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퀘이사존벤치입니다.
엔비디아가 튜링(Turing) 아키텍처 기반의 지포스 RTX 그래픽카드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점차 지포스 RTX 라인업을 완성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살펴볼 제품은 게임용 그래픽카드인 지포스(GeForce)와는 별개의 가지로 출시된 NVIDIA TITAN RTX입니다.
현재 게임용 그래픽카드 중 가장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 모델은 RTX 2080 Ti입니다. 그러나 RTX 2080 Ti의 경우 튜링 GPU 중 가장 거대한 TU102를 탑재했지만 4,608개의 CUDA 코어가 모두 활성화된 풀칩(Full chip) 구성은 아닙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RTX 2080 Ti는 TU102 GPU의 72개 SM 중 4개의 SM이 비활성화되어 256개가 모자란 4,352 CUDA 코어를 갖췄으며, 메모리 인터페이스도 384-bit가 아닌 352-bit로 작동합니다. 즉 완전체가 아닌 일명 커팅칩으로 불리는 TU102 GPU가 탑재된 것이죠.
▲ TU102 풀칩 GPU를 품고 탄생한 TITAN RTX
이러한 객관적 사실은 RTX 2080 Ti보다 성능이 뛰어난 상위 모델의 출시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뜻했고, 결국 TU102 완전체는 TITAN RTX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게다가 2배 이상 많은 24GB의 VRAM과 개인 사용자가 구매를 고려하기에는 높은 가격(US $2,499)을 자랑하면서 말입니다. 또한, 지포스 브랜드에 속하는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엔비디아는 공식적으로 TITAN RTX를 게임용 그래픽카드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수의 하드웨어 마니아들은 가장 높은 성능의 그래픽카드를 소유하고 싶다는 열망, 혹은 그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RTX 2080 Ti보다 더 높은 게임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로 값비싼 TITAN RTX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경우도 분명 존재합니다. 가성비를 생각한다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선택이지만, 일부 하드웨어/게임 마니아들에게는 분명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 $2,499의 TITAN RTX, 그래도 TITAN V보다는 $500 저렴
돌이켜보면, TITAN은 항상 높은 가격대에 포진했습니다. 물론, 최근의 TITAN 계열 그래픽카드는 제품의 특성을 감안해도 가격 상승 폭이 너무 커져서 불만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렇다면 TITAN 그래픽카드는 무엇이 특별하길래 지포스 계열 그래픽카드보다 훨씬 비싼 것일까요?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본 벤치마크가 그 해답이 되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전에, 앞서 제가 서두에서 풀칩과 커팅칩 그리고 가격에 대해서 언급을 했었는데요. 지금까지의 TITAN 계열 그래픽카드는 이에 대해 어떤 특성을 갖고 있었는지 살펴보면 재밌을 것입니다. 아래 정리된 표를 한번 보겠습니다.
▲ NVIDIA의 TITAN 계열 그래픽카드 목록
엔비디아에서 출시한 역대 TITAN 그래픽카드 목록입니다. 여기에 포함된 것 외에도 TITAN V CEO Edition과 같은 모델이 존재하긴 하지만, 극소량으로 생산된 이벤트성 모델이기 때문에 제외하였습니다. 먼저, TITAN 계열 그래픽카드의 공통점을 꼽아보도록 하죠. 바로 해당 아키텍처 세대의 가장 거대한 GPU를 탑재한다는 것입니다. 일명 빅칩이라고 불리는 이 GPU들은 일반적으로 다이 면적이 400 mm2 급 이상입니다.
빅칩이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가?
