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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떠한 일을 할 때 매번 잘 해낼 수만은 없습니다. 때론 터무니없는 실수로 인해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대체로 시작부터 삐걱거렸을 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흔히 이런 상황에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얘길 합니다. 옷을 입을 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면 중간에 알아차리지 않는 이상 마지막 단추까지 잘못 끼울 겁니다. 다 끼우고 나서야 한쪽에 단추가 남아있는 모습을 보고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인지하겠죠. 그제야 옷을 바로 입으려 하면 모든 단추를 풀고 다시 끼워야 하는 수고로움을 겪습니다. 옷 입는 정도야 귀찮을 뿐이지만,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이런 일이 생긴다면 머릿속이 새하얘질 겁니다. 그렇기에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선 치밀하고 완벽한 시작이 중요합니다.
2021년 11월 4일 22시 인텔 엘더레이크 CPU가 공개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DDR5의 시대를 알렸습니다. 하스웰-EP를 기준으로 약 7년, 스카이레이크를 기준으로 하면 약 6년 만에 세대교체를 한 셈입니다. 이 부분에서도 재미있는 점이 있는데, DDR4는 HEDT부터 차세대 메모리를 사용했다면 이번 DDR5는 메인스트림 CPU에 가장 먼저 적용했다는 겁니다. 그동안 인텔이 HEDT보다는 메인스트림에 집중하기도 하고, 관련 기술들이 발전하면서 점차 HEDT만의 매력이 떨어졌기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DDR5의 시작과 함께 수많은 브랜드에서 DDR5 메모리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그중 도미네이터, 벤젠스 등 다양한 메모리로 사랑받는 커세어에서 단순히 제품을 출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조금은 특별하고 재미있게 DDR5를 맞이하려 합니다. 이런 중요한 순간을 퀘이사존도 함께 기념할 수 있게끔 매우 흥미로운 물건을 하나 보내왔습니다. 분명 메모리라고 들었는데, 어쩐 일인지 메모리치고는 패키지가 아주 크고 묵직합니다. 게다가 이름에 First Edition을 사용하여 첫 번째 DDR5라는 걸 강조하고 있는데요. 메모리와 함께 어떤 물건을 보내왔을지 살펴보겠습니다.
2022년 11월 14일 제품 크기 수정
DDR SDRAM은 매 세대마다 작동 속도가 2배씩 빨라졌습니다. 가장 직전 세대인 DDR4도 DDR3 대비 2배 빠른 속도를 지원했죠. DDR5도 마찬가지입니다. DDR4의 최고 전송 속도가 12,800 ~ 25,600 MB/s였는데요. DDR5는 그 두 배인 25,600 ~ 51,200 MB/s입니다. 물론 이렇게 높은 클록을 그냥 얻어낸 것이 아니며 타이밍에서 많은 손해가 발생합니다. DDR4-2400을 예로 들어보면, 메모리 타이밍이 17-17-17(tCL-tRCD-tRP)으로 작동합니다. 그러나 같은 포지션에 해당하는 DDR5-4800은 40-40-40(tCL-tRCD-tRP)으로 작동하여 상당히 큰 차이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작동 속도와 타이밍만이 메모리 성능을 좌지우지하는 건 아니니 속단해서는 안 됩니다.
Micron DDR5 소개 영상
최근 기획 칼럼을 통해 메모리 뱅크에 대한 이론과 뱅크를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따라 성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드렸습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용량과 클록이 같은 메모리라고 할지라도 뱅크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도 DDR4는 그나마 뱅크 그룹이 2개인지, 4개인지만 확인하면 됐습니다. 만일 용량 대비 뱅크 그룹 개수가 적다면 성능을 의심해 보면 될 일이었죠. 하지만 DDR5는 뱅크 그룹이 8개인지 4개인지와 뱅크를 2개 혹은 4개씩 묶어 그룹을 만들었는지까지 확인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뱅크 그룹은 HWinfo, Thaiphoon Burner 등 여러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양입니다. 하지만 메모리를 구매하기 전이라면 제조사가 별도로 사양을 공개하지 않는 한 도통 알기 어려운 사양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퀘이사존 칼럼을 좀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할 이유가 한 가지 추가됐다고 봐야겠지요.
