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또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합니다. 그래서 늘 여러 심리테스트가 유행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2022년 오늘날에는 MBTI가 가장 인기입니다.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라고 부르는 성격유형검사인데, 요새 사람들이 이 검사에 갖는 믿음이 대단합니다. 과거 유행했던 혈액형 성격설, Mgram과 비교해 훨씬 굳건합니다. 더욱 세분되었기 때문일까요? 사람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혈액형 성격설, 8가지로 분류하는 Mgram과 비교해 MBTI는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최근 MBTI에 대한 관심은 단순 유행 수준이 아닙니다. MBTI가 한 사람을 나타내는 척도처럼 여겨지고, 친구·연인, 심지어 가족까지 MBTI를 통해 자신과 상성(相性)을 평가합니다. 몇몇 기업은 채용 과정에서 MBTI를 묻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하도 MBTI를 요구하는 일이 많아, 반 타의로 진행해봤는데요. 해석을 읽다가 재미난 내용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사람을 평가할 때, '저 친구 성격이 좋다.', '좋은 성격을 지녔다.'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검사에서는 '좋은 성격' 같은 건 없다고 합니다. 성격에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소리입니다. 우리는 대게 이성적인 걸 우수한 성격이라고 여기곤 하는데, 이 검사에서는 이성적인 게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것보다 나을 게 없다고 합니다. 또 도취하는 자가 질서에 목매는 자보다 나을 것이 없으며, 자존감이 높은 자가 자존감이 낮은 자보다 나을 것도 없다고 합니다. 단지 어떤 성격이 특정 환경에서 일부 유리할 수는 있지만, 환경이 바뀌면 얼마든지 불리한 성격으로 바뀐다는 겁니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입니다. 직업에 따라 요구하는 능력과 자질이 다릅니다. 돌발적이고 창의적인 성향이 A 직업에서는 필요 자질일 수 있지만, B 직업에서는 삼가야 하는 자질일 수 있습니다. 감정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부정적으로 여기고 애써 외면하는 우울한 감정 역시 장점으로 작용할 때가 있습니다. 사람은 우울감을 느낄 때 비로소 자기 객관화가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기존의 방향(우울한 감정을 야기한 멍청한 행동 또는 계획)을 수정하고 제대로 된 계획을 수립합니다. 삶 또는 일이 순탄하게 진행될 때는 자신감이 충만하고,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우울한 감정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제품 칼럼을 작성할 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의미에서 일장일단(一長一短)이라는 표현을 종종 쓰곤 하는데, 이는 우리 성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보강판을 생략한 CHERRY MX BOARD 2.0S RGB 구조 l 이미지제공: 피씨디렉트
취하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생기는 게 자연의 섭리인 듯합니다. 이는 컴퓨터 하드웨어에도 적용되며, 키보드에 들어가는 보강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계식 키보드에는 여러 부품이 들어갑니다. 일반적으로 기판, 흡음 패드, 스위치, 키캡, 보강판, 하우징으로 이루어지는데, 그중 보강판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보강판은 말 그대로 키보드를 보강하는 판입니다. 그래서 스위치를 견고히 고정하고 유격을 최소화합니다. 또 스위치 핀이나 하우징이 뒤틀리는 것도 방지해줍니다. 단단한 키감을 연출하기 좋고 키보드 수명 및 내구성에도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생기는 법입니다. 보강판으로 잃게 되는 건 무엇일까요? 우선 보강판은 통울림을 유발합니다. 단단한 금속으로 만드는 만큼 수직으로 가해지는 충격(스위치 입력)을 잘 흡수하지 못합니다. 통울림이 악기의 기본음(Fundamental Frequency)처럼 감미로우면 모를까, 그저 금속판이기 때문에 비배음(In-harmonics)이 발생하는데, 아무래도 불쾌한 게 사실입니다. 또 보강판은 손목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충격이 그대로 손목으로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손목이 약하거나 예민한 이들은 보강판이 없는 키보드를 선호하곤 합니다. 이번에 칼럼으로 소개할 제품은 CHERRY MX BOARD 2.0S RGB입니다. 보강판을 생략한 제품인데, 자세한 내용은 이어지는 글과 사진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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