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소화한 구조로 뛰어난 키감을 만들다 중, 고등학생 시절 잠시 샤프를 모으던 취미를 가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샤프심이 잘 안 부러지고, 필기감은 오래 지속될지 궁리에 빠졌었죠. 그래서 샤프 하나에 10,000원이 넘는 제품을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이야 몇만 원짜리 펜도 줄곧 잘 사지만, 학생 신분으로써는 상당히 부담되는 가격대였죠. 그러나 이렇게 고가 필기구를 구매했음에도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이 뒤로도 여러 신기술을 적용한 샤프를 여러 개 구매했지만, 여전히 샤프심은 부러졌고 필기감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삽질을 하던 도중, 우연히 동네 문방구에서 샤프를 구매했던 적이 있습니다. 신기술은 둘째 치고 아주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던 저렴한 샤프였죠. 그런데 놀랍게도 이 샤프가 만 원을 훌쩍 넘기던 샤프보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고질병처럼 느껴졌던 샤프심 부러짐도 확연히 적었고 필기감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특출나게 나쁘다는 느낌도 없었습니다.
MX BOARD 3.0S RGB가 딱 이런 느낌입니다. 최근 기계식 키보드는 정갈하고 뛰어난 키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브랜드를 구분하지 않고 여러 기술을 접목합니다. 이런 기술이 마냥 안 좋다고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이런 기술을 잘 활용하여 상당히 개성 있고, 재미있는 키감을 만들어 내는 키보드가 시중에 여럿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런 부가 기술에 기댄 나머지 너무 먼 길을 돌아가는 건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런 제 생각을 완전히 간파라도 하듯 체리는 가장 단순한 구조를 사용해 뛰어난 키감을 만들어 냈습니다. PCB를 하우징에 끼워 고정한다는 점에서 독특해 보일 순 있지만, 키보드를 이루고 있는 부품을 곱씹어 보면 상당히 간결합니다. 그 흔한 보강판 하나 없으니까요. 이런 구조를 취하고 얻은 키감은 대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보강판을 생략해서 얻은 이점들 시중에 판매하는 기계식 키보드는 대부분 보강판을 사용합니다. 보강판이 각 스위치를 꽉 잡아줌으로써 단단한 키감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스위치 핀이 뒤틀리는 문제를 보강해줘 내구성도 크게 개선해 주죠. 그런데 체리는 때때로 보강판을 사용하긴 했으나, 대부분 무보강 키보드를 가장 메인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시장 전체를 봤을 때 무보강 키보드는 비주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보강판을 생략해서 얻은 이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통울림이 거의 없습니다. 칼럼에 사용한 키보드가 저소음 적축이라 유독 통울림이 없지만, 이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타건음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물론 통울림이 발생하는 요인이 무조건 보강판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체리가 주장하듯 보강판이 잡다한 소리를 만들어낼 여지는 충분합니다. 그러니 고가 커스텀 키보드 시장에서 스틸 보강판 대신 FR4, PC를 사용하거나, 문자열은 완전히 뚫려있는 하프 보강판을 사용하는 거겠죠.
다음으론 LED 효과입니다. 체리 스위치는 RGB LED를 적용하기 위해선 소자 크기가 큰 DIP 대신 SMD 소자를 사용해야만 합니다. 이런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백라이트 LED 밝기가 다소 어둡고, 주변으로 퍼져 나오는 빛도 한정적입니다. 이는 LED 빛이 스위치 하우징을 거치고 키캡에 도달하는 이유도 있지만, 불투명한 보강판도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빛이 투과되지 않는 스틸이나 알루미늄 보강판을 사용하면 일부 LED 빛이 보강판을 통과하지 못하고 그만큼 광량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보강판을 생략함으로써 키캡까지 도달하는 빛이 많아졌고, 따라서 똑같이 SMD 소자를 사용했음에도 더 밝은 광량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개성있는 기계식 키보드를 찾는다. · 풀 배열 키보드를 선호한다. · LED 밝기가 키보드를 선택하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한다. · 키보드 매크로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
· 다닥다닥 붙어있는 배열이 적응하기 어렵다. · 무보강 키보드를 선호하지 않는다. · PBT 키캡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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