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첫 번째 아케이드 스틱
여러분은 아케이드 게임을 좋아하시나요? 이웃 나라 일본은 아직도 아케이드 산업이 한창입니다만, 우리나라는 얘기가 조금 다릅니다. 90년대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과 PC방 문화 확산이 맞물리면서 많은 게이머가 오락실을 떠나 PC방으로 이동했습니다. 중간에 잘 만든 대전 격투 게임, 댄스 댄스 레볼루션(DDR) 등이 등장해 아케이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밝은 미래는 없었습니다. 줄곧 침체를 겪다 2007년 바다이야기 사태로 아케이드 시대가 저물었습니다. 2020년인 지금은 상영 시간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지루함을 덜어주기 위해 영화관 옆에 형식상 마련하는 공간 정도가 되어버렸습니다.
<Tekken World Tour 2019>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아케이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철권,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게임은 심지어 프로 리그도 있습니다. 철권 시리즈 제작사인 BANDAI NAMCO Entertainment 주최로 열리는 국제 대회 '철권 월드 투어(Tekken World Tour, 이하 TWT)'는 트위치가 생중계하는데요. 대회가 시작되면 동시 온라인 시청자 수가 50,000 ~ 60,000명에 달할 정도로 그 인기가 상당합니다. 그럼 대회에서 선수들은 어떤 제품을 쓸까요? 우리가 아는 그 오락실 기계로 하는 대회도 있습니다만, TWT는 휴대용 아케이드 스틱을 사용합니다. 선수들은 주로 스틱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경기에 임합니다. 이런 휴대용 아케이드 스틱을 일반인이 사용하기엔 부담스럽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는데요. 아닙니다. 아케이드 게임은 아케이드 스틱으로 해야만 제대로 즐기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버와 버튼이 주는 손맛을 키보드 같은 걸로 대체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MadCatz 아케이드 파이트스틱 토너먼트 에디션 2+>
많은 이가 아케이드 시장이 작은 만큼 합리적인 제품이 없으리라 짐작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제품과 제조업체 수가 적은 건 사실이지만, MadCatz나 Razer 등 실력 있는 업체가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예로 5년 전에 출시한 'MadCatz 아케이드 파이트스틱 토너먼트 에디션 2+ (이하 TE2+)'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시 최고라는 평가를 받은 이 제품은 '스트리트 파이터 5 캡콤 프로 투어(Street Fighter 5 Capcom Pro Tour)'에 참가했던 대부분 선수가 사용했습니다. 한국 프로게이머 이선우(Infiltration, 인생은잠입) 선수도 이 제품을 썼습니다. 물론 한국인답게 레버만 무각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Evo2016 스트리트 파이터 5 부문에서 우승했습니다. 제품이 좋았던 덕분일까요? 아니면, 실력이 좋았기 때문일까요? 당연히 둘 다 훌륭했다는 소리입니다. 격투 게임은 1 ~ 2프레임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장르입니다. 찰나에 승부를 겨루는 게임입니다. 물론 심리전이 절반이라고는 하는데, 프로게이머 피지컬 정도면 보고 반응하는 게 가능하다고 합니다. TE2+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인풋랙이었습니다. 당시 가장 적은 인풋랙을 자랑했으며, 게임 중 방해할 수 있는 버튼을 잠그는 기능 등을 제공했습니다. 그야말로 이기기 위해 만든 제품이지요. 좋은 품질 덕에 수요는 치솟았지만, 물량이 적어 나중에는 출시가보다 중고가가 더 비싸지는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매드캣츠는 원래 아케이드 기어를 전문적으로 만들던 업체입니다. 좋은 품질 덕에 프로게이머가 사용하는 제품도 꽤 만들었습니다. TE2+가 바로 그것이지요. 중간에 크고 작은 파도가 있었지만 결국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2020년 'MadCatz EGO 아케이드 스틱(MadCatz EGO Arcade Stick)'으로 돌아왔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부푼 기대를 안고 칼럼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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