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데온 그래픽 카드, 둠 성능이 대체 왜 이래? 퀘이사존에서는 지난 5월 14일, 화제의 FPS 게임인 둠(DOOM, 2016)의 그래픽 카드 성능 벤치마크를 실시한 바 있다. 해당 칼럼에서는 총 91종의 그래픽 카드와 5종의 해상도를 테스트하는 등, 다양한 게임 환경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성능을 발 빠르게 제공하고자 노력했지만, 테스트 결과에서 영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AMD 라데온 그래픽 카드(GCN 1.0~1.1 기반 한정)의 처참한 성능이며, 더욱이 기존에 우리가 알던 성능 양상과는 판이하게 달랐기에 테스트 결과가 영 찝찝함으로 남아있던 것. 물론, 그간 필자가 직접 경험한 바에 의하면 게임에 따라서는 NVIDIA vs. AMD 구도에서 특정 제조사에 편향된 결과를 가져다주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에 테스트한 둠은 그 이상의 뭔가를 생각할만큼 이상한 부분이 있는데, 단순히 NVIDIA 지포스에 비해 낮은 성능 뿐만 아니라 AMD 라데온 그래픽 카드 사이에서도 스펙을 무색하게 하는 완전히 뒤집어진 결과들이 바로 그것이다.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 아래 과거의 테스트 결과를 살펴보도록 하자.
▲ AMD Radeon Software Crimson Edition 16.5.2 버전의 괴이한 성능 오렌지 박스 안의 테스트 결과(평균, 최소 프레임)를 살펴보면, 약 30만 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R9 380X가 50만 원이 넘는 R9 390X보다도 더 높은 성능을 기록하고 있다. 테스트 당시에도 결과가 너무 이상하여 재차 테스트를 실시하기는 했으나, 결과는 여지없이 같았으며 둠 게임 자체의 버그 혹은 AMD 라데온 드라이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 AMD Radeon Software Crimson Edition 16.5.2.1 Release Notes 그러던 와중에 AMD에서 새로운 드라이버(16.5.2.1)가 등장했다. 역시 이런 결과는 정상이 아니었던 것. 릴리스 노트를 보면, AMD 라데온 R9 390 시리즈가 둠에서 16.5.2 버전 대비 최대 35% 향상되었다고 한다. 과연, 정말일까? 그래서 직접 테스트를 실시하였다. 물론, 테스트에 투입된 그래픽 카드는 릴리스 노트에 등장한 R9 390 뿐만 아니라 GCN 1.0~1.2 그래픽 카드 다수를 포함하여 그 성능 변화 양상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 벤치마크 시스템 사양 테스트 사양은 위와 같으며, AMD 크림슨 드라이버의 경우 문제가 있었던 16.5.2와 이번에 새로 등장한 16.5.2.1을 모두 테스트하여 비교하는 것에 초점을 두도록 한다. NVIDIA 지포스의 경우 둠 출시와 함께 등장한 365.19 최적화 드라이버로 테스트(GTX 1080의 경우 파스칼 지원 프레스 드라이버인 368.16을 적용)
▲ 벤치마크 테스트 구간 ▲ 둠(DOOM, 2016) 게임 테스트 옵션 테스트 옵션은 과거 자료와 함께 비교하기 위해 모든 항목을 동일하게 설정하였다. 기본적으로 Ultra 옵션은 VRAM(그래픽 카드 메모리) 요구량이 매우 높기 때문에, 혹시나 존재할 수 있는 VRAM 병목 현상이라는 변인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본 칼럼의 주제인 드라이버 버전별 벤치마크는 성격상 작은 변인이라도 놓치면 결과 도출에 오류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 따라서, 본 벤치마크에서는 1920x1080(FHD) 해상도와 VRAM은 최소 3GB를 만족시키는 그래픽 카드에 한정지어 테스트를 진행하였다.(참고: 둠을 풀옵션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텍스처와 섀도 항목이 VRAM을 매우 높게 요구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해상도가 FHD라 하더라도 4GB 이상의 그래픽 카드를 사용해야 VRAM 병목을 피할 수 있다.) 이렇게 게임 옵션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드라이버 버전만 바꾸어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드라이버 교체 작업은, 제어판에서 AMD 드라이버 삭제 -> 윈도우 안전모드 진입 -> 디스플레이 어댑터 삭제 -> 레지스트리 및 파일 찌꺼기 삭제 -> 윈도우 서비스 프로세스 점검 -> 윈도우 일반모드 진입 -> AMD 드라이버 설치순으로 진행.)