메모리 뱅크 기획 칼럼 보러 가기
Advanced Mermory Voltages에서 PMIC Voltages 항목을 활성화하면 메모리 전압을 상세히 설정할 수 있다.
클록, 용량 등 메모리를 수치화할 수 있는 사양들은 대부분 세대가 거듭할수록 수치가 높아집니다. 그러나 전압만큼은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메모리 오버클록을 위해 1.5 V 이상 인가하면 혹여나 메모리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 어린 시선을 받습니다. 물론 쿨링 설루션만 받쳐준다면 더 높은 전압으로도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지만, 실제로 메모리 발열을 해소하기 위해 별도로 쿨링팬을 사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무니까요. 하지만 DDR3는 기본 전압이 1.5 V이고, DDR2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1.9 V로 작동합니다. 당시에는 당연하게 느껴졌던 전압이지만, 지금 와서 보면 새삼 높게 느껴집니다.
DDR5는 기본 전압이 1.1 V로 작동합니다. 1.2 V로 작동하던 DDR4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 전력은 13% 정도 낮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전력만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PMIC(Power Management Integrated Circuit)를 탑재했는데요. 덕분에 마더보드 메모리 전원부 설정만으로 전압을 조정하는 게 아닌 메모리에서 직접 전압을 배정할 수 있습니다. ASUS 마더보드 기준으로 Extreme Tweaker에서 Advanced Mermory Voltages로 진입 후 PMIC Voltages 항목을 활성화하면 메모리 전압을 상세히 설정할 수 있습니다. 항목이 늘어난 만큼 시각에 따라 메모리 오버클록이 더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CPU 오버클록을 할 때 모든 사항을 직접 조정하지 않는 거처럼 PMIC 항목도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고 보면 좋습니다.
일반적인 메모리 패키지와 비교하면 확실히 커다랗습니다. 들었을 때도 메모리만 들어있는 거치곤 꽤 묵직합니다. 새하얀 배경에 커세어 로고를 프린팅 한 패키지를 열면 익숙한 모습의 작은 패키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메모리가 담겨 있는 패키지는 잠시 뒤로 미루고, 이 아래 있는 게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죠.
메모리 아래에는 커다란 도마가 있습니다. 이래서 패키지가 묵직했던 거였습니다. 커세어는 이전에도 주방 장갑, 앞치마 등 주방에서 사용하기 좋은 굿즈를 내놓은 바 있었는데요. 그 주방 굿즈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아래는 원목을 사용하고, 가운데에는 흰색 도미네이터가 봉인돼있습니다. 좌측 상단에는 커세어 로고를, 우측 하단에는 CUTTING-EDGE PERFORMANCE 문구를 레이저로 각인했습니다. 단순한 캐치프레이즈였다면 식상했겠지만, 도마에 각인했기에 특별함이 배가 됩니다. 사실 말이 도마이지 이런 예쁜 도마에 칼을 댈 용기가 생길까 싶습니다.
도마 바닥도 위아래로 원목을 사용하고 가운데에 검은 띠가 지나갑니다. 그런데 구석에 13/50이라는 숫자가 눈에 띕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 CORSAIR DOMINATOR PLATINUM RGB First Edition 32GB (2x16GB) DDR5 DRAM 5200MHz C36 Memory Kit(이하 DOMINATOR PLATINUM RGB First Edition)는 전 세계 50대만 생산된 한정판입니다. 그중 대한민국에는 퀘이사존에 유일하게 입고되었죠. 이렇게 한정판이라는 걸 할 수 있는 지점이 다른 곳에도 있는데요. 본격적으로 메모리 패키지 살펴보면서 어디에 메시지를 남겼는지 보도록 하겠습니다.
