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압박
우리는 평생 한 가지 압박에 시달리며 살아갑니다. 바로 공간에 대한 압박입니다. 대체 이게 뭔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의아하신 분이 있다면 아래 설명으로 무릎을 탁 치게 될 겁니다. 먼저 지금 앉아있는 자리 주변을 둘러보세요.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 컴퓨터 본체가 있을 겁니다. 분명 모니터를 여러 개 두면 한 번에 많은 창을 띄워놓을 수 있을 텐데 자리가 부족해서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분이 있겠죠. 바로 이게 공간의 압박입니다. 좀 더 큰 냉장고나 세탁기를 사고 싶은데 자리가 좁아서, 방이 좁아서, 집이 좁아서 놓지 못하는 일도 같은 이치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좀 더 큰 공간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원룸에 살면 투룸이, 투룸에 살면 더 방이 많은 집이, 결국 마당이 있는 복층 집에 살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누구나 그럴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이 한정되어 있고, 대한민국 한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서울 근처에 살고 싶어 하니까요. 그래서 같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도록 건물을 하늘 높이 짓기 시작해서 아파트가 등장했습니다. 우주는 무한하다고들 하는데, 작은 지구에서, 작은 도시 근처에 모여서 살기 위해 스스로 제약을 걸어놓고 있습니다. 너무나 슬픈 일이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도시를 벗어나 교외로 나가면 좋겠지만, 직장에서 너무 멀고 인프라가 부족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기에는 어렵겠네요. 좁은 공간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발휘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낭비되는 공간 없이 딱딱 맞춰 나오는 빌트-인(Built-in), 붙박이 가구나 가전기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모니터는 스탠드 없이 모니터 암이나 벽에 붙이면 되겠네요! 가장 중요한 본체는 크기를 최대한 줄이면 해결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미니 PC입니다. 요즘 하드웨어는 작으면서 성능 좋은 제품들이 많으므로 부담도 적습니다.
이런 시스템에 빠질 수 없는 게 일반 소비자용으로 가장 작은 Mini-ITX 폼팩터 메인보드입니다.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미니 PC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지출이죠. 그렇다면 저렴한 Mini-ITX 메인보드를 찾으면 될 일입니다. ASRock H610M-ITX/ac D4 에즈윈이 여기에 쏙 들어맞는 제품입니다. 엔트리 등급 칩세트인 H610과 가성비로 유명한 제조사인 ASRock이 만나면 모르긴 몰라도 저렴하면서 괜찮은 제품일 겁니다. 과연 작은 크기에서 가성비를 챙겼을지 칼럼으로 확인해봅시다.
메인보드 칩세트는 점점 입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미세공정이 뒤떨어지던 과거에는 노스브리지와 사우스브리지 2개 칩세트가 메인보드에 올라가서 CPU를 보좌했습니다. 노스브리지에는 메모리와 확장슬롯을, 사우스브리지에는 저장장치나 I/O 포트 부와 CPU를 이어줬습니다. 시간이 흘러 인텔 1세대 코어 시리즈와 AMD 1세대 APU부터는 노스브리지 기능이 CPU에 통합되었고, 현재 메인보드에 올라가는 칩세트는 사우스브리지뿐입니다. 저전력 플랫폼에는 이 칩세트 기능과 그래픽까지 모두 칩 한 개로 통합된 SoC(System on Chip)가 사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텔 H610 칩세트는 메인스트림 플랫폼용 600 시리즈 칩세트 중 가장 등급이 낮습니다. 인텔 12세대, 엘더레이크를 위한 칩세트로 이전 세대인 H510과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상위 칩세트와는 달리 PCI Express 4.0을 지원하지는 않지만, H510과 비교하여 레인 수가 늘어났고, 칩세트 자체에서 USB 3.2 Gen2를 사용할 수 있게 개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