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zer 시대의 주역이 선보이는 '게이밍' 무선 이어폰
Razer는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에서 설립되었습니다. 지금이야 키보드나 마우스에 '게이밍 기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지만, 설립 당시만 해도 이런 개념은 낯설고 생소했습니다. 2005년이면 휴대폰 중앙에 네이트Nate 물리 버튼이 탑재되고 사람들은 문자(Multimedia Messaging Service, MMS)로 대화를 주고받던 시기입니다. 당시만 해도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고, 아니면 출입이 통제된 연구소에서 프로토타입Prototype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인터넷 뉴스를 통해 접하는 물건이었습니다. 상용화하려면 못해도 100년은 걸린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던 시절입니다. 당시 키보드와 마우스도 데스크톱 입력 장치이지, 게이밍 기어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프로게이머조차 로지텍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줄곧 사무용 키보드와 마우스를 만드는 기업이 내놓은 제품 중에서 그나마 입맛에 맞는 걸 찾아 쓰는 수준이었습니다. 애초에 프로게이머가 직업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도 아니었습니다.
글을 쓰는 2021년, 그간 많은 것들이 달라졌습니다. 당시 가장 강력한 컴퓨터는 오늘날 쓰레기 매립지에서나 볼 수 있는 고철 덩어리가 되어버렸고, 그보다 수십~수백 배 강력한 칩이 들어간 컴퓨터는 손바닥만 해졌습니다. 이러한 첨단 기기의 혜택을 노인부터 어린이까지 모든 이들이 누리며, 배터리와 모터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운전자 없이도 일반 도로를 돌아다닙니다. 세기의 천재 일론 머스크(Elon Reeve Musk, 1971 ~) 덕에 전기차 산업은 짧은 시간에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결과적으로 그는 시대를 앞당겼습니다. 칼럼 발행일 2021년 9월 3일을 기준으로, 미국 테슬라 전시장은 텅텅 비어있고 직원들조차 출근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전시용 모델까지 전부 매진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장 테슬라 모델 3 구매 계약서에 서명하면, 인수까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예약이 가득하다고 합니다. 자신만만하던 내연기관 기반의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지 않습니다. 모든 엔진 관련 R&D 비용을 배터리와 모터 개발 비용으로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데스크톱 주변기기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오늘날 키보드와 마우스에 게이밍 기어라는 수식어가 얼마든지 붙습니다. 소비자들은 얼마든지 납득하는 분위기입니다. 마우스 패드, 모니터, 헤드셋은 물론이고 별로 관련 없어 보이는 의자, 마이크에도 게이밍이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심지어는 게이밍 껌(Razer Respawn)까지 존재합니다. 여러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Razer가 있습니다. Razer는 게이밍 기어를 산업으로 인정하지 않았을 때부터, 게이머를 위한 주변 기기를 만들었습니다. 'For Gamers, By Gamers'라는 카피에서 Razer의 정체성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구도 게이머를 위한 제품을 만들지 않을 때, Razer는 정교한 조준을 위해 센서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고, 손목에 부담이 적도록 무게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더 정확하고 빠른 입력을 위해 자체 스위치와 광학 센서를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Razer DeathAdder V2 Pro, Razer Viper Ultimate와 같은 제품은 대단히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갖추었으며, 많은 프로게이머가 가장 선호하는 마우스가 되었습니다.
Razer는 마치 소년 만화 주인공처럼 철학과 신념을 관철하면서 왕도王道를 걸었습니다. 그렇게 변화의 주역이 되었고 지금은 시장을 선도합니다. 게이머를 위해 마우스를 만드는 사업으로 미약하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글로벌 게이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위대한 승리를 이룩하는 중입니다. Razer가 내놓은 게이밍 껌이 터무니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 설득력과 근거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씹는 행위는 긴장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Razer는 여기에 비타민 B5, B6, B12와 나이아신, 녹차 추출물 등 집중력을 올리는 데 도움을 주는 물질을 넣었습니다. 이러한 게이밍 껌이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분명 집중력과 반응 속도에 도움을 주는 건 맞습니다. 일반인이 이걸 씹는다고 프로게이머를 이기는 일은 생기지 않지만,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갈리기도 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프로끼리 붙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는 겁니다. FPS, AOS와 같은 피지컬이 중요한 장르에서 집중력과 반응 속도는 승패에 직결되는 요소이기에 게이밍이라는 수식어가 충분히 납득할 만합니다. 이제는 Razer가 마음만 먹는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게이밍 기어로 만들어 버릴 기세입니다. 그게 설령 게임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무선 이어폰이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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