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규격제국을 꿈꾸는 기업이라면 관철해야 하는 그것
독자규격, 기업이 독자적(獨自的)으로 주장하는 규격(規格)을 말합니다. 이 단어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IT 기기와 친숙하고 하드웨어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아마 열에 아홉은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자기기는 전원이나 데이터 이동을 위해 다른 제품과 연결할 필요가 있는데, 내가 가진 제품이 독자규격이면 십중팔구 연결을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닙니다. 만약 필요할 경우, 해당 제조사가 내놓은 또 다른 독자규격 제품을 추가 구매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APPLE 라이트닝 케이블이 있습니다. APPLE이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이 케이블은 꽤 편리한 점이 있었습니다. USB Type-A 또는 B와 달리 앞·뒤 구분 없이 그저 끼우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과거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 대부분 USB Type-B를 사용하던 시절, 이건 꽤 장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앞·뒤 구분 없는 USB Type-C가 주류가 된 오늘날, 라이트닝 케이블이 갖는 장점은 사라졌습니다. APPLE은 호환성, 라이선스 등 몇 가지 이유로 여태껏 라이트닝을 쥐고 있지만, 이를 원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습니다. 당장 저만 하더라도 안드로이드를 고집하다가 최근 iPhone을 구매했는데, 이로 인해 멀쩡히 잘 쓰던 USB Type-C 케이블과 어댑터 모두 버릴지 말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규격이라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독자규격으로 성공한 사례가 엄연히 있습니다. SONY와 PHILIPS가 합작으로 만든 CD-ROM, SONY가 독자적으로 만든 블루레이 디스크가 대표적입니다. 독자규격이라는 선택지는 제조사 입장에서 꽤 매력적입니다. 새로운 규격을 만들거나 시도할 때 협의할 의논 대상이 적다는 점도 장점이고, 시장과 소비층도 한정적이라 신기술을 빠르게 도입할 수가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신기술을 빠르게 도입함으로써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건 특히 더 매력적인 부분입니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요구와 목적을 빠르게 투영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하다못해 내가 허가한 서드 파티에서만 관련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기 때문에 단속하기도 편합니다. 이처럼 독자규격은 제조사 입장에서 보면 개발 자유도, 유연성, 시장 지배력 강화, 이익 극대화 등 여러 가지로 훌륭한 선택지가 됩니다. 단점이 있다면, 단가가 높아진다는 점과 소비자가 싫어한다는 점뿐입니다.
글을 시작하면서 독자규격이라는 주제를 던진 이유는 이번에 칼럼으로 소개할 제품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알아볼 제품은 HyperX에서 만든 Cloud Earbuds라는 제품입니다. 독자적인 규격의 이어팁을 적용한 제품인데, 특허받은 디자인의 착용감이 우수한 이어팁을 적용했다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이어셋도 표준규격이 있는 만큼, 소비자마다 선호하는 이어팁이 존재하는데요. HyperX는 독자규격이라는 양날 검을 고른 만큼, 착용감만큼은 남다른 무언가를 보여줄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어지는 글과 사진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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