빅칩은 사전적으로 정의된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서는 그 해석도 달라질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관점에서 풀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GPU 설계 과정에서 엔비디아가 250~300W TDP 수준을 한계로 새로운 아키텍처를 개발할 때, 가장 높은 성능을 내어줄 수 있는(가장 많은 유닛을 때려 박은) 최상위 GPU(튜링의 경우 TU102)를 빅칩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가장 높은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병렬형 연산 방식을 가진 GPU 특성상 유닛을 많이 실장(mounting)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물리적인 이유로 자연스럽게 다이 면적은 넓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해당 아키텍처 세대의 하위 모델(퍼포먼스~메인스트림)들은 빅칩 GPU를 기반으로 일부 유닛을 비활성화하거나(일명 커팅칩), GPC(Graphics Processing Clusters) 단위로 축소시킨 GPU(튜링의 경우 TU104, TU106)를 파생시켜 한 세대의 라인업을 완성하게 됩니다. 아키텍처별로 접근하면, 케플러(Kepler)는 GK110, 맥스웰(Maxwell)은 GM200, 파스칼(Pascal)은 GP102, 볼타(Volta)는 GV100, 튜링은 TU102가 빅칩에 해당됩니다. 그리고 TITAN 그래픽카드들이 빅칩을 탑재하고 있는 것이죠.
다른 공통점으로는 높은 가격과 VRAM입니다. 아직 지포스 브랜드를 버리지 못했던 최초의 TITAN, 케플러 아키텍처 기반의 지포스 GTX TITAN의 경우 당시 게임용 그래픽카드 최상위 제품이었던 GTX 680 VRAM의 3배에 해당하는 6GB VRAM을 선보였습니다. 가격도 $999로 나왔죠. 물론, 최근의 TITAN 그래픽카드와 비교하면 저렴(?)한 가격입니다만... 어쨌든, 물리적인 스펙과 압도적인 VRAM, 높은 가격 등이 TITAN을 수식하는 특징일 것입니다.
TITAN은 GeForce와 무엇이 다른가?
마지막으로 지포스 그래픽카드가 제공해주지 않는 차별화된 성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최초의 TITAN, 지포스 GTX TITAN은 DP(Double Precision, 배정밀도) 유닛 성능에 대한 잠금 해제로 배정밀도 연산을 요구하는 수요층에게 강력한 가성비로 어필할 수 있었으며, 파스칼 아키텍처의 TITAN Xp는 지포스와 차별화된 작업 생산성을(쿼드로 성능 영역 침범), 볼타 아키텍처의 TITAN V는 텐서 코어와 DP 연산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맥스웰 아키텍처 기반의 지포스 GTX TITAN X는 VRAM이 GTX 980 Ti의 2배에 해당하는 12GB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죠. 즉 TITAN의 정체성은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심지어 케플러~맥스웰 아키텍처 세대의 TITAN은 지포스(GeForce) 브랜드에 편승되어 있기도 했죠. 이후 파스칼 아키텍처 기반의 NVIDIA TITAN X (Pascal)(TITAN Xp 이전의 GP102 커팅칩 버전)부터 지포스 브랜드에서 빠져나와 독립적인 TITAN 세그먼트로 분류되기 시작했습니다.(그러나 이때의 TITAN X는 과도기적 성격을 보이며, 지포스 브랜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측면 LED가 GEFORCE GTX로 점등되고, 백플레이트에는 GEFORCE GTX TITAN X가 음각으로 새겨지는 혼돈의 카오스가 펼쳐졌다)
▲ 금색이라는 차별성 외에도 측면 재질이 유광으로 처리된 TITAN RTX
그렇다면 오늘의 주인공인 TITAN RTX는 RTX 2080 Ti보다 유닛이 조금 더 많다는 것 외에 어떤 특별함을 가지고 있을까요? 아래 테스트 내용에서 살펴보실 수 있지만, 먼저 살짝 공개해드리면, TITAN Xp vs. GTX 1080 Ti 구도에서 TITAN Xp가 작업 성능 부문에서 비교불가한 성능을 보여줬던 것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또한, 외형적인 면에서도 금색의 하우징과 유광 재질이 사용되었다는 특징과 측면의 LED는 TITAN 로고로 점등된다는 점에서도 차별성을 가집니다. 잠시 퀘이사존이 입수한 엔비디아 공식 패키지 그리고 TITAN RTX의 모습을 살펴보도록 하죠.
이렇게 TITAN 그래픽카드에 대해 굵직한 특징들을 함께 짚어보았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과거 TITAN V 벤치마크에서는 엔비디아의 통수 역사까지 포함한 TITAN 그래픽카드의 역사를 세부적으로 다뤄본 적이 있는데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도 한번 들려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