팔각형 상자에 종이 띠를 둘러 마무리했습니다. 메모리와 관련된 모든 사항은 겉에 두른 종이 띠에 모두 표기했는데요. 전면에는 제품 명과 이미지를 크게 인쇄하고, 후면에 제품 파트 넘버를 포함해 각종 인증 로고를 프린팅 했습니다. 파트 넘버를 조회하면 클록이나 타이밍을 알 수 있긴 하지만, 패키지에 간략하게나마 표기했으면 더 좋았을 거 같습니다. 물론 First Edition과 일반 제품 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이점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종이 띠를 제거하면 삼각형 패턴으로 마무리한 검은색 상자를 마주합니다. 마우스 측면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돌기로 사용해오던 패턴을 여기서도 만나니 반갑습니다. 패키지를 개봉하면 메모리 본품과 사용 설명서 그리고 First Edition을 수령한 사람을 위한 편지가 담겨 있습니다.
우선 DDR5는 이전 DDR4와 마찬가지로 228-Pin을 사용합니다. 대신 중간에 있는 홈 위치를 옮겨 실수로 DDR4 마더보드에 장착하는 일이 없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홈 위치를 옮긴 건 좋은데, 거의 중앙 쪽에 있다 보니 자칫 잘못하면 메모리를 뒤집어서 슬롯에 장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정가운데는 아니고 조금은 치우쳐 있으므로 실제로 장착될 일은 없겠지만, 비좁은 케이스 속에 메모리를 장착하다 보면 미처 확인하지 못할 여지가 있습니다.
금속 재질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방열판 위로 커세어 로고와 도미네이터 그리고 플래티넘 RGB를 각인했습니다. CORSAIR 문구를 생략하고 로고만 사용한 점이 신선합니다. 이제 범선 로고 하면 커세어부터 떠올릴 정도로 PC 하드웨어를 좋아하는 유저 사이에서 대표성을 띠고 있기에 전혀 문제 될 부분은 아닙니다. 오히려 커세어만의 자신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한 같은 글씨라고 하더라도 좀 더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확실한 대비 차이를 주는 동시에 굵은 폰트를 사용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세부 모델에 해당하는 부분은 색상도 조금 어둡고, 폰트 두께도 얇습니다. 심플한 외형을 추구하면서도 이런 작은 부분에서 차이를 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DDR4 도미네이터 외형을 아시는 분이라면 디자인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눈치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커세어는 곳곳에 각인을 추가하여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우선 왼쪽 위에 First Edition DDR5를 각인했습니다. DDR4를 뒤로하고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는 커세어의 굳은 결심이 느껴집니다. 오른쪽 아래에는 순서대로 0069와 0070을 각인했습니다. 앞서 도마에 13/50을 새겼던 거처럼 메모리에도 몇 번째 생산품인지 단번에 알 수 있도록 각인했습니다. 칼럼에 사용한 메모리는 69번, 70번째 메모리입니다. 바로 위로 DDR5 // DHX라고 각인되어 있습니다. DDR5는 말 그대로 이 제품이 DDR5 제품임을 확인시켜줍니다. DHX는 커세어만의 쿨링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커세어 상위 메모리에 사용해온 만큼 성능만큼은 더 이상 증명하지 않아도 되겠죠.
PC에 장착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측면에는 도미네이터를 큼지막하게 각인했습니다. 그리고 양옆으로 LED가 투과하는 부분을 띄엄띄엄 마감했습니다. LED가 점등하는 부분이 절대적으로 넓진 않지만, 컴포넌트를 불문하고 커세어 제품에서 대체로 RGB LED 효과 품질이 좋았기에 여러모로 기대됩니다.
사진에 등장하는 마더보드는 ROG MAXIMUS Z690 HERO이며 벤치마크에 사용한 마더보드와는 다릅니다.
