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 학창 시절, 첫사랑 등 과거를 회상할 때는 좋은 기억이 대부분입니다. 이는 실제로 과거가 좋은 경험으로만 가득했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상과 하루는 지루하고,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이 대부분입니다. 이는 지금의 삶과 다를 바 없이 과거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정규 수업과 학원 수업을 듣고, 숙제를 하느라 하루 중 대부분을 사용했습니다. 첫사랑과 헤어질 때는 심하게 다투고 헤어졌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학창 시절을 즐거웠다고 회상하며, 첫사랑은 아름답고 특별한 사람이었다고 추억합니다.
인간은 좋은 경험은 오래 기억하고 나쁜 경험은 빨리 지워버립니다. 이는 제가 주장하는 게 아니라, 뇌과학 분야에서 증명된 사실입니다. 학자들은 이러한 기억 편향을 므두셀라 증후군Methuselah syndrome이라고 부릅니다. 므두셀라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인물로 969살까지 살았던 사람인데, 그는 나이가 들수록 과거의 좋았던 기억만 회상하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면서 남은 삶의 대부분을 후회와 아쉬움으로 채웠다고 합니다. 향수에 젖는 건 일종의 퇴행 심리입니다. 이는 위기에 처하게 될 때, 현실을 부정하고 감정적으로 안정적이었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걸 의미합니다.
최근에는 이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이 빛을 발하는 중입니다. '레트로 열풍'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레트로Retro는 회상, 회고, 추억 등을 뜻하는 레트로스펙트Retrospect에서 앞 글자를 가져온 단어입니다. 최근 소비자의 레트로 선호는 패션, 음악, 식품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널리 확산되고 있습니다. 2022년 오늘날 트렌드는 이렇습니다. 패션은 90년대를 주름 잡았던 'Y2K',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는 마찬가지로 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스물다섯 스물하나', 비디오게임은 90년대 PC방을 점령했던 '디아블로 2', 식품은 90년대에 유행했던 '포켓몬스터 빵'이 최고 인기입니다.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요즘 젊은이들은 벨벳 트레이닝복을 입고 포켓몬스터 스티커를 모으며, 디아블로 2를 즐기고 있습니다.
레트로 마케팅은 대성공입니다. 도대체 왜 레트로가 인기일까요? 전문가들은 가장 유력한 근거로 경제적 불황기를 말합니다. 오늘날 불황과 사회적 스트레스가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거라고 말입니다. 므두셀라 증후군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꽤 일리가 있습니다. 90년대 후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9.5% ~ 11.5%를 기록했습니다. 레스토랑에서는 식사를 하면서 흡연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적 규제와 제약도 많지 않았습니다. 기업은 사업을 확장하고 채용을 늘렸습니다. 사람들은 더 쉽게 취직했고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나 축제는 오늘날까지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 ~ 3%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성장 둔화와 불황은 지난 10년 간 지속되는 중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에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사회도 많이 팍팍해졌습니다. 이에 구매력이 있는 어른들은 풍요롭고 낭만이 있었던 고도성장기의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에 호의적이고, 요즘 10~20대에게는 신선한 소비 아이템으로 인식되어 호의적입니다.
레트로가 열풍이니 만큼, 이번에 칼럼으로 소개할 제품이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체리 오리지널 클래식 키보드 라이트그레이 G80-3494 적축 키보드입니다. 1989년부터 존재했던 G80-3000 키보드와 최근에 만들어진 G80-3494 키보드는 외형적으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화려한 RGB 조명을 탑재한 키보드, 비키 스타일의 금속 하우징을 사용한 게이밍 키보드가 범람하는 오늘날 체리 G80 키보드는 여전히 30년 전 디자인 그때 그대로입니다. 레트로에 관심이 있는 젊은이들과 과거에 향수가 있는 어른들 모두 관심을 가질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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