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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떤 스위치를 탑재한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으신가요? 요즘은 시장에 다양한 스위치가 존재하는데다가 핫스왑 기판 덕분에 어렵지 않게 다양한 키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위치를 선택하는 건 그리 고민스러운 일이 아니게 됐는데,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키보드보다 스위치에 대한 고민이 최종 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가 막 보급되던 시기에는 경쾌한 느낌을 주는 청축이 기계식 방식을 상징했습니다. 기존에 활용하던 멤브레인 키보드와 비교했을 때 소리와 키감 면에서 가장 확실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죠. 이런 점에 착안한 유통사들은 청축 위주로 제품을 출시했고, 자연스럽게 입문은 청축으로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이 깨지는 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만족스러웠던 키감과 소리가 단 한 번이라도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순간 매력은 사라지고 단점만 부각됩니다.
저소음 적축은 청축과 대척점에 있는 방식입니다. 기계식 스위치는 걸림이 없는 적축마저도 멤브레인 방식보다 큰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일명 바닥치는 소리라고도 하는데, 이 소리를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춘 게 저소음 적축이지요. 구현 방법은 간단합니다. 슬라이더 가장 밑 부분에 댐퍼를 부착하면 됩니다. 댐퍼를 부착한 저소음 적축은 일반 적축에 비해 소리가 확연하게 줄어드는 대신 키감이 먹먹해서 호불호가 갈리는 편입니다. 뭐든지 극단으로 가면 호불호가 갈리는 법인가 봅니다. 아무튼 저소음 적축은 스위치 내부에 있는 댐퍼로 인해 하우징 영향을 가장 덜 받는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그렇다면 보강판 재질이나 방식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없는 걸까요? 보강판을 덧대지 않는 거로 유명한 체리 키보드로 테스트한다면 확인할 수 있을 듯합니다.
[구성품] 키보드, 관련 문서
[연결 방식] 유선(USB)
[배열] 87+1키
G80-3000 시리즈는 체리 기계식 키보드를 대표하는 라인으로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소개해 드리고 있는 87키 텐키리스 버전은 그간 정체성처럼 지녔던 여백을 과감하게 쳐낸 뒤 방향 키와 내비게이션 키 사이에 체리 로고를 배치했습니다. 정체성과 클래식함을 유지하는 선에서 현대적 해석을 담아냈다는 점이 디자인으로 우리를 설득하는 포인트입니다. G80-3000 역사는 아래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출처: 피씨디렉트 공식 자료
체리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제품답게 특이한 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외관입니다. 책상 위에서 시선을 집중시키는 제품이 키보드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어울릴 법한 제품이죠. 그만큼 특징이 없다는 뜻인데, 바로 그 지점이 이 키보드가 가지는 매력입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제품입니다만, 그 와중에도 독특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ESC와 F1 키 사이에 있는 체리 로고 키캡이 차별화 포인트인데요. 길게 누르면 키보드 소프트웨어가 활성화됩니다. 물론, 이 차별점을 무조건적인 장점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기존 키보드와 다른 부분이라서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특히, F1을 자주 활용하는 분이라면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케이블] 탈부착 불가능 / USB Type-A / 1.6 m
케이블은 F7 부근에서 빠져나오며, 케이블 가이드가 따로 없어서 선 정리가 용이하진 않습니다.
체리 G80-3000S TKL 키보드는 나사 없이 하우징을 결합하는 방식입니다. 위 사진 자료 미끄러짐 방지 패드 밑에 보이는 부분을 도구로 강하게 누르면 분해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미끄럼 방지 패드] 바닥 및 각도 조절 다리
[각도 조절] 2단계
각도 조절 구조물 끝에도 미끄러짐 방지를 위한 패드를 부착해뒀습니다.
[무게] 약 637 g(케이블 포함 675 g)
[선택 가능 스위치] CHERRY MX Silent Red, Red, Blue, Brown, Black
[칼럼에 사용한 스위치] CHERRY MX Silent Red
[스태빌라이저] 체리식 스태빌라이저
스태빌라이저에는 기본으로 윤활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스위치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작을수록 스태빌라이저 소리가 거슬리게 되는데요. 이 제품은 저소음 적축임에도 불구하고 따로 작업이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질감이 적었습니다.