LED 바 영역이 넓지는 않지만 커세어답게 효과 전환이 부드럽고 광량도 뛰어납니다. 오히려 너무 밝은 나머지 영상 밝기를 조절하기 위해 조명을 추가했을 정도니까요. RGB 효과는 ASUS, GIGABYTE, MSI, ASRock 등 마더보드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RGB SYNC를 통해 사용자가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습니다. 만일 모종의 이유로 RGB SYNC를 활용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CORSAIR 통합 소프트웨어인 iCUE를 활용하여 LED 효과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마더보드가 RGB SYNC를 지원하지 않더라도 iCUE를 활용해 직접 LED 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
XMP는 eXtreme Memory Profile의 줄임말로 메모리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프로파일입니다. 따라서 JEDEC 표준을 꼭 준수하지 않아도 되며, 대체로 복잡한 오버클록 과정 없이 손쉽게 높은 클록과 낮은 타이밍을 얻을 수 있도록 설정하죠. 이 XMP는 DDR3 때 처음으로 지원을 시작했으며, DDR4를 거쳐 DDR5에서는 XMP 3.0으로 업데이트했습니다. 이전 XMP 2.0과 비교하면 제조사에서 저장할 수 있는 프로파일이 2개에서 3개로 늘어났으며, 그와 별개로 사용자가 직접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프로파일도 2개 제공합니다. 즉 메모리에 최대 5개 프로파일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칼럼에 사용한 CORSAIR DOMINATOR PLATINUM RGB First Edition 메모리는 5,200 MHz로 작동하며 타이밍은 36-38-38-74(tCL-tRCD-tRP-tRAS)입니다. VDD, VDDQ 전압은 1.25 V, 메모리 컨트롤러 전압은 1.20 V으로 인가합니다. 칼럼 작성일 기준으로 HWiNFO, Thaiphoon Buner 등 여러 모니터링 소프트웨어에서 DDR5에 대한 지원이 원활하지 않아 메모리 칩세트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메모리 뱅크 그룹은 8개이며, 각 그룹당 뱅크 4개씩 할당하여 총 뱅크 개수는 32개입니다. HWiNFO 항목을 통해 온도 센서를 탑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퀘이사존에 입고된 메모리 패키지 1개를 활용하여 추가 오버클록을 진행했습니다. 5,400 MHz까지 높일 수 있었는데, XMP 프로파일과 비교해서 상승 폭이 적습니다. 대신 메모리 타이밍을 많이 낮출 수 있었는데요. tCL, tRCD, tRP는 XMP와 비슷하거나 조금 값이 높아졌지만, tRAS는 54에서도 정상적인 작동이 가능했습니다. VDD, VDDQ 전압은 1.32 V로 높였으며, 메모리 컨트롤러 역시 1.275 V로 높였습니다. 오버클록 안정화 테스트는 AIDA64 Extreme 시스템 안정성 검사를 활용해 20분간 진행했습니다. 단, 본 결과는 패키지 1개로만 시도한 결과이며 같은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생산 주차, 사용한 칩 세트, 시스템 사양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테스트 결과를 살펴보기 앞서, 인텔 엘더레이크 CPU는 성능 코어(Performance Core)와 효율 코어(Efficiency Core)를 제공하는데, 윈도우 10은 두 코어에 명령을 적절히 배분할 만한 기능이 없습니다. 따라서 모든 코어를 온전히 활용하는 소프트웨어가 아닌 상대적으로 부하가 덜 발생하는 게임에서는 CPU가 지닌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는 이슈가 있습니다. 해결하기 위해선 Windows 11을 활용해야 하는데, 여전히 치명적인 버그가 제보되고 있는 시점에서 무리한 운영체제 이전은 성급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신 모든 효율 코어를 비활성화하고 성능 코어만 활성화한 상태에서 메모리 벤치마크를 진행하였습니다.
JEDEC은 메모리 타이밍 표준을 정할 때 tCL, tRCD, tRP만 지정합니다. 즉, tRAS는 대체로 사용하는 값은 있지만, 제조사 재량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선 퀘이사존에서는 여러 자료를 수집한 후 가장 근접할 것으로 예상하는 tRAS 값으로 설정 후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이 값은 추후 바뀔 수 있습니다. 비교를 위해 사용한 JEDEC 클록 역시 단순 예시일 뿐 앞으로 메모리 제품 출시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메모리 기본 성능은 AIDA64 Extreme에서 제공하는 메모리 벤치마크를 활용했습니다. 메모리 작동 속도에 따라 눈에 띄는 성능 향상을 확인할 수 있으며 XMP 3.0을 적용한 5,200 MHz에서는 4,000 MHz와 비교했을 때 17.7% 향상된 복사 속도를 보여주며 지연 시간은 14.0% 짧습니다.
