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례 없는 반도체 대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나마 예전에는 반도체를 사용하는 분야가 한정적이었는데, 요즘 출시하는 제품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반도체를 탑재하여 수급이 어렵다는 걸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현상은 최신 기술을 탑재한 품목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요. 대표적으로 자동차가 있습니다. 과거 자동차라고 하면 기계적인 움직임만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MCU를 탑재하긴 했지만, 그저 보조적인 역할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이나 크루즈 컨트롤과 같은 부가 기능을 여럿 추가하면서 MCU가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도 점차 늘어났습니다. 그 결과 자연스레 자동차에도 최신 기술을 접목한 고사양 MCU를 탑재하게 됐고, 현재 반도체 대란에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몇 달 전 우스갯소리로 지금 차사면 내년에 받는다고 했었는데, 이젠 내년은 당연하고, 여름에 출고 받을지, 가을에 출고 받을지 걱정하는 시기가 됐습니다.
이런 현상은 PC 시장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히려 반도체 대란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부터 조짐을 보여왔었는데요. 다른 분야보다 최신 기술에 민감하고 미세 공정을 새로 발표하는 순간 바로 자사 제품에 적용하는 등 반도체 수급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보여왔습니다. 그에 따라 새로운 CPU와 그래픽카드가 출시했다고 하면 공급이 수요에 훨씬 못 미쳐 웃돈을 줘가며 제품을 구매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CPU, 그래픽카드뿐만 아니라 RAM 시장에도 확장되는 분위기입니다.
인텔 엘더레이크 CPU 출시와 함께 DDR5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새 기술을 접하는 건 언제나 신선하고 재미있는 일이지만, 마냥 기뻐하기엔 현재 DDR5 메모리를 구하는 게 하늘에 별 따는 수준입니다. 단순히 DDR5 기술이 성숙하지 못해 원활한 생산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이유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DDR5부터 새로 적용한 PMICPower Management IC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주된 지적입니다. PMIC를 탑재함으로써 마더보드가 관리하던 메모리 전압을 메모리 단에서 직접 제어하고, 더 세세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진보한 기술입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의도치 않게 소비자가 제품을 구하기 힘들어졌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함이 느껴집니다.
앞선 이유로 몇몇 소비자는 인텔 엘더레이크 CPU와 함께 사용할 RAM으로 DDR5대신 DDR4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메모리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도 하고, 그렇지 않고 새로 구매하더라도 DDR5보다는 훨씬 구하기 쉬우니까요.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하기라도 했는지, 여러 제조사에서 DDR5용 Z690 마더보드를 출시하는 동시에 DDR4를 사용할 수 있는 마더보드도 함께 내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메모리 제조사 역시 DDR5 메모리를 빠르게 출시하는 한편, 기존 DDR4 메모리를 리뉴얼하기도 하는데요. 퀘이사 칼럼을 통해 여러 차례 소개해 드린 적 있는 PNY 역시 새로운 DDR4 메모리를 선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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