[재질] PBT
[각인] 한글&영문 이중사출
[두께] 1.36 ~ 1.44 mm
각인은 한글, 영문 모두 이중사출 방식을 택했습니다. LED 조명이 없는 키보드라서 각인 선명도에 초점을 맞췄는데, 품질이 좋은 편에 속합니다. 백스페이스 등 각인을 조금 더 작게 해서 균일도에 신경 썼다면 완벽하다고 언급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죠. 키캡 재질은 PBT이며, 두께는 사면 모두 1.35 mm 정도로 두꺼운 편이라서 저소음 적축이 가진 정갈함에 힘을 실어 줍니다.
[키캡 높이] 체리 프로파일
[스텝스컬쳐 2] 적용
키캡 높이는 체리 프로파일로 일반적인 OEM 프로파일보다 낮습니다. 체리 프로파일은 LED용 스위치를 정방향으로 꽂으면 간섭이 발생해서 스위치를 역방향으로 꼽거나 OEM 프로파일 키캡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G80-3000S TKL은 LED 조명이 없는 키보드라서 정방향 스위치와 체리 프로파일의 두꺼운 키캡을 무리 없이 조합했습니다.
본 제품은 나사 없이 걸쇠 형태 구조물로만 상판과 하판을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강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에 플라스틱 주걱을 밀어 넣어서 차근차근 분해해야 합니다. 혹여나 정확하게 밀어 넣지 않은 상태에서 힘을 주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MCU] Vision VS11K17A
MCU는 ARM 32-Bit Cortex-M0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설계한 VS11K17A를 탑재했습니다.
기판에는 체리 로고와 G80-3000TKL VER 1.0, 2022년 3월 23일 제조했다는 정보를 각인했습니다.
바닥에는 별도 흠음제가 없으며 스위치를 보강판 없이 기판에 직접 납땜하는 방식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를 우리는 무보강 방식이라고 칭하는데요. 기판와 스위치 사이에 단단한 철판이 없어서 키를 눌렀을 때 단단한 느낌보다는 푹신한 느낌이 더 강합니다. 요즘 커스텀 키보드 시장에서는 개스킷 방식이 유행하는데, 그것과 유사한 느낌입니다.
저는 이 방식이 저소음 적축과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저소음 적축은 기본적으로 스위치 내부에 댐퍼가 있기 때문에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합니다.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강하게 눌렀을 때 철판에서 올라오는 단단한 느낌은 여전히 남아있게 되는데, 무보강 방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즉, 어떻게 누르든지 간에 일관성 있는 느낌을 손끝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궁합이 좋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사용자 정의 키] 키 매핑, 매크로, 텍스트, 멀티미디어
사용자 정의 키 메뉴에서는 키 매핑, 매크로, 텍스트, 멀티미디어 기능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지도'라고 번역한 메뉴는 키 매핑을 의미합니다. Map을 뜻 그대로 해석해버린 듯하군요. 해당 메뉴는 키 기능을 변경하거나 미리 설정한 매크로 및 텍스트를 출력할 키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마지막 탭인 '멀티미디어' 버튼의 양 끝이 잘리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안내] 키보드를 선택할 때 키감 못지않게 타건음을 따지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게임을 즐길 때 적절한 효과음이 더해지면 더욱 몰입하게 되는 것처럼 키보드도 타이핑할 때 듣기 좋은 소리가 발생하면 만족도가 크게 상승하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사람마다 선호하는 소리가 다르고 같은 스위치를 탑재했다고 하더라도 하우징 설계에 따라 얼마든지 타건음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같은 스위치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세한 사전 정보 없이 덜컥 제품을 구매했다간 후회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최소화하고자 퀘이사존은 주변 소음을 통제한 방음 부스에서 ZOOM H6 녹음기를 활용하여 녹화한 타건 영상을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소음 크기 비교를 위해 2022년 10월 이후로 마이크와 키보드 간에 거리(50 cm)를 유지하고 영상 처음에 대조군으로 마우스 클릭음을 같이 녹음하고 있으니 이전 키보드 칼럼 영상에 쓰인 타건 영상과 비교해 보셔도 좋습니다.