▲ 둠 게임 성능 테스트 결과(16.5.2 vs. 16.5.2.1) 테스터 입장에서 참 보람 있는 결과로 답해주고 있다. 전의 테스트에서 성능 상의 문제가 있었던 그래픽 카드와 그렇지 않은 것들이 성능 차이로 확연히 분류되어 드러난 것. GCN 1.2 아키텍처 기반의 퓨리 형제들(Fury X, Fury, Nano)과 R9 380X/R9 380은 드라이버가 달라져도 성능 차이가 없거나 혹은 오차 범위 이내의 성능 차이만 발생하고 있지만, GCN 1.0~1.1 아키텍처 기반의 그래픽 카드는 이제야 비로소 봉인이 해제된 것 마냥 성능 향상이 엄청나게 이루어졌다. 특히나 R9 390X는 평균 프레임이 무려 30 프레임이 넘게 상승하여 R9 Fury와 동급의 성능을 이루어내고 있다. 즉, 기존 테스트에서는 본 그래프에서 대폭 성능이 향상된 그래픽 카드의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사실, 게임 출시가 된 이후에야 최적화 드라이버가 출시되는 건 지극히 일반적이지만, 이 정도의 성능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는 흔치 않기에 게임 출시 직후 쏟아지는 각종 벤치마크에서 AMD는 분명 손해를 볼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다. ▲ 둠 게임 성능 테스트 결과(16.5.2 vs. 16.5.2.1 백분율 환산) 앞서 테스트한 결과를 토대로 각 그래픽 카드별 16.5.2 버전에서의 성능을 100%로 보았을 때, 16.5.2.1 버전의 상대 성능을 백분율로 표기해보았다. 가시적으로 성능 향상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GCN 1.2 기반의 그래픽 카드는 성능 변화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릴 수 있으며, GCN 1.0~1.1 기반의 그래픽 카드는 적게는 50% 많게는 70%까지도 성능 향상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릴리스 노트에서 언급한 35%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이다. 물론, 해상도별 성능 향상은 다를 수 있는데, 과거 벤치마크를 참조하면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성능 격차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아 FHD가 아닌 QHD, UHD 급으로 넘어가면 성능 향상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외 HD 7990의 경우 눈을 의심케하는 성능 향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드라이버 버전에 의한 성능 향상보다는 16.5.2 버전에서의 테스트 결괏값이 VRAM 병목으로 인해 본래의 성능보다 더욱 낮은 수치였을 가능성이 크다. HD 7990의 경우 VRAM 자체는 6GB를 탑재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멀티 GPU 기술인 CFX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유효 프레임버퍼(VRAM)는 3GB 수준으로 R9 280X/HD 7970과 동일하다. 그러나 CFX 특성상 유효 프레임버퍼가 3GB로 동일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오롯이 사용 가능한 프레임버퍼는 싱글 GPU 보다 불리한 요소들이 많다. 따라서 둠 Ultra 옵션과 같이 VRAM이 높게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R9 280X/HD 7970에 비해 오히려 VRAM 병목 현상의 가능성은 더 커지게 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도록 하자. 이제는 기존의 지포스 그래픽 카드 결과와 함께 16.5.2.1 드라이버 버전을 적용한 라데온 그래픽 카드를 함께 그래프에 정렬하여 AMD 라데온 그래픽 카드 입장에서는 덜 억울한(?) 성능 표를 얻어낼 수 있게 되었다. ▲ 둠 게임 성능 테스트 결과(NVIDIA 지포스, 16.5.2.1 적용 AMD 라데온 종합) 이렇게 정렬하고 보니, 이제야 비로소 납득이 가능한 성능 그래프가 완성이 된 듯하다. 