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부가 24개? 그래픽카드야?
제가 컴퓨터에 처음 입문하던 샌디브릿지-아이비브릿지 시기에 등장한 하이엔드 메인보드는 전원부 수가 지금의 2배 가까이 되었습니다. 물론 대부분 뻥튀기시켜놓은 구성이겠지만, 이런 데에 지식이 적은 소비자는 이런 숫자 마케팅이 잘 통했겠죠. 저도 그랬으니까요. 20개를 넘어 극단적인 예로 무려 32개나 되는 전원부를 넣었다고 자랑하는 제품도 있었습니다. 사진의 제품이 32페이즈를 넣었다고 광고하던 GIGABYTE GA-Z77X-UP7 메인보드입니다.
당시까지 ASUS는 이런 전원부 개수 마케팅을 하지 않고 이전 세대보다 약간씩 강화하는 형태로 신제품을 꾸준히 발매했었습니다. 최근 몇 년 새 거의 모든 메인보드 제조사의 전원부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옛날보다 확실해진 명분이 있는데, 바로 CPU 코어 수가 늘어나서 CPU가 소비하는 전력이 HEDT급으로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AMD와 인텔 모두 메인스트림 플랫폼 최상위 모델의 코어 수가 16개나 됩니다. 이렇게 되면 일반 소비자가 간단하게 오버클록 한다고 해도 소비전력이 200W를 훌쩍 넘고 말죠. 따라서 최근 메인보드 전원부 수가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시대 흐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SUS ROG APEX 메인보드는 오버클러커를 위해 등장했습니다. 처음 나왔을 때부터 가장 최상위 등급인 EXTREME에 뒤지지 않는 전원부 품질을 갖추고 있던 라인업입니다. 아직은 인텔 메인보드에만 출시된다는 특징도 있고요. 이 ROG APEX의 최신 모델, ASUS ROG MAXIMUS Z690 APEX가 이번 칼럼의 주인공입니다.
메인보드 칩세트는 점점 입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미세공정이 뒤떨어지던 과거에는 노스브리지와 사우스브리지 2개 칩세트가 메인보드에 올라가서 CPU를 보좌했습니다. 노스브리지에는 메모리와 확장슬롯을, 사우스브리지에는 저장장치나 I/O 포트 부와 CPU를 이어줬습니다. 시간이 흘러 인텔 1세대 코어 시리즈와 AMD 1세대 APU부터는 노스브리지 기능이 CPU에 통합되었고, 현재 메인보드에 올라가는 칩세트는 사우스브리지뿐입니다. 저전력 플랫폼에는 이 칩세트 기능과 그래픽까지 모두 칩 한 개로 통합된 SoC(System on Chip)가 사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텔 Z690 칩세트는 메인스트림 플랫폼용 600 시리즈 칩세트 중 최상위 모델입니다. 인텔 12세대, 엘더레이크를 위한 칩세트로 이전 세대인 Z590과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가장 큰 변경 점이라면 칩세트에서 지원하는 PCI Express 버전이 4.0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칩세트 확장 슬롯은 물론 M.2 SSD까지 Gen4 규격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는 소소하게 업그레이드된 정도이며, SATA 포트 지원 수가 늘어나서 SATA 포트를 6개만 지원하는 Z690 메인보드라면, SATA M.2 SSD를 사용한다고 SATA 포트가 비활성화하는 불상사가 줄어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