[평가] 타건 영상은 청취 환경에 따라 소리 음량 및 성향이 다르게 들릴 수 있습니다. 시청 시 헤드폰 혹은 이어폰 착용을 권장합니다. 분해 파트 가장 마지막에 언급했듯이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키감이 인상적인 제품입니다. 스위치 윤활이 되어 있지 않아서 종종 파츠끼리 쓸리면서 발생하는 서걱이는 느낌과 소리가 존재하긴 합니다만, 이마저도 매력적입니다. 제가 사용해 본 저소음 적축 키보드 중에서는 가장 독특하고 재미있는 키감이라도 단언해서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단단함보다는 부드러운 키감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제품을 추천드리고 싶네요. 단, 저소음 적축 키보드치고는 소음이 큰 편이므로 소음에 초점을 맞춘 분이라면 고민을 조금 더 길게 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안내] 위 영상은 클릭 레이턴시 테스트 방법 안내 영상입니다. 영상에 활용한 제품은 콘텐츠와 관련 없는 샘플이므로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통제된 환경에서 24회 반복 클릭 후 가장 큰 값과 작은 값을 제외한 22개 데이터의 평균 값을 제공합니다. 테스트 방법 및 환경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리포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키보드, 마우스 버튼 클릭 지연 시간 테스트
테스트 장비와 환경에 따라 값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참고 용도로만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품 사양] MCU: Vision VS11K17A / 스위치: CHERRY MX Silent Red
[신호 지연] 15.29 ms
■ 매력적인 저소음 적축 키보드
기계식 키보드는 키감도 키감이지만, 독특한 소리가 매력에 큰 몫을 담당합니다. 그런데 저소음 스위치는 보통 소음에 민감한 환경에서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기 위해 선택합니다. 즉, 매력을 담당하는 두 축 중 하나를 포기하는 스위치라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저소음 적축은 애매한 방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닙니다. 이럴 거면 멤브레인이나 무접점 방식 키보드를 사용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거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키를 누르기 시작하는 지점부터 바닥에 닿는 순간까지의 모든 느낌이 다릅니다. 다른 방식 혹은 적축과 비교가 아닌 저소음 적축에만 집중한다면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저를 예로 들어본다면, 댐퍼가 만드는 부드러움이 손이 느끼는 피로를 줄여준다고 느껴서 가장 애용하는 스위치입니다.
저소음 적축은 댐퍼 덕분에 하우징 재질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커스텀 키보드를 제조할 때도 저소음 적축은 구태여 돈이 많이 드는 알루미늄 하우징보다는 플라스틱 하우징에 장착하곤 하죠. 그런데 보강판 유무는 생각보다 더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보강판이 없으면 소리는 다소 커지지만, 키감은 한결 더 부드러워집니다. 저소음 적축을 애매하다고 평가했던 분들이라고 할지라도 G80-3000S TKL 정도라면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정도로 무보강 설계와 저소음 적축의 만남은 색다르면서도 궁합이 잘 맞습니다.
■ 오리지널리티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체리는 시대 그리고 라인을 가리지 않고 무보강 방식으로 키보드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스위치를 설계한 제조사가 이러한 방식을 고수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 길이 없습니다만, 스위치가 가진 매력을 가장 잘 구현하는 방법이라고 여길 지도 모를 일입니다. 다른 제조사 키보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각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아주 허황된 추측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차별화된 키감과 하우징에 자리 잡은 체리 로고가 뿜어내는 감성을 경험하고 싶은 분이라면 선택지는 많지 않습니다. 그중에서 G80-3000S 시리즈는 그들이 가장 오랜 기간 유지한 라인으로, '근본'이라는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립니다.
· 부드러운 키감을 좋아한다
· 간결한 외관이 마음에 든다
· 키캡 품질이 중요하다(PBT, 이중사출 방식 각인)
· F1을 자주 활용한다.
· 단단한 키감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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