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을 하나의 브랜드로
RPG 게임에는 세트 아이템이라는 게 있습니다. 하나의 세트로 분류된 아이템들을 착용하면 아이템 기본 성능에 추가 효과가 적용되는 방식입니다. 제가 세트 아이템이란 존재를 처음으로 인식한 게임은 디아블로2에서였습니다. 다만, 당시 디아블로2의 세트 아이템은 옵션이 형편없었고 한두 개 세트를 제외하면, 초반에만 잠깐 사용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심지어 풀세트를 사용하기보다 몇몇 유용한 아이템 2~3개 정도만 착용하다가 버리는 데에 그쳤었죠. 디아블로2가 레저렉션으로 재출시되고 1기 래더 시즌이 시작되면서 세트 아이템에도 다양한 버프가 가해졌고 이제는 초중반에 쓸만한 아이템이 많아졌습니다.
▲ 디아블로2 세트 아이템
기본 옵션(파란색 폰트) 아래에 초록색과 금색 폰트로 세트 옵션이 추가된다.
위 이미지는 디아블로2의 초반 세트 아이템 중 하나입니다. 아이템 하나하나를 따로 보면 초반에만 잠깐 사용하고 버릴 정도의 허접한 옵션인데, 3개를 모두 착용하면 중반까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옵션이 강화됩니다.
이런 세트 아이템 시스템은 RPG 게임이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습니다. RPG 게임은 적을 처치하고 아이템을 습득하여 강화하면서 캐릭터를 강화해 나가는 게 목적입니다. 세트 아이템은 여기에 추가 옵션을 제공하므로 일반 아이템만 착용할 때보다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디자인이 다른 아이템을 따로따로 착용할 때보다, 아무래도 같은 색에 비슷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캐릭터 외형을 꾸미기에도 좋습니다.
현실에서도 어느 정도 통용되는데, 같은 브랜드 제품만 사용하면 한 번에 서비스받기 쉽다거나, 한가지 소프트웨어로 모두 제어할 수 있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당연히 일관된 디자인으로 멋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도 있고요. 이런 점에 착안해서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한 개 제품에만 올인하지 않고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합니다. 대만 3사인 ASUS, GIGABYTE, MSI의 주력 제품군은 메인보드와 그래픽카드지만, 여기에 케이스, 쿨러, 게이밍 기어, 디스플레이 등 현실의 세트 아이템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수많은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NZXT도 이런 제조사 중 하나입니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NZXT는 케이스, 쿨러 같은 하드웨어 주변 기기에서 시작해서 점점 메인 하드웨어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소개해드릴 메인보드가 좋은 예시겠네요. NZXT가 출시한 최신 메인보드, N7 Z690 Matte White입니다. 이름이 NZXT의 네이밍 철학을 고스란히 따라서 상당히 심플합니다. 사실 이 제품이 NZXT의 첫 번째 메인보드는 아닌데요, N7 Z370을 시작으로 인텔 플랫폼에서는 Z390, Z490, Z590과 AMD 플랫폼도 N7 B550을 출시했습니다. 인텔 12세대 CPU를 지원하는 최신 NZXT 메인보드는 이전 모델과 어떤 부분이 달라졌을지 옆에 띄워놓고 같이 보면 조금 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메인보드 칩세트는 점점 입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미세공정이 뒤떨어지던 과거에는 노스브리지와 사우스브리지 2개 칩세트가 메인보드에 올라가서 CPU를 보좌했습니다. 노스브리지에는 메모리와 확장슬롯을, 사우스브리지에는 저장장치나 I/O 포트 부와 CPU를 이어줬습니다. 시간이 흘러 인텔 1세대 코어 시리즈와 AMD 1세대 APU부터는 노스브리지 기능이 CPU에 통합되었고, 현재 메인보드에 올라가는 칩세트는 사우스브리지뿐입니다. 저전력 플랫폼에는 이 칩세트 기능과 그래픽까지 모두 칩 한 개로 통합된 SoC(System on Chip)가 사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텔 Z690 칩세트는 메인스트림 플랫폼용 600 시리즈 칩세트 중 최상위 모델입니다. 인텔 12세대, 엘더레이크를 위한 칩세트로 이전 세대인 Z590과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가장 큰 변경 점이라면 칩세트에서 지원하는 PCI Express 버전이 4.0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칩세트 확장 슬롯은 물론 M.2 SSD까지 Gen4 규격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는 소소하게 업그레이드된 정도이며, SATA 포트 지원 수가 늘어나서 SATA 포트를 6개만 지원하는 Z690 메인보드라면, SATA M.2 SSD를 사용한다고 SATA 포트가 비활성화하는 불상사가 줄어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