 명확한 기준을 세운다는 점에서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음향 관련 제품은 직접 들어본 뒤 구매한다면 최선이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측정치가 좋은 대안이 됩니다. 계속해서 언급했듯이 측정치로 음향 기기의 모든 성능을 파악할 순 없습니다. 다만, 보유 중인 기기와 측정치를 비교하며 정보를 누적한다면 본인이 어떤 특성을 좋아하는지 파악할 수는 있습니다. 더 나아가 어느 음역이 강조되어 있으면, 어떤 특성이 있는지도 짐작할 수 있죠. 이 말은 곧 취향에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선호하지 않는 특성을 가진 제품을 피하는 데 유용하다는 겁니다. 저 같은 경우 치찰음이 들릴 만한 제품을 피하려고 하는데, 경험을 쌓다 보니 어느 음역 피크를 싫어하는지 파악하게 됐습니다. 똑같은 자료라고 할지라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효용이 달라지며, 무작정 기피하거나 포기한다면 정보를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제대로 활용하기까지 노력이 필요한 건 당연한 일입니다.
가장 중요한 '그래서 두 장비를 쓰면 우리가 무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건데?'알 겁니다. 첫 번째로 그동안 자료를 첨부하지 않았던 이어폰 테스트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블루투스 연결까지 지원하므로 TWS까지 문제없이 자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간이 측정에 그치겠지만, 전 지향성 마이크를 통해 스피커 자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스피커는 룸 특성에 따라 소리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니어 필드 측정 방법을 활용하는데요. Klippel(클리펠)에서 설계한 장비를 활용한다면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겠지만, 이 역시 비용이 어마어마하므로 현실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그래서 전 지향성 마이크를 일정 거리로 떨어뜨린 후 주파수 응답을 측정하는 방법을 활용할 겁니다. 이는 차세대음향산업지원센터(NSSC)의 자문을 구한 뒤 도입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신뢰도가 높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테스트 자료를 제공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음향 기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퀘이사존에 모여들 수 있도록 매력적인 자료와 테스트, 그리고 글을 작성해 볼 요량입니다. 꿈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첫걸음은 뗐으니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 보겠습니다.
'퀘이사존은 돈도 잘 벌면서 투자를 안 한다.' 외부 커뮤니티 글을 읽던 중 멈칫하게 만든 내용입니다. 외부인이 회사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내 웃어넘겼습니다. 그런데 외부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퀘이사존 사이트에서도 관련 내용을 접하게 되니 입이 근질거리는 걸 참기가 어렵더군요. 해당 내용을 봤을 때, 저희는 이미 장비 도입을 현실화하기 위해 직접 움직이며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심지어 장비가 바다를 건너오는 와중에도 비슷한 글을 목격했으니, 속이 얼마나 탔겠습니까... 도착일만 목 빠지게 기다렸고, 그렇게 두 달을 꽉 채워 장비를 수령했습니다. 저는 이제 새로운 장비에 익숙해지기 위해 또다시 공부해야 합니다.
장비를 도입하면서 느낀 점은 과정이 절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일단 테스트 장비는 대부분 소량 생산이므로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는 건 자본을 투입했을 때 결과물에 대해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한, 어떤 장비를 구비해야 제대로 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도 맨땅에 헤딩하듯 알아봐야 합니다. 신중 또 신중해야 하며, 돈을 떠나서 실무와 병행을 해야 하는 일이므로 실현하기까지 정말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퀘이사존에서 메인 컴포넌트에 해당하지 않는 제품군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힙스터 기질이 있던 저에게 알맞은 일을 하고 있는 셈인데요. 주류가 아니라서 생기는 문제점과 한계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회사에서 음향에 투자했다는 사실은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분명, 지금 상태로 유지를 해도 크게 문제가 없는데 말이죠. 이렇듯 퀘이사존은 멈춰있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실, 관성에 따라 하던 걸 계속한다면 노동자 입장에선 참 편리합니다. 하지만 담당자와 회사 모두가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의지를 보이는 와중, 투자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게 된다면 억울한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듯싶습니다. 음향 관련 분야가 현실화를 조금 더 먼저 했을 뿐, 다른 분야도 새로운 콘텐츠를 위해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중입니다. 새로운 장비를 들이고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도 계속 나아가고자 하는 이유는 많은 분에게 유의미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보람을 느끼기 때문일 겁니다. 소소한 응원이라도 해주신다면 원동력 삼아 힘내겠습니다.
지금까지 QM깜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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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치가 필요한 이유와 장비 도입에 관하여
댓글: 7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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