물론, 양 사 통틀어 최강의 성능은, 바로 며칠 전 세상에 그 성능을 알린 GTX 1080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지만 말이다. 또한, NVIDIA vs AMD 구도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각 제조사의 아키텍처별 성능 향상도 눈에 띄는 부분들이 있다. 먼저 NVIDIA의 경우 맥스웰, 파스칼 기반의 그래픽 카드는 매우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그에 반해 케플러 기반의 그래픽 카드는 영 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GTX TITAN의 경우 HD 7970 GHz Edition/R9 280X와 별 차이 없는 성능을 보여주고 있으며, 동급 성능으로 치부되고 있던 GTX 780 Ti와 GTX 970은 그 성능 격차가 무시무시한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는 GTX 970의 평균 프레임이 88.2 FPS, GTX 780 Ti가 70.1 FPS로 GTX 970 쪽이 무려 25% 넘게 성능이 좋다. 반면 AMD의 경우에는 이번에 드라이버 덕을 본 GCN 1.0~1.1 기반 그래픽 카드의 성능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억울하게 성능이 봉인되어 있던 R9 390X는 드라이버 버프로 인해 Fury와 동급의 성능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성능이 좋았던 녀석이 R9 380X 보다 아래에 위치하고 있었으니... 또한, R9 290은 지포스의 안마당과도 같은 FHD 해상도에서 GTX 780 Ti보다도 뛰어난 성능이다. 게다가 HD 7970의 경우 초기(2012년)에는 GTX 680도 당해내지 못하던 것이 둠에서는 무려 GTX 780에 근접하고 있으니 이것 참, 이렇게 아키텍처별 성능 차이가 극심한 게임이 있었나 싶다. 비로소 되찾은 성능(최대 50~70% 향상) 정리하면, AMD 라데온 그래픽 카드는 16.5.2.1 드라이버 버전으로 인해 비로소 제성능(FHD, Ultra 옵션 적용 시 50~70% 성능 향상)을 찾게 되었고, Ultra 옵션에서 R9 280X 이상이면 충분히 평균 60 프레임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고정 60 프레임은 R9 290X/R9 390X 이상에서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그럼에도 GTX 970의 놀라운 성능 효율이 눈에 띄기 때문에 맥스웰, 파스칼 vs. 구도로 보자면 여전히 NVIDIA가 유리한 게임이다. 하지만, GCN 1.0~1.1 기반 그래픽 카드 성능도 우수하게 측정되었기 때문에 해당 그래픽 카드 사용자라면 둠을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드라이버 업데이트를 진행해주도록 하자. 게이머를 화나게 만들지 말라! 또한, 근본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게임 출시 이후 AMD 라데온 그래픽 카드의 비정상적인 성능과, 드라이버 업데이트로 인한 엄청난 성능 향상으로 이어진 작금의 사태가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영 불만이다. 게임을 구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귀책 사유가 게임 개발사인 id software에게 있는지, 아니면 드라이버 개발 및 게임 협업 부문에서 AMD에게 있는지는 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어쨌든 불편을 겪는 부분이기에 절대 좋은 현상은 아니다. 게임 출시 직후 빠르게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은 게이머의 입장이라면, 하드웨어적 문제로 인한 성능 저하 및 이슈에서 분명 제약을 받기 때문. 여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극단적인 예로 배트맨 아캄 나이트(똥캄 나이트) 사태가 게이머들에게 얼마나 큰 분을 샀는지... 게임 개발사와 GPU 제조사는 분명 기억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