메모리를 5,400 MHz까지 오버클록 하면 4,000 MHz 대비 복사 속도는 21.6% 빨라지고, 지연 시간은 19.3% 짧아집니다. AIDA64는 메모리가 발휘할 수 있는 성능을 온전히 보여주는 테스트이며, 실사용 시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각종 소프트웨어와 게임 테스트도 함께 진행했는데요. 이어서 보도록 하죠.
압축, 인코딩, 렌더링 등 부하가 많이 생기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메모리 성능을 가늠했습니다. XMP 3.0을 적용하여 5,200 MHz로 작동할 때는 4,000 MHz와 비교하여 3.0%, 오버클록 하여 5,400 MHz 작동할 때는 5.5% 성능 향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서 본 AIDA64 Extreme 테스트 결과보다는 차이가 적습니다. 소프트웨어별 성능 차이를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메모리 벤치마크 및 렌더링 테스트 보러 가기
게임 테스트는 파 크라이 6와 배틀그라운드, 레인보우 식스 시즈를 활용했습니다. 평균을 내면 압축, 인코딩, 렌더링 테스트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각각 게임별로 살펴보면 유의미한 차이를 찾아볼 수 있는데요. 특히 배틀그라운드는 타 게임과 비교해서 극명한 차이를 보여줬습니다. 따라서 평소 즐기는 게임에 따라 체감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게임 별 테스트 결과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게임 종합 성능 보러 가기
흔히 차세대 제품이 출시하면 별다른 의심 없이 같은 값을 지불했을 때 더 뛰어난 성능을 제공하리라 믿습니다. CPU도 그렇고, 그래픽카드도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메모리는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이미 기술 성숙도가 무르익은 DDR4냐, 아니면 차세대 기술을 한껏 품은 DDR5냐 고민하는 사람이 존재합니다. 아무래도 메모리라는 부품이 다른 부품과 비교해서 보조적인 역할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픽카드 옆에 VRAM이 있듯, CPU 옆에 시스템 메모리가 있는 모양새로 말이죠. 더군다나 메모리는 성능도 성능이지만 용량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PC 하드웨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성능은 뒷전이고 용량당 가격이 얼마인지 살펴보기도 하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DDR5를 외면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이제 첫걸음을 뗐기에 DDR4처럼 엄청난 오버클록 마진율을 보여주진 못하지만 인텔이 이번 엘더레이크 CPU에 최초로 DDR5를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AMD도 DDR5를 지원하는 프로세서와 마더보드를 출시할 테죠. 이런 흐름을 결코 거스를 순 없습니다. 그렇기에 하루빨리 DDR5 기술이 성숙해지기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 커세어가 DDR5를 맞이하는 방법
완전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지금, 메모리 제조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겁니다. 새로운 설계와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을 속속히 준비, 출시하고 있죠. 새로운 모습으로 소비자 모습에 나타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일입니다만, 커세어는 한 발짝 더 나아갔습니다. 바로 전 세계 한정판으로 First Edition을 만들어 국가별로 제품을 보냈습니다. 비록 DDR4 도미네이터와 거의 같은 디자인을 한 모습이 아쉽긴 하지만, 방열판에 선명히 새긴 First Edition DDR5를 보면 새로운 역사가 쓰이고 있다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당장 DDR5 SDRAM이 PC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는 뉴스이고, 커세어도 많은 하드웨어 사용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이다 보니 이런 한정판이 등장하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두 조건을 모두 달성하기는 상당히 까다로우며 둘 중 하나라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한다면 한정판으로써 가치는 반감됩니다. 한정판을 만들 명분이나 제조사 명성이 부족하다면 이런 제품은 왜 나오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 겁니다. 오히려 저런 의문이라도 들면 다행입니다. 일본의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에서 나오는 "놀라울 만큼,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장면처럼 그 누구 한 명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기업 입장에선 상당히 수치스러울 겁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와 커세어라는 브랜드의 조합은 그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는 한정판을 만들어 냈습니다.
파닥파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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